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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이야기하면 그래도 들어주는 세상이라고 아직 믿고 있다. 사람들은 내게 순진하다고들 하지만, 순진한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야말로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 법은 기득권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겉으로는 약자를 위한다고 표방하는 것이 또한 법이기에 부조리한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법으로써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세상의 모습을 이곳에 전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개, 고양이와 같이 반려동물로 분류되는 종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은 남다르다. 이렇게 동물을 애정하는 사람들이 동물과 관련하여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응원하는 활동이 있는데, 바로 개농장 내지 도살장('개고기'로 팔려가기 위해 개들이 사육되고 도살되는 곳) 등에 있는 개들을 대량 구조하는 활동이다. 참고로 지난해 '개식용 종식법'이 통과되어 2027년 2월 7일 부터는 개 식용 목적의 도살, 유통 등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개농장에 있는 개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개들은 이른바 '뜬장'이라 불리는, 배변물을 치우지 않기 위해 배설물이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도록 바닥이 뚫려 있는 좁은 장에 갇혀 있다. 이들은 대체로 음식물 쓰레기를 밥으로 먹는다. 이렇게 사육된 개들은 도살장에서 죽임을 당하고 개고기로 유통되는 것이다. 말로만 들어도 마음 아픈 이 개들을 구조한다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응원할 만한 일인가.

개농장이나 도살장 같은 곳에 있는 많은 수의 개들을 구조하는 것은 개인이 하기는 어렵다. 대체로 어느 정도 인력과 전문성이 있는 동물단체들이 이를 행한다. 큰 단체에서 이 불쌍한 개들을 구조한다니, 사람들은 기꺼이 후원금을 보낸다. 이때 구조 현장을 라이브 방송으로 전하는 경우도 많다.

동물단체 활동가들이 뜬장에서 동물들을 꺼내 켄넬(이동장)에 넣는다. 사람들은 이제 마음이 놓인다. 이제 열악한 곳에서 탈출해 동물단체의 따뜻한 보호를 받게 될 테니 말이다. 이제 이곳에 대한 걱정은 끝났다. 또 다른 단체의 동물 구조 활동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게 구조된 동물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카라의 구조 동물 여럿이 켄넬에 있는 모습 카라가 구조한 동물들이 켄넬에 있다. 이 개들은 하루 20시간을 켄넬에서 보낸다는 것이 카라 노조의 설명이다.
카라의 구조 동물 여럿이 켄넬에 있는 모습카라가 구조한 동물들이 켄넬에 있다. 이 개들은 하루 20시간을 켄넬에서 보낸다는 것이 카라 노조의 설명이다. ⓒ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카라지회

그렇게 구조된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구조된 동물들은 동물단체 보호시설에서 잘 지내다가 좋은 가족에게 입양되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동화처럼 흘러가면 좋겠지만, 현실은 동화가 아니다. 물론 잘 지내다가 좋은 가족에게 입양되어 행복하게 지내는 동물들도 많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동물들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잘 지내지 못하는 동물들의 삶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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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원 약 1만 4000명, 연간 후원금 60억 원 이상의 대형 동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아래 '카라')에 있는 구조 동물들의 상태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카라 노동조합(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카라지회, 아래 '카라 노조')은 지난 10월 31일 기준 카라가 구조한 동물 34마리가 켄넬 안에 하루 20시간씩 갇혀 있는 채로 지내고 있으며, 42마리는 카라가 직접 돌보는 것이 아닌 외부 위탁처에 맡겨두었다고 주장했다. 돌봄 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구조활동의 결과라는 게 카라 노조의 설명이다. 일단 구조는 했는데, 공간상으로나 돌봄 인력 측면에서나 구조한 동물들 전체를 감당할 수 없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켄넬은 이동장이다. 말 그대로 동물을 이동시킬 때 사용하는 것이지 집이 아니다. 앉아 있거나 엎드려 있을 정도의 공간밖에 안 된다. 오랜 시간 다리를 제대로 못 펴 피부에 상처가 생긴 개도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무력감이나 우울감 등 정신적 질병을 앓게 될 위험도 있어 보인다.

카라는 이에 대해 "이동장(켄넬)은 사회화 교육을 위해 활용"중이고, 입양을 위해 켄넬링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체적으로 " 해외 입양을 위해서는 장시간의 항공 이동을 견뎌야 하므로, 켄넬링 교육이 필수적으로 실시"되며, "켄넬링 교육은 단순한 예절 교육을 넘어, 개체가 안정감을 형성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두려움이나 소심한 성향을 완화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입양 선순환을 위한 시도였으며 중대형견들은 켄넬링 구역에서 지내다가 사회화 정도를 보아가며 해외입양 수속"을 밟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라의 해명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비판적이었다. 설채현 놀로행동클리닉원장(수의사·트레이너)은 <한겨레>에 "켄넬 교육은 하루 1~4시간이 최대 허용치로 볼 수 있다"면서 "백번 양보해 공간·인력이 모자라 불가피하게 개를 이동장에서 관리했더라도 '교육'이란 말로 포장해선 안 된다"고 단호한 의견을 밝혔다. '성북동 푸들푸들' 반려동물 훈련소의 김다희, 인보근 훈련사도 "하루 20시간 이동장에 동물을 가둬두고 운동장에 잠깐씩 풀어주기만 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상식으로도 좁디좁은 이동장에 20시간을 있으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서대문형무소의 벽관 고문이 떠올랐다. 벽관 고문은 빛도 들어오지 않고, 사람 한명이 간신히 서 있을 수 있는 공간 밖에 안되는 벽관에 사람을 넣어두고 가두는 것이다. 동물이기 때문에 "교육"이라는 명분을 붙일 수 있고, 이런 고통을 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용소'나 다름없는 위탁처

켄넬이 아닌 외부 위탁처로 보내진 개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일정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견사에 지낸다는 점에서 켄넬에 있는 개들보다는 나을지 모른다. 그런데 견사라는 게 말이 견사지, 샌드위치 판넬로 지붕과 벽을 만들어놓은 가설물에 가깝다. 폭염과 혹한이 와도 스스로 견딜 수밖에 없으며, 짖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앞면의 시야를 막아두어 햇볕도 충분히 쬐기 어려운 구조다. 개들에게는 필수인 산책은 이곳 개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카라 구조 동물 '듀크' 듀크는 2021년 의정부 신곡동 도살장에서 카라에 구조된 후 4년 3개월 째 위탁처에 갇혀 지내고 있다. 카라 노조의 주장에 의하면, 이곳 문이 열리는 때는 직원이 배변물을 치우고 먹이를 줄 때 뿐으로 하루 2회 정도이다.
카라 구조 동물 '듀크'듀크는 2021년 의정부 신곡동 도살장에서 카라에 구조된 후 4년 3개월 째 위탁처에 갇혀 지내고 있다. 카라 노조의 주장에 의하면, 이곳 문이 열리는 때는 직원이 배변물을 치우고 먹이를 줄 때 뿐으로 하루 2회 정도이다. ⓒ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카라지회

카라 노조에 의하면, '듀크'라는 이름의 개는 이런 위탁처에서 지낸 지 4년 3개월이 됐다. 입양은커녕 제대로 된 사회화 훈련도 거치지 못한 채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수리'라는 이름의 개는 폭염 기간 중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했는데, 카라 노조에 따르면 급성신부전으로 아프고 나서 병원으로 실려온 것이 구조 후 첫 외출이었다고 한다. 구조 후 첫 외출에서 결국 수리는 사망했다.

카라 구조동물 '마튼' 마튼도 2021년 용두동 도살장에서 카라에 구조된 후 4년 3개월 째 위탁처에 갇혀 듀크와 마찬가지의 삶을 살고 있다.
카라 구조동물 '마튼'마튼도 2021년 용두동 도살장에서 카라에 구조된 후 4년 3개월 째 위탁처에 갇혀 듀크와 마찬가지의 삶을 살고 있다. ⓒ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카라지회

카라 구조동물 '수리' 수리는 2022년 대전 도살장에서 카라에 의해 구조된 후 위탁처에서 줄곧 지내다 지난 해 여름 폭염 날씨에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했다. 급성신부전으로 아프고 나서 병원으로 실려온 것이 구조 후 첫 외출이었다. 구조 후 첫 외출이었던 수리는 끝내 숨을 거두었다.
카라 구조동물 '수리'수리는 2022년 대전 도살장에서 카라에 의해 구조된 후 위탁처에서 줄곧 지내다 지난 해 여름 폭염 날씨에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했다. 급성신부전으로 아프고 나서 병원으로 실려온 것이 구조 후 첫 외출이었다. 구조 후 첫 외출이었던 수리는 끝내 숨을 거두었다. ⓒ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카라지회

위탁처에 있는 개들은 산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개를 반려하는 사람이라면 개에게 산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좁은 공간에 갇혀 있으니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카라 정상화를 위한 시민들과 회원들의 모임인 '카라의 동물권 및 시민 주권 회복을 위한 시민행동'(아래 '카라 시민행동')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의하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정형행동(좁은 공간, 제한된 환경, 사회적 박탈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이는 것을 뜻함 -필자주)을 하는 '보레'라는 이름의 개도 있었다.

한편 위탁처에서 개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카라는 지난 13일 해명자료를 통해 "더봄(카라가 만든 반려동물 복지시설)의 보호 수준이 가정과 같을 수 없고 위탁처의 보호의 수준이 더봄센터와 같을 수 없다. 모두가 비용 문제"라며 "(방치 의혹이 제기된) 해당 위탁처에는 현재 40여 마리의 아이들이 있다. 이중 17마리가 대형 도사들이며, 이중 절반 이상이 견사 밖을 두려워해 아예 나오려 하지 않거나 스스로 들어가 숨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카라에서 동물이 방치되거나 관리 태만은 가능하지 않다. 지출되는 비용 대비, 가능한 최대치의 돌봄을 요청드리며 점검하고 있다"라며 "핸들링이 가능한 아이들은 털관리와 발톱 관리를 하지만 수동적 공격성으로 털 관리 조차 가능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라며 반박했다.

또한 카라는 지난 25일 해명자료에선 '보레'에 대해 "매일 운동장 외부 활동, 그룹 사회화, 관리자와의 긍정적 상호작용이 꾸준히 이루어진다"라며 "카라 시민행동이 공개한 보레의 정형행동 영상은 불법촬영물로서, 낯선 인파로 인해 일시적으로 놀란 보레의 모습을 '정형행동'으로 조작해 유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리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촬영했을 때 보레는 정상 행동만을 보였다며, 정형행동을 보이지 않는 보레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유했다.

하지만 카라 회원들과 시민들 사이에선 위의 해명에 대해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참담함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온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최태규 수의사는 "정형행동을 24시간 내내 하는 동물은 세상에 없다"라며, 카라 사측이 공유한 영상을 본 뒤 "(카라 시민행동의) 폭로 영상에는 오랜 정형행동으로 벽에 자국이 남아있었는데 오히려 해명 영상은 그것이 없어서 의문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명 영상 정형행동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소한 단기간 스트레스의 결과로 보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나쁜 복지 상태에 놓여 있어서 목적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정형행동이라고 부른다. '보레'는 반박의 여지 없이 전형적인 정형행동을 보여줬다"라고 주장했다.

카라 구조동물 '보레' 보레는 2022년 대전 도살장에서 수리와 함께 카라에 의해 구조되었으나, 듀크, 마튼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고 있다. 카라 시민행동이 공개한 영상에 의하면, 보레는 빙글빙글 도는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바닥에는 원형 무늬가 생겼고, 최대한 원을 크게 그리다보니 보레의 몸으로 벽을 쓸고 가서 벽에도 무늬가 생겼다. 영상은 카라 시민행동 인스타그램(@kara_recover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카라 구조동물 '보레'보레는 2022년 대전 도살장에서 수리와 함께 카라에 의해 구조되었으나, 듀크, 마튼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고 있다. 카라 시민행동이 공개한 영상에 의하면, 보레는 빙글빙글 도는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바닥에는 원형 무늬가 생겼고, 최대한 원을 크게 그리다보니 보레의 몸으로 벽을 쓸고 가서 벽에도 무늬가 생겼다. 영상은 카라 시민행동 인스타그램(@kara_recovery)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카라 시민행동(@kara_recovery)

병들고 죽어야 관심 갖겠다는 정부?

동물보호법 제9조는 소유자등(동물의 소유자와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하는 사람)에게,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동물의 적절한 사육·관리 방법 등'을 정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1에 의하면, "동물의 종류, 크기, 특성, 건강상태, 사육목적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적절한 사육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동물의 사육공간 및 사육시설은 동물이 자연스러운 자세로 일어나거나 눕고 움직이는 등의 일상적인 동작을 하는 데에 지장이 없는 크기"여야 한다. 켄넬에 20시간 개들을 넣어두는 것은 위 규정 위반 소지가 큰 것이다.

또, 동물보호법 제10조 제4항은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 및 먹이 제공, 적정한 길이의 목줄, 위생·건강 관리를 위한 사항 등 일정한 사육·관리 또는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리고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관리·보호 의무'를 정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2 에 의하면, "사육공간은 동물이 자연스러운 자세로 일어나거나 눕거나 움직이는 등의 일상적인 동작을 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제공"해야 하며, 구체적으로 "가로 및 세로는 각각 사육하는 동물의 몸길이(동물의 코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를 말한다)의 2.5배 및 2배 이상"이어야 하고, "높이는 동물이 뒷발로 일어섰을 때 머리가 닿지 않는 높이 이상"이어야 한다. 켄넬은 적법한 사육공간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동물위탁관리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12에 의하면, "위탁관리하는 동물에게 정기적으로 운동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 역시 잘 준수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법 주무부서 농림부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어느 시민이 20시간을 켄넬에서 보내는 개들 문제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농림부의 답은 사실상 "관심 없다"에 가까웠다. 병들고 죽는 사건이 발생해야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나 하나 죽으면 달라지겠지"라고 말하며 분신했던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사회는 사람이 죽는 참사가 일어나야 그제야 관심을 갖는다. 사람 일에도 이러하니, 동물의 일은 더하면 더했지 다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카라 동물 켄넬 사육 관련 민원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민신문고 답변 정부는 동물의 죽음이나 상해, 명백한 고통을 받은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소극적으로 답변했다.
카라 동물 켄넬 사육 관련 민원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민신문고 답변정부는 동물의 죽음이나 상해, 명백한 고통을 받은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소극적으로 답변했다. ⓒ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카라지회

앞서 살펴보았듯이, 동물보호법 제10조 제4항이 금지하는 내용은 '일정한 사육·관리 또는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로, 질병이 발병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금지한다. 켄넬에 있는 개들이나 열악한 환경의 위탁처에 있는 개들을 진단한다면 우울 등 정신과적 진단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주무부서인 농림부가 이를 하지 않으면 대체 누가 할 수 있을까? 역시 그저 당장 목숨은 부지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폭염과 혹한으로 개들이 죽는 일이 발생하면 그제야 또 부랴부랴 관심을 가질 텐가? 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적극적인 예방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인지 답답하다.

동물 구조, 동물 복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무리한 구조 문제는 이미 동물단체 판에서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과거 또 다른 대형 동물단체 '케어'에서도 구조 동물을 회원들 모르게 안락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케어는 대외적으로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표방하며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벌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데, 실은 수용 여력이 되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동물을 구조한 것이었고, 안락사는 그로 인해 일어난 참사였다.

그래도 살려줬으니, 살아 있으니, 삼시 세끼 밥은 주니까 감사한 삶일까. 일단 사람에 대해서라면 이런 말을 쉽게 하지 못할 것임은 분명하다. 오로지 동물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결국 현재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동물 구조, 동물 복지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흐른다. 동물에게 어느 정도의 삶을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인식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애완동물"이라는 용어가 "반려동물"이라고 변화한 것처럼, 사람들의 생명에 대한 감수성, 동물권에 대한 의식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저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동물들의 삶을 괜찮다고 보지 않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그저 목숨만 붙어 있는 이런 삶을 위해 후원금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런 삶을 살게 하는 것을 "구조"라고 칭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동물을 구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우리는 동물에게 어느 정도의 삶을 보장해야 하는가. 이제는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동물권소위원회 위원이자, 카라 노조 법률지원팀의 변호사입니다.


#동물권#동물복지#동물권행동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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