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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유리다리 자연이 만든 수직 풍경 위에 인간이 얹은 가느다란 길
장가계유리다리자연이 만든 수직 풍경 위에 인간이 얹은 가느다란 길 ⓒ 문운주

지난 9일 아침, 숙소가 있던 융딩구(永定区)에서 우링위안구(武陵源区)로 이동했다. 장가계시는 인구 약 150만 명 규모의 도시로, 2개 구와 2개 현으로 나뉜다. 이날의 목적지는 우링위안구에 있는 유리 다리다. 길이 430m, 높이 약 300m에 이르는 이 다리는 절벽을 가로지르며 놓인 삼중 강화유리 구조물로, 협곡과 주변 지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소다.

입구에는 신발 보호 커버를 착용하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행객들의 표정엔 호기심과 긴장,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아직 출발도 하기 전에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 순간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중국 여행이 붐이던 30여 년 전, 계림을 거쳐 처음 장가계를 찾았던 때였다. 희미하지만 유리다리를 건넜던 장면과 유람선을 탔던 기억, 그리고 협곡 위 외줄 타기 공연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던 순간이 겹쳤다. 시간이 흘렀는데도 풍경은 여전히 '현실 같지 않은 풍경'이었다.

300m 높이 아래 아찔한 협곡

장가계 흰 안개가 낮게 깔린 절벽 위로 길게 이어진 유리다리 모습
장가계흰 안개가 낮게 깔린 절벽 위로 길게 이어진 유리다리 모습 ⓒ 문운주

절벽 사이에는 흰 안개가 얇게 걸려 있고, 그 위로 유리 다리가 길게 이어졌다. 비가 내려 유리판은 젖어 있었다. 흐린 하늘과 사람들의 실루엣이 바닥에 흐릿하게 비쳤다. 투명한 바닥 아래로 보이는 협곡은 실제보다 더 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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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첫 발을 올리는 순간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다. 발 아래에는 투명한 유리가, 그 아래에는 바로 협곡의 아찔한 깊이가 펼쳐졌다. 바닥이 보이는데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신기해 한동안 발끝만 바라보며 천천히 움직였다.

다리의 중앙부에 가까워지자 풍경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장가계 특유의 바위 기둥들이 협곡을 둘러싸듯 솟아 있었고,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지나갔다. 걷는다는 감각을 넘어, 공중 위를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리 위엔 사람들의 감정도 그대로 반사됐다. 두려움과 웃음, 멈춤과 도전이 섞여 있었다. 한 여행객은 분홍 우비를 입고 바닥에 누워 버렸다. 사진을 찍기 위한 연출인지, 공포에 대한 항복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이곳이 단순한 '관람 장소'가 아니라 감정이 진동하는 체험의 무대임을 보여줬다.

일행 중 한 명은 다리 한가운데에서 겁에 질린 듯 걸음을 멈췄다. 결국 앞서가던 동행자의 옷자락을 붙들고 엉금엉금 따라 걸었다. 젖은 유리 바닥 위에서 두 사람은 우비와 신발 덮개를 착용한 채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장가계 유리다리 아래로는 물빛이 옥처럼 흐르고, 절벽에는 안개가 걸려 있다. 그 위에 얇게 걸린 유리다리는 풍경 속 선 하나로 보일 뿐이지만, 막상 그 위에 서면 세계가 발아래 열리는 기묘한 체험이 된다
장가계 유리다리아래로는 물빛이 옥처럼 흐르고, 절벽에는 안개가 걸려 있다. 그 위에 얇게 걸린 유리다리는 풍경 속 선 하나로 보일 뿐이지만, 막상 그 위에 서면 세계가 발아래 열리는 기묘한 체험이 된다 ⓒ 문운주

두려움에서 설렘으로

유리 위에 비친 풍경은 또 다른 깊이를 만들어냈다. 발 밑으로는 계곡이, 눈앞에는 봉우리가 이어졌다. 긴장감은 어느 순간 서서히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두려움 대신 설렘, 조심스러움 대신 몰입이 찾아왔다.

다리를 거의 건넜을 무렵, 사람들의 표정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처음엔 굳어 있던 얼굴도 어느새 긴장이 풀린 듯 담담해졌다. 몇몇은 아쉬운 듯 다시 되돌아가 사진을 찍을지 고민했다. 다리를 벗어나는 순간, 방금 자신이 300m 공중을 걸어냈다는 사실이 묵직하게 실감났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짚라인, 번지점프, 유리 미끄럼틀, 협곡 유람선 등 주변 체험 시설 대부분이 비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대신 벽면 사진과 모니터 영상을 보며 상상 속으로 대신해야 했다. 화면 속 사람들은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고, 그 표정은 공포와 쾌감이 동시에 스친 듯했다.

VR 체험관까지 이어지는 길은 조금 여유로웠다. 흥분과 긴장이 섞였던 감정은 걸음을 옮길수록 잦아들었다. 되돌아오는 길에야 비에 젖은 절벽, 흐릿한 안개, 그리고 방금 허공 위에서 스스로의 두려움을 넘긴 사람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렇게 여행은 유리 다리를 건너고, 산책을 하고, VR 체험을 즐긴 뒤 되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번지 점프나 짚라인처럼 직접 체험하거나 보지 못한 프로그램들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300m 허공을 걸어낸 그 순간 만큼은 여행의 또렷한 기억으로 남았다.

#장가계#유리다리#장가계대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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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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