농촌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 수 있을까요? 인도와 자전거도로 확·포장, 무상버스, 저상버스, 순환버스, 공용자전거 등 충북 옥천을 비롯한 각 지역의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소개합니다.

▲경남 김해 진례면 읍면버스 ⓒ 월간 옥이네
주요 시설이 모여있는 면 소재지와 동·읍 지역을 연결하는 시내버스 노선은 멀리 떨어져 있는 면 지역 소재 마을을 모두 연결하지는 못한다. 이에 충북 옥천에서는 안남면, 청성면, 동이면에서 작은도서관 버스 운행을 통해 공공교통의 공백을 메우는 면 순환버스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읍면 순환버스를 정책적으로 도입한 지역은 바로 경남 김해시. 지난 11월 19일은 김해시 읍면버스가 운영된 지 딱 10일 된 날이었다.
마을 입구에서 버스 타기
진례파출소(진례면 송정리) 앞길은 목욕탕, 전통시장, 행정복지센터, 농협 등 진례면의 주요 시설이 모여있는 시가지다. 그리 넓지 않은 도로로 보행보조기를 끄는 노인, 장바구니를 오토바이 뒤에 싣는 주민, 행정복지센터에서 나가는 자가용 등 각양각색의 목적으로 모인 이들이 오간다. 진영읍 방면 버스 정류장 아래서 무를 판매하던 송진복씨는 "마을에 최근 못 보던 버스가 등장했다"고 말한다.
"나는 트럭 몰고 다니니까, 버스 탈 일이 많지 않은데, 그래도 시내 나갈 때 종종 버스 타지. 근데 얼마 전에 처음 보는 버스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봤어. 뭔가, 하고 봤더니 '진례버스 1번'이라고 붙어있더라고. 나는 아직 안 타봤는데, 진례면 마을 돌아다니는 버스라지?"
송진복씨가 발견한 버스는 김해시가 올해 11월부터 도입한 읍면버스다. 현재 진례면과 한림면에 각 차량 1대와 1명의 전담 기사가 배치됐다. 진례면과 한림면을 각각 순환하는 11인승 미니버스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시에 첫차가 출발하고, 막차는 오후 4시에 출발한다(배차시간 약 90분, 일 6회 운영). 이용방법은 일반 시내버스와 동일하다.
읍면버스는 마을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고, 좁고 경사가 큰 도로가 많아 일반 시내버스는 운행이 어렵던 면 지역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설된 노선이다. 노선권은 시에서 소유하고, 운수업체(신어BTS)에 일정 기간 운영권을 부여하는 '노선입찰형 한정면허' 방식으로 추진됐다. 연간 운영예산은 두 지역을 합쳐서 약 1억6600만 원 수준이다.
서용경 주무관(김해시 대중교통과 버스운영팀)은 "읍면버스는 대중교통이 닿지 않던 마을을 최단 거리로 연결해, 읍면 주민들의 주요 생활시설 접근성을 높이는 순환 노선"이라고 설명하며 "시내(부원동 및 진영읍)와 면을 연결하던 기존 노선과 환승 연계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경남 김해 진례면 읍면버스 내부 ⓒ 월간 옥이네
진례버스 1번은 진례파출소에서 시작해 하촌마을회관, 다곡회관, 관곡경로당, 세일아파트, 빙그레삼거리, 상우복지회관, 서재곡마을, 신안마을회관, 산월마을회관을 돌아 다시 진례파출소에 도착한다. 진례버스가 정차하는 10개 정류장 중 3개를 제외하곤 신설된 정류장인데, 이는 기존 버스 정류장이 마을과 멀리 떨어져 접근에 어려움이 있던 것을 보완하기 위해 설치됐다.
진례면 신안리의 송유원 이장은 "전체 주민 50~60명 중 절반 이상이 고령 주민"이라며 "마을 입구에서 300m가량 떨어져 있던 기존 버스 정류장이 아니라 마을 입구에 새 정류장이 생겨 주민들 이용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기존 정류장까지 그나마 가까운 집은 30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마을 깊숙이 사는 분은 500m까지도 걸어야 해요. 게다가 마을이 언덕에 있어서 나가는 길이 가팔라요. 보행기 끌고 다니는 어르신들은 많이 힘들어하셨죠. 특히 비 오고 눈 오는 날에는 더 위험하고요."
송유원 이장은 "고령 주민들이 마을까지 들어오는 버스 생겼다고 좋아들 한다"고 말하면서도, 배차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주민들이 볼일이 끝나고 나서도 곧바로 버스가 있지 않으니까, 오래 기다려서 오시더라고요. 그래도 면 소재지까지 택시비로 6~7천 원이 드는데, 버스 요금으로 마을 입구까지 올 수 있어서 오래 기다려서라도 타고 오는 분들이 많으세요."
남은 과제는

▲읍면 순환버스를 정책적으로 도입한 경남 김해시. 지난 11월 19일은 김해시 읍면버스가 운영된 지 딱 10일 된 날이었다. ⓒ 월간 옥이네
진례면 송정리에 사는 구순남(72)씨는 "신안·산월마을 주민들이 면 소재지까지 나올 수단이 여의치 않아 택시를 많이 타고 다니던데 버스가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탑승하는 사람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고.
"저는 면 소재지에서 살아서 그런지, (읍면버스가) 생긴지 몰랐어요. 얼마 전에 버스가 지나가길래 알게 됐죠. 어제는 읍면버스 기다리는 분을 봤는데, 차 시간을 모르겠다고 한참 기다리다 가시더라고. 그날 감기 안 걸리셨나 모르겠어."
진례파출소 정류장에서 만난 한 청소년 또한 "살고 있는 마을로 버스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시간표 및 이용 방법을 잘 알지 못해 아직 이용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진례버스를 운행하는 정윤철씨는 버스 운행에서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부분은 '노선'이라고 말했다.
"고령 주민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시죠. 홍보도 경로당 중심으로 된 것 같고요. 처음에는 마을 안까지 올라와 줘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막상 타보니 이동시간이 오래 걸려 놀라시더라고요. 신안마을과 산월마을의 경우 면 소재지로 나올 때는 금방인데, 다시 마을로 갈 때는 40~50분 동안 버스를 타야 하거든요. 앞 노선 마을의 경우에는 반대로 마을로 돌아오는 길은 편한데, 면 소재지로 나오기가 힘들고요. 한두 번 타보시곤 '앞으론 못 타겠다' 하는 분도 계셨어요. 저도 탑승객이 없을 땐 반대로 운행해 모셔다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답답하죠."
읍면버스는 지난 4월 진례면·한림면·생림면·대동면에 수요응답형 방식으로 도입하는 것을 초기 계획으로 세웠으나, 수익 감소와 시장 점유율 축소를 우려하는 택시 업계의 반발로 한 차례 추진이 막혔다. 이에 고정 노선형 방식으로 운행 방법을 변경하고 운행 지역과 횟수를 축소해 지난 11월 진례면과 한림면에 우선 도입했다.
서용경 주무관은 "읍면버스 운행한 지 2주가량 지난 시점에서 가장 많은 의견이 단일 방향 노선에 대한 개선 요구"라고 말했다.
"단일 방향 노선에 불편함을 느끼는 주민 의견에 운수업체와 순방향과 역방향을 번갈아 가면서 순환하는 대안을 논의 하는 중입니다. 첫 도입을 앞두고 정류장 위치에 대한 주민 의견이 모이지 않아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운행하면서 모이는 주민들 의견을 경청하며 읍면버스 환경을 개선해 나가려고 합니다."
서용경 주무관은 "필요시 노선형과 호출형 방식을 혼재하는 방식의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차와 막차는 노선형으로 하되, 이용 승객이 적은 시간대에는 운행 시간과 정류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요응답형으로 운행하는 방식이다.
"첫 계획과 달리 생림면과 대동면 읍면버스 도입이 제외된 것이 가장 아쉽게 느껴집니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재 시행 중인 진례면과 한림면에서 주민의견을 토대로 부족한 점을 개선해 이후 생림면과 대동면에도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입니다."
김해시의 사례는 '읍면버스가 있다'는 것만으로 주민들의 실제 이동권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읍면버스의 도입은 이동권 보장의 첫걸음인 것. 김해시의 읍면버스는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남은 과제는 주민에게 발 맞춰 움직이는 버스가 되도록 길을 다듬어 가는 일이다.

▲정류장에 서 있는 경남 김해 진례면 읍면버스 ⓒ 월간 옥이네
월간 옥이네 통권 102호 (2025년 12월호)
글·사진 이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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