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법기리요지에서 출토된 오른쪽 겐에츠다완의 사금파리), 오른쪽(법기리 가마터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청되는 겐에츠다완) ⓒ 법기도자
"400여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다실(茶室) 문화의 정수를 이루었던 양산 법기리 사발. 그 사발의 뿌리였던 가마터는 오랫동안 관심 밖에 있었지만, '법기도자'의 노력과 발굴, 학술 교류, 국제 전시를 통해 역사적 위상을 되찾고 있다. 양산 법기리는 이제 단순한 지역 유산이 아니라 한국-일본 도자 문화의 교차점이자 동아시아 도자사의 중요한 중심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민간비영리단체(NPO) 법기도자(이사장 신한균)가 양산시립박물관에서 오는 18일부터 '귀환 사발' 18점을 포함한 대규모 한·일 교류전을 열면서 이같이 밝혔다. 법기도자가 추진해 온 법기리 가마터 복원과 국제 학술 교류의 성과가 올해 또 한 번 결실을 이뤄 '귀환 사발 전시'와 한·일 도예가 교류전으로 확장해 열리는 것이다.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리는 흙과 장인, 불길이 만나 수백 년 동안 조선 도자의 정신을 이어온 마을이다. 법기도자는 "법기리 가마터의 역사적 가치는 1963년, 국가사적 제100호로 지정되면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정 이후에도 법기리 가마터는 학계와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오랜 시간 동안 조용히 방치되어 왔다"라며 "이 침묵을 깨운 결정적 전환점은 2017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신한균 사기장과 박영봉 전 법기도자 사무국장이 법기도자의 이름을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하면서, 잊혀져 가던 법기리 가마터는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법기도자는 "같은 시기인 1963년에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전남 강진과 전북 부안 가마터는 이미 현장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하는 전용 박물관이 건립되어 지역 문화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방문객들은 발굴·정비된 가마터와 함께 출토품을 직접 관람하며 도자문화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반면 법기리는 유물 전시를 위한 박물관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 속에서,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지 60여 년이 지나도록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왔다"라며 "이 뚜렷한 차이와 잠재력의 부재는 신한균 이사장이 법기리 도자의 진정한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강한 문제의식을 갖게 한 원동력이 되었으며, 이후 발굴·연구·국제학술교류 등 일련의 활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2025 법기도자 명품전에 전시될 일본에서 실물로 가져온 겐에츠다완. ⓒ 법기도자
법기도자는 2017년 이후 매년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어 한국·일본의 도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식 교류의 장을 열어 오고 있다. 법기도자는 "연구의 기반이 된 것은 두 차례에 걸친 법기리 가마터 발굴이다. 발굴 결과는 놀라웠다. 과거의 기록으로만 추정되던 '대규모 가마 시설'이 실제 실체를 드러내며 법기리가 조선 시대 다도구 생산의 핵심지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확증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주목되는 점은 법기리에서 출토된 사금파리가 일본의 유명 차사발들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니 아키라 노무라미술관 관장과 신한균 이사장이 공동 발표를 통해 확인하며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라고 덧붙였다.
신한균 이사장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과 일본의 공식 교류는 한동안 단절되었다. 그러나 일본 차인들의 조선 사발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결국 동래부 관할 아래에서만 제한적인 거래가 허용되었고, 일본 주문자들이 디자인까지 지정하는 전형적인 주문 제작 시스템이 운영되었다"라며 "이 때문에 당시 제작된 고급 차사발과 다도구는 대부분 일본으로 건너갔고, 국내에는 단 한 점도 남지 않게 된 역사적 배경이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법기도자는 2024년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법기리계 조선 사발 13점을 어렵게 확보해 국내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법기도자는 "절차는 까다로웠고 조율도 쉽지 않았지만, 신한균 이사장의 집념 어린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400년 만의 귀환'이라는 역사적 순간이 펼쳐졌다"라며 "전시는 학계는 물론 일반 관람객들로부터도 높은 관심을 받으며 조선 도자의 국제적 위상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보다 더 커진 규모로 마련된다. 귀환 사발 18점에다 한·일 도예가 교류전이 함께 열리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 도자 문화의 거목이 된 14대 이삼평, 다카토리야끼 종가 13대 다카토리, 그리고 한·일 도예가 총 8인의 작품이 전시된다.
법기도자는 "양산이라는 공간에서 조선 도자의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동아시아 도예 교류의 장이 펼쳐진다"라고 밝혔다.
개막행사는 18일 오후 4시 양산시립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28일까지 작품을 볼 수 있다.

▲법기도자 명품전. ⓒ 법기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