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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보이는 도로는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플라타너스와 야자수가 제거될 예정이다
사진에 보이는 도로는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플라타너스와 야자수가 제거될 예정이다 ⓒ 김순애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함덕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길 중 유일하게 무성한 가로수와 인도가 있었던 곳은 한창 공사중이다. 제주시가 460m 길이의 2차선 도로를 일부 확장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수십 년 동안 그 곳을 지켜온 지름 40cm에 이르는 플라타너스 나무와 야자수 나무 총 80그루가 제거될 위기에 놓였다.

사업 담당부서인 제주시 건설과는 지난 17일 제주도 도시숲등의조성·관리심의위원회에 가로수를 제거하는 내용의 안건을 제출했다. 심의위는 제출된 안건을 일단 보류하고 12월 초 현장 방문을 진행한 후 가로수 제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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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도로의 신설, 변경 및 폐기 등으로 가로수의 식재, 옮겨심기, 제거가 필요한 경우' 사업 부서는 가로수 조성·관리부서와 협의하여야 한다. 이때 가로수 관리 부서는 '도로시설물의 설치 또는 도로포장 등으로 가로수 생육에 지장이 없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사업 대상 구간은 함덕해안가 도로에서 함덕리 교차로까지 460m 길이다. 현재의 2차선을 2차선-3차선-4차선으로 점점 확장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공사 구간을 세 개의 구간으로 나눠 1구간 110m는 현재의 2차선 도로를 동쪽으로 1~3m 정도 이동 공사하여 2차선을 유지하지만 2구간 280m는 3차선으로 확장하고, 마지막 3구간 70m는 4차선으로 확장한다.

500m도 안되는 짧은 구간에 2차선에서 4차선까지 혼재하도록 설계된 이 공사의 총 사업비는 81억 5천만 원이며 토지보상비만 60억 원에 가깝다.

가로수 훼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제주

 500m도 안되는 짧은 구간에 2차선-3차선-4차선이 조성된다
500m도 안되는 짧은 구간에 2차선-3차선-4차선이 조성된다 ⓒ 김순애

제주도는 최근 몇 년간 도로 공사와 가로수 훼손 문제로 수차례 논란을 겪었다. 2018년 제주도가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수천 그루의 나무들을 베어내면서 전국적인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후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경관 훼손 비판 여론과 법정보호종 발견 등으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진통을 겪었다.

2022년에는 제주시 오일장 앞 도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제주도가 40여 년 수령의 벚나무들을 순식간에 제거해버리자 제성마을주민들이 대책위를 세우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전에 살던 마을이 개발로 인해 강제 수용되자 새로운 마을에 마음을 붙이기 위해 심었던 나무들이었기에, 마을 주민들은 베어진 나무 밑둥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23년에는 제주시 서광로 버스중앙차로 공사로 기존 가로수들이 대거 제거되거나 이식되자 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비판하고 나서면서 공사가 중단되었고 제주도는 가로수와 인도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섬식정류장 구상을 내놓았다.

서귀포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 역시 공사로 인해 서귀포 시민들과 오래도록 함께 해온 소나무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시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100년 이상 수령의 소나무 100그루가 있는 숲은 지난 9월 내셔널트러스트의 '이곳만은 지키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로수 보전을 위해 도로 계획을 취소하고 다시 심기도

 제주시청 앞 도로다이어트로 조성된 녹지 공간
제주시청 앞 도로다이어트로 조성된 녹지 공간 ⓒ 김순애

반면 가로수를 보전하기 위해 도로 계획을 취소하거나 도로다이어트를 통해 더 많은 나무들을 심은 사례도 존재한다. 2024년 제주도는 40년 넘게 인도를 지켜온 300여 그루의 구실잣밤나무, 왕벚나무 가로수가 도로 확장 공사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해당 구간의 확장 계획을 철회하는 설계 변경을 했다. 제주도는 설계 변경을 통해 구실잣밤나무 등 오래된 나무가 밀집된 구간을 왕복 2차선 도로로 유지하는 한편 이미 매입한 땅에 인도 폭을 넓히고 화단과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제주시 역시 2024년 시청 정문 앞 135m의 왕복 4차로를 2차로를 줄이고 기존 도로와 주차장을 인도와 녹지 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했다. 도로다이어트가 시행된 구간에는 사업 완료 후 카페들이 들어섰고 훨씬 여유로운 풍경으로 바뀌었다.

지난 6월엔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가로수 수종 갱신사업을 위해 탑동 일대 야자수들을 뽑은 제주시가 '관광지 경관이 훼손됐다'는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접하고 다시 야자수를 심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MZ'들이 많이 찾는다는 함덕 해수욕장, 관광지 특성 살려야

함덕해수욕장은 MZ세대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다. 한국관광외식문화원은 지난 8월 발표한 '제주 MZ관광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제주도 관광지 중 MZ세대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곳이 함덕해수욕장이라고 발표했다.

함덕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여러 개의 도로 가운데 함덕리 교차로에서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도로는 길 따라 자리 잡은 서점과 옷가게, 식당, 주점, 카페, 유명베이커리 등의 가게들과 무성한 플라타너스, 야자수 등의 가로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야자수들은 비취색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함께 함덕해수욕장의 이국적인 정취를 만들어내는 일등공신이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폭염이 길어지면서 가로수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과 함께 제주도의 경관 관리 역시 중요해 보인다. 공사가 진행되는 함덕유원지 진입도로의 경우 관광지의 특성을 살려 녹지로 조성하고 인도를 넓혀,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제주시 사업 담당자는 가로수를 그대로 존치하는 방안에 대해 묻자 "도로 확장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고 도로 여건상 기존 나무를 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과 함께 "기존 야자수의 경우 너무 높이가 높아 이설하는데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

 제주시는 가로수 수종 교체 사업으로 탑동로의 야자수를 뽑고 다른 나무를 심으려 했다가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상인들이 반발하자 다시 어린 야자수를 심었다.
제주시는 가로수 수종 교체 사업으로 탑동로의 야자수를 뽑고 다른 나무를 심으려 했다가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상인들이 반발하자 다시 어린 야자수를 심었다. ⓒ 김순애
 도로확장을 이유로 나무들이 베어지자 2022년 5월 4일 마을주민들이 이에 항의하는 문화제를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진행했다.
도로확장을 이유로 나무들이 베어지자 2022년 5월 4일 마을주민들이 이에 항의하는 문화제를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진행했다. ⓒ 김순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투데이에도 실립니다.필자는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입니다.


#함덕해수욕장#제주시#가로수#도로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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