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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기피자가 줄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 방식이 병역 면탈의 주요 '루트'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병무청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수사권이 확대됐지만, 정작 해외 체류자들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이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2021년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발생한 병역의무 기피자는 총 3127명에 달합니다.

추이를 보면 심각합니다. ▲2021년 517명 ▲2022년 660명 ▲2023년 745명 ▲2024년 775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었습니다. 올해도 10월까지 벌써 430명이 집계됐는데, 연말에 수치가 몰리는 특성을 고려하면 작년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병역의무 기피자 통계 및 유형
병역의무 기피자 통계 및 유형 ⓒ 임병도

유형별로 보면 현역 입영 기피가 1232명(39.4%)으로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수치는 바로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입니다. 전체의 약 30%에 해당하는 912명이 해외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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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안 돌아오는 걸까요? 세부 사유를 살펴보니 '단기여행' 명목이 648명(71.1%)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유학(13.2%)이나 부모 사유(10.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유학이나 이민 같은 뚜렷한 사유가 아닌, 여행을 핑계로 출국해 그대로 잠적해 버리는 것입니다.

병역법상 '기피'는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응하지 않는 행위라 날짜 착각 등 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외여행허가 위반은 다릅니다. 의도적으로 귀국하지 않고, 재외국민 등록조차 하지 않아 소재 파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고의적 병역면탈' 성격이 짙습니다.

수사권 있으면 뭐 하나, 86%가 '수사 중지' 상태

 병무청이 공개한 병역의무 기피자 인적사항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
병무청이 공개한 병역의무 기피자 인적사항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 ⓒ 병무청 홈페이지 갈무리

병무청은 병역 기피자들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고 전원 형사 고발한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특히 지난 7월부터는 법이 개정돼 병무청 특사경이 직접 수사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문성과 신속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합니다. 해외로 도피한 국외여행허가 위반자에 대해서는 이 모든 조치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간(2021년~2025년 10월) 발생한 국외여행허가 위반 912건의 처리 결과를 보면 기가 막힙니다. 징역형은 고작 6건, 집행유예 17건, 기소유예 25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전체의 85.5%인 780건이 '기소(수사) 중지' 상태입니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니 수사 자체를 멈춘 겁니다. 국내 병역 기피자의 61.2%가 징역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것과 비교하면, 해외 도피는 사실상 처벌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습니다.

여권 무효화? 소재 파악 못 해 실효성 없어

황희 의원은 "단기여행 명목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방식이 병역면탈의 주요 루트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병무청이 외교부에 여권반납명령을 요청하고 가족에게 통보해도, 실거주지 확인이나 강제 귀국이 불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외국에 90일 이상 머물면 공관에 등록해야 하지만, 등록하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즉, 어디 숨어 사는지 알 길이 없다는 뜻입니다.

황 의원은 "병무청 특별사법경찰 수사권 확대는 국내 기피자 관리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국외 체류 기피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다"라며 "해외 체류를 이유로 병역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외교부·법무부와의 협업 강화 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은 군대에 가고, 해외로 나갈 여력이 있는 이들은 '수사 중지'라는 방패 뒤에 숨어 병역을 면탈하고 있습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지만, 그 의무가 공정하게 부과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병역의무기피자#국외여행허가의무위반#병무청#황희의원#병역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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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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