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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여 년째 매주 서울과 충북 제천을 오가는 이중거점 생활을 이어오며 삶의 선택지가 확장되는 과정을 몸으로 느껴왔다. 서울의 정보와 자극이 빠른 확장을 돕는다면, 제천의 고요한 의림지와 약초 밥상, 시내를 가로지르는 하소천은 일상의 속도를 낮추며 새로운 발상을 이끈다.

도쿄–고베 이중거점 생활을 하는 지역재생 전문 잡지 <소토코토(ソトコト)>의 사시데 카즈마사 편집장 역시 지역 불균형 및 지역 인구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행정적 성과 중심의 '이주'가 아닌, 개인의 경험과 삶을 확장하는 '관계인구', 더 나아가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지역을 알아가며 사고와 삶이 자연스럽게 넓어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인구 감소에 직면했고, 그 과정에서 지역 간 인구 유입 경쟁이 결국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2019년 '관계인구(関係人口)' 개념에 주목했다. 관광이나 이주를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지역과 지속적·자발적으로 관계를 맺는 '제3의 인구'를 뜻한다.

 지역재생 전문 잡지 <소토코토>의 사시데 카즈마사 편집장. 그는 자신의 저서 <온 더 로드>에서 관계인구 확산과 이중거점 사고를 위해 지역에서 펼칠 수 있는 정책이나 홍보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재생 전문 잡지 <소토코토>의 사시데 카즈마사 편집장. 그는 자신의 저서 <온 더 로드>에서 관계인구 확산과 이중거점 사고를 위해 지역에서 펼칠 수 있는 정책이나 홍보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 사시데 카즈마사 제공

'일본 관계인구협회' 이사로도 활동 중인 그는, 지방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소토코토>에 연재했던 콘텐츠를 묶어 최근 <온 더 로드>(이숲 펴냄)를 펴냈다. '관계인구' 개념을 처음 제창한 인물이기도 한 그는 현재 총무성 등을 비롯한 국가 유식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며 일본 지방 재생 논의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사시데 편집장은 한국의 지방 재생에도 관심이 높다. 지난 9월 열린 '지리산포럼 2025'에도 참여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이중거점 사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생각을 좀 더 깊이 들어보고자 지난 11월 10일과 18일 양일간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본이 제시하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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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온 더 로드>가 한국에도 출판됐다. 연재 배경은.

"<온 더 로드>는 2023년 2월 <소토코토> 특별 기사에서 시작해 약 2년간 웹에서 연재한 방대한 분량의 글을 엮은 책이다. 한국서 출간돼 기쁘고 행복하다. 책에 관심가져 준 한국 독자와 관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온 더 로드>는 저 자신이 길을 걸으며 만난 사물을 개인 시각으로 기록한 책이다. 취재팀과 함께 방문한 지역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이나 개인이 만난 지역의 일상 이야기가 주로 담겼다. <소토코토>가 편집부 단위로 만드는 것과 달리, <온 더 로드>는 저 개인의 메시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 마치 제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분이 많은 듯하다."

- 지난 9월, 한국의 '지리산포럼 2025'에도 방문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2025 지리산 포럼'의 많은 분이 따뜻하게 맞아주어 멋진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관계인구'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농촌이나 지방의 젊은이들이 서울과 같은 대도시로 집중·편중돼 이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라고 들었다. 현장에서 일본의 인구 감소와 지방 창생 현황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현재 일본에서 추진 중인 이주 정책과 관계인구 정책, 시마네현의 '시마코토 아카데미' 같은 프로젝트 등을 소개했다. 특히 국토교통성이 인재 공유 관점에서 권장하는 '두 지역 거주'의 중요성과, 저 자신이 실천하는 '이중거점 사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참가자들과 함께 만들어 나눠 먹었던 비빔밥도 많이 그립다."

 사시데 편집장이 감수·메인 강사를 맡고 있는 각지의 관계 인구 강좌 단체 사진
사시데 편집장이 감수·메인 강사를 맡고 있는 각지의 관계 인구 강좌 단체 사진 ⓒ 사시데 카즈마사 제공

 지난 9월 개최된 '지리산포럼 2025'
지난 9월 개최된 '지리산포럼 2025' ⓒ 사시데 카즈마사 제공

- 책에서 제시한 관계인구와 이중거점 방식을 한국도 지방 활성화를 위해 참고할 수 있을까? 이 방식을 한국에서 참고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리산에 모인 지방 활성화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과 일본이 처한 현실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확실히 관계인구, 한국에서는 생활인구와 두 지역 거주는 정책으로서 큰 효력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관계인구와 두 지역 거주의 모호성이다. 이주자는 몇 명 늘었는지 알 수 있지만, 관계인구나 두 지역 거주는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성과지표로 KPI(핵심 성과 지표)가 요구되는데, 이걸로 측정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정량화할 수 없는 관계인구를 정성적인 측면에만 의존하지 않고 확실하게 파악하고 평가하는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본은 내년부터 총무성이 '고향 주민 등록 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관계인구로 인해 지역에 새로운 프로젝트나 비즈니스가 생겨나는 경우가 많으니, 여기서 발생하는 경제 효과나 방문자 증가 등을 수치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그렇다면, 한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일본의 관계인구 개념을 정책에 적용할 때, 필요한 조언 몇 가지 해달라.

"일본도 관계인구에 대해 지자체 간 이해의 차이가 크고, 등록자 수만 늘고 실체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관계인구는 숫자(데이터)를 자랑하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지역 변화에 필요하다. 핵심 전략은 '우리 마을에는 어떤 관계인구가 필요한가'하는 부분을 더욱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농업, 어업, 예술, 창업 등 지역 비전과 대조해 필요한 인재 유형을 명확히 해야 좋은 매칭이 이뤄져 관계 인구 형성을 위한 디딤돌을 만들 수 있다."

이중거점 사고, 이렇게 시작한다

- 내용 중에서 "관계인구는 정책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취지인가.

"그렇다. 일본에서는 관계인구 정책을 추진하는 행정 당국이나 이를 지원하는 기업의 분위기 조성과 일반 대중 사이에 온도 차가 크다. '관계인구'라는 단어와 개념이 라이프스타일에 아직 충분히 녹아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변을 넓히려면 단어나 생각뿐 아니라 지방의 즐거움과 가치를 알리고, 그곳을 방문하는 행위를 풍요로운 삶의 방식으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관계인구'라는 단어를 몰라도 그러한 행동이나 지향하는 이가 늘어난다면 그것으로도 괜찮다."

- 그럼, 이중거점 사고,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나의 두 지역 거주 생활은 아들이 고베 중학교 진학하는 바람에 어쩌다 시작한 사례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 강한 의지를 갖기보다, 오랜만에 고향에 가보거나 가벼운 산책 기분으로 다른 마을에 가보는 캐주얼함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런 가벼운 시작이 예상치 못한 만남과 발견을 가져와 그 지역을 좋아하게 되고, 두 지역 거주 생활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거주에 연연하지 않아도 방문하는 일만 있다면 훌륭한 두 거점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과 '마음을 두는 지역'을 머릿속에 복수로 갖는 것에서부터 이중거점 사고가 시작된다."

- 지방 도시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내가 만든 조어 중에 '관계 안내소'가 있다. 이는 관광 안내소와는 다르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생겨나 인연을 맺어주는 커뮤니케이션 장소를 말한다. 지방 도시의 카페, 독립 서점, 게스트하우스, 코워킹 스페이스, 수제 맥주 양조장 등이 좋은 예다. 지역을 찾은 사람이 관계 안내소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고장만의 매력과 두근거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우연하고 운명적인 만남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 관계 안내소에서 관계인구나 이주자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 추천한다."

 <온 더 로드> 표지. 12월에는 사시데 편집장은 올 12월에 <온 더 로드2>가 출간돼 더 많은 유용한 사례를 소개할 생각이다.
<온 더 로드> 표지. 12월에는 사시데 편집장은 올 12월에 <온 더 로드2>가 출간돼 더 많은 유용한 사례를 소개할 생각이다. ⓒ 이숲 제공

- 한국도 '워케이션(Work+Vacation)'이나 '세컨드 하우스'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나 제도적 지원은 무엇이라고 보나.

"워케이션과 이중거점 사고는 좋은 시스템이지만, 수용하는 지역의 의식을 통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을 보면, 젊은 세대가 지방을 떠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지역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불관용'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부정당하거나 감시받는 느낌, 혹은 불편한 언행 등으로 젊은 여성들이 지역의 불관용을 견디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눈에 띈다. 악의 없이 행해지는 불관용함을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육아 세대를 위한 보육원 유학 프로그램 전개나 체류비·교통비 보조 같은 실질적인 지원 역시 절실하다."

국경을 초월한 인재 공유 확대될 것

- 앞으로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이 경험할 인구 감소 시대에, '관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관계를 바탕으로 한 미래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나는 관계인구를 영어로 'Connected mind'라고 번역하고 있다. 마음이 통하는 동료들이라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정부관 구상 당시 나는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를 넘나들며 서로가 서로의 관계인구가 된다면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앞으로는 국가와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 한국과 일본, 나아가 아시아 내에서의 인재 공유가 확대될 것이라 생각한다."

- '복습형 여행'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이것도 이중거점 사고와 관계가 있다. 나는 여행할 때 미리 많은 정보를 찾지 않는다. 대신, 현지에서 본 작은 단서들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다시 찾아보고 또 방문한다. 여행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관계가 이어지는 방식이다. 예컨대 버스로 이동하던 중 흰 천이 걸린 한 라멘 가게가 눈에 띄어 귀가 후 찾아봤고, 한 달 뒤 다시 가서 먹었더니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또 찾을 생각이다."

 여행 중 우연히 들렀던 라멘 가게를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고, 이후에도 계속 방문하게 되는 모습. 그 라멘 한 그릇이 바로 이중거점적 사고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여행 중 우연히 들렀던 라멘 가게를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고, 이후에도 계속 방문하게 되는 모습. 그 라멘 한 그릇이 바로 이중거점적 사고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 사시데 카즈마사 제공

- 마지막 질문이다. 지방 지역과 관계를 맺는 것의 행복과 즐거움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지역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여기 있어도 괜찮다'는 편안함을 얻는 일이다. 누가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이는 단기적 즐거움이 아닌, 오래 지속되는 웰빙에 가깝다. 사람들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살아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기사를 정리하고 나니, 우리 역시 인구 소멸 문제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 그 매듭을 풀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의 말마따나 마을의 매력, 두근거림을 선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말이다. 사시데 편집장은 "낚싯대를 들고 한국의 아름다운 강을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이다. 그 역시 이미 국경을 넘어 한국과 관계인구를 맺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책 <온 더 로드>가 잘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이중거점사고#온더로드#사시데카즈마사#이숲#소토코토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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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식 (seoulpal) 내방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끝까지 싸우겠다" - 영국 작가 에블린 홀 - / seoulp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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