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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씨의 은퇴 선언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냈다. 누군가의 청소년기 범죄가 성인이 된 뒤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피해자의 고통을 어떻게 공적으로 복원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릇된 과거를 드러내는 일은 어디까지 용인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이는 우리 사회의 기준을 함께 논의하는 숙의의 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질문들이 던져진 순간, 공적 담론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은 이를 진지한 숙고의 계기가 아니라 새로운 정쟁의 자원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사건의 본질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누군가의 과거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 속에서 재단되었고, 피해자 관점의 고려와 제도적 논의라는 핵심은 또다시 논쟁의 바깥으로 밀려났다.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하나"라는 이준석, 비교 자체가 틀렸다

 지난 7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를 통해 이번 사건을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논란과 직접적으로 연결 지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되는데 음주운전, 공무원 자격 사칭, 폭행과 집기파손쯤은 문제없다는 것을 지난 6월 민주적 투표가 보여줬다"며 "조진웅씨는 강간 등 혐의는 부인하고 있고 결국 폭행을 시인한 배우가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하게 되었으니,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라고 했다.
지난 7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를 통해 이번 사건을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논란과 직접적으로 연결 지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되는데 음주운전, 공무원 자격 사칭, 폭행과 집기파손쯤은 문제없다는 것을 지난 6월 민주적 투표가 보여줬다"며 "조진웅씨는 강간 등 혐의는 부인하고 있고 결국 폭행을 시인한 배우가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하게 되었으니,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라고 했다. ⓒ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7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를 통해 이번 사건을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논란과 직접적으로 연결 지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되는데 음주운전, 공무원 자격 사칭, 폭행과 집기파손쯤은 문제없다는 것을 지난 6월 민주적 투표가 보여줬다"며 "조진웅씨는 강간 등 혐의는 부인하고 있고 결국 폭행을 시인한 배우가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하게 되었으니,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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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대통령의 전과는 허용되고 유명 배우의 과거 잘못은 안 된다'는 식의 비교 구도를 내세웠지만 이런 비교는 사실관계만 따져봐도 합당하지 못하다. 이 대표가 언급한 이 대통령의 전과는 정치인 입문 시절부터 다 공개된 사실이고, 조씨의 과거는 20년 동안 공개되지 않았다가 갑작스레 드러난 경우다. 이미 20년 전 다 밝힌 전과를 이번 사건과 비교하는 게 어불성설인 이유다.

또한 전과가 있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정치인의 전과를 용인했다는 주장도 어폐가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장관 또한 지난 대선에서 국민 40%의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주장대로라면 이는 보수진영이 국가보안법 위반은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인가. 국민이 정치인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전과만 있는 것이 아님을 이 대표는 왜 모르는가.

이 대표의 발언이 가장 문제적인 건 사건의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대통령을 끌어들여서 청소년 범죄 기록 관리, 소년범 교화, 피해자 보호 등 우리 사회가 실제로 논의해야 할 문제를 정쟁의 영역으로 바꾸는 데 있다. 정치가 해결해야 할 질문에서 정치인이 도망칠 때, 사회는 더 성숙한 기준을 만들 기회를 잃어버리고 만다.

나경원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검증하겠다" 했지만...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접근은 한술 더 뜬다. 나 의원은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공직자와 고위공무원의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을 기록, 판결문 기준으로 국가가 공식 검증하고,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소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조회·공개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접근은 한술 더 뜬다. 나 의원은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공직자와 고위공무원의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을 기록, 판결문 기준으로 국가가 공식 검증하고,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소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조회·공개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접근은 한술 더 뜬다. 나 의원은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공직자와 고위공무원의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을 기록, 판결문 기준으로 국가가 공식 검증하고,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소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조회·공개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언뜻 들으면 조씨의 은퇴에서 비롯한 소년범을 향한 비판여론에 따라 공적 인물의 도덕성을 강화하는 취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근 모스 탄 전 대사를 비롯해 극우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퍼뜨려온 이재명 대통령의 소년 시절 중범죄 음모론을 제도적 장치 속에 끌어넣으려는 시도와 다르지 않다. 해당 음모론은 그동안 여러 차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되었고, 실체적 근거조차 없었다.

나 의원은 지난 2월에도 헌재와 선관위에 중국인이 침투해 있다는 극우 음모론에 기대어 헌법기관, 국가기밀 취급 기관에 외국인 임용을 제한하는 국가공무원법 및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추진한 바 있다.

근거 없는 공포를 제도에 반영하려 했고, 국가기관까지 의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는 특정 집단을 적대시하고, 사실관계가 아닌 편견에 기반하여 법을 설계하려는 위험한 시도였다. 정치가 불안과 증오를 이용해 입법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민주주의의 기반은 침식되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나 의원의 행보는 단순한 정쟁 수준을 넘어선다. 이준석 대표처럼 사건을 정치에 종속시키는 정도를 넘어서 이번 사건을 둘러싼 국민적 관심을 핑계로 음모론의 제도화를 시도하는 가장 나쁜 부류의 정치 행태다.

조진웅씨의 은퇴는 우리 사회가 개인의 과거 잘못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를 사회 앞에 던졌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 과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그 과제를 정쟁의 불쏘시개로 던져버리는 무책임이다. 피해자와 제도 개선이라는 본질은 보이지 않고, 정치적 공격만이 남아 있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치적 소음이 아니라, 더 많은 사회적 논의다.

#조진웅은퇴#조진웅#이준석#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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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ahtclst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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