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마른비만으로 살아온 멸치의 근성장 도전기. 운동하면서 접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훈수는 그만! 단백질 보충제 환영!
피트니스는 고독한 운동이다. 타인과 소통이 힘든 내향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운동이지만, 단점도 그만큼 크다. 하나를 덜 들어도, 하루 운동을 빠져도 잔소리할 사람이 없다. 때로는 그렇게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365일 퍼스널 트레이닝(PT)을 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이 게임의 승자는 나태함과 비양심이다. 나라고 다를까. 운동이 너무 힘들 때면 횟수를 셀 때 가끔씩 양심을 팔아먹곤 했다.
"하나, 둘, (셋 뛰어 넘고) 넷, 다섯, (여섯 뛰어 넘고), 일곱. 음? 어디까지 셌지?"
"아홉인가? 벌써 한 세트 다 했네?"
그런 의미에서 피트니스는 일종의 전쟁이다. 나태함이 자꾸 내 의지를 '후퇴' 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제는 이것들이 내 의지가 전멸할 때까지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놈들은 단순히 나를 소파에 주저앉히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전쟁은 내가 체육관 관장님에게 3개월 치 회비를 기부하고, 수차례의 과식과 폭식 뒤 내 모든 노력을 원상태로 돌려놓고 나서야 끝날 것이다.
의지? 믿을 건 오직 기록 뿐!

▲이번 달 운동 기록. 주 4회 운동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기록을 습관화하면 목표가 무위로 돌아가는 게 아까워서라도 하게 된다. ⓒ 박종원
우리는 한 평생에 걸쳐 나태함에게 숱한 패배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지 않나. 이 패배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스스로 여러 겹의 방어선을 쳐야 한다. 피트니스에서는 '기록'이 그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단 스스로를 속이는 행위를 막을 수 있다.
지난주에 수행한 무게와 횟수가 떡하니 적혀 있는데, 이걸 속여 봤자 지난주에 비해 후퇴했다는 사실만이 상기될 뿐이다. 그동안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 수행할 운동을 평가해 줄 데이터가 남아 있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대개 인간은 진실을 증명할 근거가 없을 때 거짓말을 한다.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해서 기록을 통해 자신의 거짓말을 반박할 증거를 스스로 축적해야 한다(이를 타인에게 정기적으로 공개하면 더 좋다).
동시에 기록은 그 자체가 목표이자 동기부여다. 기록을 근거로 점진적 과부하 원칙(체력을 위해 운동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을 수행한다면, 우리는 매주 기록을 경신하는 사회 체육인이 될 수 있다. 취약한 운동이 뭔지, 보강해야 할 종목이 뭔지도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단체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운동이 체계적인지 아닌지는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이 운동에 체계성을 입히고 싶다면, 그 출발점은 무조건 기록이다(식단까지 기록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나는 운동 기록을 애플리케이션에 남기는 편이다. 운동 기록을 남기는 용도의 애플리케이션들이 시중에 많이 나왔다. 오늘 운동 시간, 종목, 부위, 중량을 달력에 남길 수 있다. 이 기록들은 주별, 월별 기록으로 합산되어 어느 부위의 어떤 운동이 과하고 부족한지 표현해준다. 무엇보다 지난 주 대비 총중량을 볼 수 있어 점진적 과부하 원칙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돕는다.
이렇게 운동 기록이 쌓일수록 기록을 깨기 싫은 마음이 죽기보다 체육관에 가기 싫은 마음을 이긴다(매번 이기는 건 아니지만). 기록의 양이 커질수록 그 마음이 커진다. 한 달 치 기록보다 반년 치 기록이, 그보다는 일 년 치 기록이 더 버리기 아까우니까.
과거 기록에서 찾는 동기부여
이게 5년, 10년 쌓이면 기록을 유지하는 게 일생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내가 다니는 체육관 회원 중 한 분은 재직 중인 회사보다 더 좋은 처우를 제안했음에도 회사를 옮기지 않았단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장에 가면 운동할 짬이 없을 것 같아서. 그러면 수년간 해온 운동이 너무 아까우니까(그 역시 과로로 건강을 잃어본 적이 있다). 그 역시 운동을 매일 기록한다.
내가 아는 한, 이들조차도 운동이 습관이 되어 매일 체육관을 찾는 게 아니다. 내가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믿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허허, 정신 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체육관에 달려가서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지 뭔가!"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가 어디 사는지 알려 달라. 그에게 운동을 배운다면 멸치 탈출은 결코 꿈이 아닐 터.
허나 그런 위대한 스승을 만날 수 없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운동을 하겠다는 마음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 것은 의지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우리를 체육관으로 끌고 가는 건 결국 과거의 기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