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 오마이뉴스
대전의 한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채플(예배수업) 시간에 즉석에서 학생 한 명에게 250만 원 상당의 금전적 혜택을 주는 등으로 설교를 진행해 논란이다. 이 대학 교수들은 한 학생이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설교 내용을 공개하는 글을 올리자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글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의 A대학에서는 지난 10월 30일 채플 시간에 모 교단의 총회장(목사)을 설교자로 초청했다. 이날 설교에는 학생들 외에 해당 학교 재단 이사장과 대학 총장, 신학대학 학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총회장은 강단에 오르자마자 "아무나 좋으니까 한 명 앞으로 나오라"고 제안했다. 한 학생이 앞으로 나가자 즉석에서 50만 원의 현금 봉투를 전달했다. 이어 "다음 학기에 200만 원의 장학금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총회장은 이어 학생들에게 "저 학생은 한번 나왔다가 250만 원을 벌었는데 '이럴 거면 내가 나갈 걸' 하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장은 또 자신이 해당 대학 출신임을 밝힌 뒤 "제가 총회장이라는 지위에 오른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라면서 "250만 원을 받게 된 학생과 자신이 총회장이 된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다. 기도를 많이 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말로 설교를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한 신학자는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금을 주는 이벤트로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고 설교의 초점이 세속적 성공에 맞춰진 것은 잘못된 신앙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에 설교 내용 공개하자, 교수들 연락해 삭제 종용"
실제로 이날 채플 수업을 들은 이 대학의 B 학생은 설교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지난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해당 목사의 설교 내용을 공개했다.
B 학생은 <오마이뉴스>에 "논란이 될 만한 설교 내용이었는데도 한 달이 넘게 아무런 비판의 목소리가 없어 이런 설교가 있었다는 사실만이라도 남겨야 겠다는 생각에 뒤늦게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밀했다.
이어 해당 총회장의 설교 내용에 대해 "금전을 통해 영적 성장 등 신앙의 본질적 목표보다 물질적인 축복을 신앙의 증거처럼 인식하게 할 위험이 있는데다, 축복을 받는 비결로 '기도 많이 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행위를 강조해 기복적인 신앙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교육 현장에서 설교자가 자신의 성공을 이룬 것을 모교의 명예를 세운 듯 말한 것은 신학적 깊이나 목회의 소명보다 세속적 성공과 출세를 더 중요한 가치로 부각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내부의 정당한 문제의식에 귀 기울이기보다 '입막음' 방식으로 대응했다. 소셜미디어에 글이 게시되자마자 해당 대학의 여러 교수가 B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삭제를 요구한 것.
해당 교수들은 '당시 설교 내용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학교 안에서 얘기될 일을 학교 밖까지 알릴 필요가 있나", "입시철에 학교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학교에서 의도하지 않은 일로 (외부에서) 대학이 문제가 있는 것 처럼 곡해해서 퍼져 나갈 우려가 있다"며 글 삭제를 요구했다.
B 학생은 "당시 설교 내용을 기억나는대로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판단은 글을 읽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목사님의 설교 내용보다 글 삭제를 요구하는 교수님들의 압박과 종용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대학 소속 교수 "어려운 학생 도우려 장학금 주신 것... 삭제 종용 아닌 의견 전달"
이에 대해 한 소속 교수는 "설교를 하신 총회장께서는 어려운 학생을 돕기 위해 장학금을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교 내용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라며 "(총회장께서) 세속적 성공과 출세를 중요한 가치라고 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신앙적 고백을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교수는 글 삭제를 종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학생이 쓴 글이 '의도와는 다르게 댓글 등을 통해 사학 비리로 왜곡 전달되고 있어 걱정된다. 내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강요하거나 종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교수들도 같은 취지에서 한 얘기로 알고 있고 해당 학생도 강요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