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31일 미국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 외교부
외교부가 미국과 대북정책을 논의하는 정례적인 정책 공조 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일 외교부 박일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관여 방안을 포함한 대북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한미 간의 정례적인 정책 공조 회의'(TF)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의 정부,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대북정책 주무 부처도 아닌 외교부가 대북정책을 미국과 공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외교부가 추진하는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한다.
법률에도 없는 외교부의 대북정책 관여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통일부가 남북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대북·통일정책을 추진하고, 외교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 외교업무를 담당해 왔다. 이는 우리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역할 분담이다.
우리 '정부조직법'은 정부 부처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는바,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제34조). 외교부 장관은 "외교, 경제외교 및 국제경제협력외교, 국제관계 업무에 관한 조정, 조약 기타 국제협정, 재외국민의 보호·지원, 국제정세의 조사·분석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이는 이재명 정부의 5년을 설계한 국정 과제에도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지난 8월 국정기획위원회가 수립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대북·통일정책의 주무 부서로 통일부를 명시하고 '평화공존과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5개 과제(국정과제 114~118)를 통일부가 담당하도록 하였다. 외교부의 경우 '세계로 향하는 실용외교'를 목표로 5개 과제(국정과제 119~123)를 수행하며 이 중 북한 관련 업무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실질적 진전 추구"(국정과제 122)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유기적인 협력은 분명 필요하다. 특히 지금과 같이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적극적인 다자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대북정책의 주무 부처는 분명 통일부이다. 외교부가 법률에도 없는 직무를 대행하는 것은 월권이며 위법의 소지도 존재한다.
'국민주권의 대북정책'과 배치되는 한미공조
이재명 정부는 12.3 계엄을 일으킨 내란 세력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헌정질서를 지켜낸, 우리 국민의 선택으로 출범했다. 그런 이유로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공식화했다.
관련하여 이재명 정부는 국정 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통일정책 추진'을 제시하였다. 정부는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제도화하는 사회적 대화 추진체계를 구축·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미공조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결국 말로는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외치면서 다시 국가 주도의 배타적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까지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대북·통일정책에서 배타적 권한을 행사해왔다. 안보 사안이니, 정보의 민감성을 운운하며 시민사회의 참여를 막아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12.3 계엄과 내란으로 귀결됐다(관련 기사:
이재명 정부, '정책 독점'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https://omn.kr/2e8jt).
한미워킹그룹의 실패 반복하지 말아야
외교부가 추진하는 한미 대북정책 공조 회의는 2018년 출범했던 한미워킹그룹을 떠올리게 한다. 2018년 11월 출범한 한미워킹그룹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금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8년 한반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그리고 북미 대화의 창을 열었다. 그 결과는 2018년 4월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9.19 남북군사합의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출범한 한미워킹그룹은 한미 간 실무 협의란 말이 무색하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사사건건 관여하며 분란만 일으킨 채 2021년 6월 폐지된 바 있다.
정부는 한미워킹그룹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외교부는 대북정책 업무에 관여하기에 앞서 한미워킹그룹이 왜 실패했는지 먼저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이 이재명 정부를 선택한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왜 스스로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했는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한미 대북정책 공조 회의를 중단하고 다시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의 의지와 요구로부터 그 정당성과 힘을 얻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등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