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뚜안씨 사망 추정 시각(오후 6시 30분경) 이후인 오후 6시 43분경, 법무부의 단속버스(25인승)로 추정되는 차량이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CCTV 영상이 23일 공개됐다. ⓒ 최정규 변호사 제공
고 뚜안씨 사망 추정 시각(오후 6시 30분경) 이후인 오후 6시 43분경, 법무부의 단속버스(25인승)로 추정되는 차량이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CCTV 영상이 23일 공개됐다. 이 영상을 공개한 최정규 변호사는 "고인이 사망하기 전 현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고인의 사망과 단속행위는 관련이 없다는 법무부의 이야기를 신뢰할 수 없다"라며 "법무부의 관련 자료공개 및 유족 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단 구성을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뚜안씨가 사망하기 전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 단속을 종료하고, 현장에서 모두 철수했다는 기존 태도를 유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하이패스 영수증에 따르면, 해당 단속버스와 동행한 승합차가 인근 톨게이트(북달성 요금소)를 통과한 시점은 각각 오후 6시 11분, 오후 6시 25분이다"라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괜한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인근 CCTV 영상은 확인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인 뚜안씨는 지난 10월 28일,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SJ오토텍 공장(대구 달성구 소재)에서 진행된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을 피하려다 오후 6시 30분경 3층 높이에서 추락사했다. 사망 당시 뚜안씨는 구직비자(D-10)가 있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아니었지만, 해당 비자로는 제조업 분야에 취업할 수 없어 단속 과정을 피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뚜안씨 측은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추락사 방지하려면, '토끼몰이식' 단속 중단해야"

▲대책위가 23일 오전 11시 개최한 '고 뚜안 사망 진상조사 중간보고회'에서 진상조사단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전선정
'고 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 및 법률지원팀(아래 대책위)'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금속노조 4층에서 '고 뚜안 사망 진상조사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발언에 나선 이춘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대책위는 초기부터 공동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법무부와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따라서 단독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고, 진실을 찾기 위한 조사 활동을 지금까지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대책위 진상조사단에 속한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은 "법무부가 2023년 불법 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41만 명을 20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했다"라며 "이때부터 집중 단속·합동 단속을 하고, 자진 출국을 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에서 각 출입국관리소에 단속 할당량을 주고, 이에 따라 각 출입국의 평점이 매겨지는 구조라, 단속의 폭력성은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런 배경에서 지난 9월 29일 정부가 'APEC 성공을 위해 미등록 불법 체류자들의 테러나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합동 단속을 한다'라며 단속을 시작하고, 지난 10월 28일 뚜안님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라고 꼬집었다.
권 위원장은 "법무부는 (10월 28일 단속에서) 안전요원을 7명 배치했다며, 굉장히 많은 수를 배치했다고 한다"라며 "그런데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안전요원 배치도를 보면, 옆 공장에서 단속이 벌어지는 공장을 지켜보는 구도였다"라고 밝혔다. 더해 그는 "이건 이주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배치한 게 아니라,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해 배치한 것"이라며 "근원적으로 층고가 높은 건물에서, 추락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토끼몰이식 단속을 하면 안 된다"라고 부연했다.
"계속 말 달라지는데, 어떻게 유족분들이 법무부 신뢰할 수 있겠냐"

▲대책위가 23일 오전 11시 개최한 '고 뚜안 사망 진상조사 중간보고회'에서 법률지원팀 최정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전선정
대책위 법률지원팀에 속한 최정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단속 철수 시점에 대한 법무부의 말이 계속 달라져서, 출입국 단속 차량이 현장에서 철수한 시점에 집중했다"라며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해, (단속이 있었던) SJ오토텍에 진입한 차량을 식별할 수 있는 CCTV 4대 영상을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출입국이 단속을 철수했다고 밝힌 시점인 오후 5시 50분 무렵부터 확인을 했을 때, 단속버스가 도로로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라며 "오후 6시 43분에 25인승 단속버스와 단속에 동행한 승합차(스타렉스)가 도로로 나가는 모습이 식별됐다"라고 짚었다. 그는 "현장 노동자들이 촬영한 단속버스 영상을 비교·대조했을 때, CCTV 영상 속 버스가 단속버스라고 확인했다"라고 부연했다.
최 변호사는 당시 현장에 있던 노동자의 증언을 전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이 노동자는 "뚜안이 죽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출입국은 계속 사람을 찾았을 것"이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두 명은 이미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손을 잡힌 상태였지만, 뚜안의 소식을 듣고 풀려났다"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뚜안씨의 사망 추정 시각인 오후 6시 30분에도 단속반이 현장에 존재했던 건 아닌지, 뚜안씨 사망소식을 듣고 (단속반이) 현장에서 이탈하려고 한 건 아닌지 의심 중이다"라며 "계속 요청했던 것처럼 법무부의 자료공개와 대책위가 참여하는 진상조사단 구성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무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오후 5시 50분경에 단속반원이 철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의원실에는 오후 6시 10분경에 단속팀장 등 3명이 철수했다고 보고했다"라며 "계속 말이 달라지는데, 어떻게 뚜안씨 유족분들이 법무부를 신뢰할 수 있겠냐"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 자리에는 고 뚜안씨의 절친한 친구인 왕혜연씨도 참석해 발언에 나섰다. "10살 때 엄마와 같이 한국에 이민왔고, 현재는 귀화했다"는 왕씨는 "뚜안이 한국의 사계절을 엄청 좋아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이 카페를 갔는데, 그때 찍은 사진이 뚜안 영정 사진이 될 줄 몰랐다"라고 토로했다.
왕씨는 "뚜안 아버지가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적은데, 이 일을 겪고 난 후에 흰머리가 더 많아지고 주름이 더 많아진 것 같다"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뚜안은 한국에서 되게 열심히 사는 유학생이었다"라며 "토픽도 4급 따고, 운전면허를 같이 준비했는데 도로주행 한 번 불합격한 뒤에도 시무룩하지 않고 당당하게 한 번 더 치고 합격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뭐든 잘하는 친구였는데, 이런 비극을 겪는 거 못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대책위가 23일 오전 11시 개최한 '고 뚜안 사망 진상조사 중간보고회'에서 고 뚜안씨의 친구 왕혜연씨가 발언하고 있다. ⓒ 전선정

▲대책위가 23일 오전 11시 개최한 '고 뚜안 사망 진상조사 중간보고회'에서 대구 성서공단 이주노동자 박영주(가명)씨와 원서현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전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