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4일, 두 차례 열렸던 한미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이하 팩트시트)와 제5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이하 공동성명)이 순차적으로 발표됐습니다.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매년 발표되는 한미 SCM 공동성명에 대한 해설 및 분석을 해오고 있는데 올해의 경우 팩트시트와의 연관성이 강하다 판단해 두 개의 문서에 대한
해설 및 분석글을 3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대통령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재명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 연합뉴스
'팩트시트'에는 한국이 국방비를 GDP의 3.5%로 조속히 증액한다고 되어있다. 이는 '공동성명'의 제2항에도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공동성명 2항에는 "한반도 방위에 있어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 국방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것"이라 되어있다.
팩트시트의 관련 내용이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제목 하의 카테고리에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한미동맹 현대화의 주요 내용인 한국이 국방비를 늘려 한반도 방어를 주도하고 주한미군은 대북 방어보다 대중국 견제 군대로 전환하고자 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연결된다.
주한미군 현대화의 구성요소, 한국의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관련해 '팩트시트'는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양측은 2006년 이래의 양해를 확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2006년의 이래의 양해'라는 것은 2006년 1월 19일, 한미 외교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합의한 내용을 말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한반도 외 지역에도 투입돼 군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정부가 양해하되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일종의 절충안을 말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한반도 외 역외 군사작전에 투입된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한국이 주한미군의 발진기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최근 미국의 군수뇌부들은 이러한 주한미군의 역외 군사작전에 한국군도 함께 해야 한다는 요구를 공공연하게 표명하고 있다.
다만 '팩트시트'에는 이 부분을 언급하며 "양측은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이행 진전상황을 각 측 지도부에 보고할 것"이라는 추가 문구를 달았는데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관련한 한국정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그 의미
국방비 증액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요구 뿐 아니라 현 한국 정부의 의지도 작용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규모와 내용이다.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매년 7~8%의 국방비를 증액해 2035년에는 GDP의 3.5%인 128조원 가량을 국방비를 쓴다는 것인데 이는 예상되는 전체 GDP 성장률의 2배가 넘는 국방비 증가비율을 의미한다.
증액되는 국방비는 공격적 군사전략이라 평가받아 온 한국형 3축체계 강화, 첨단과학기술군 육성, 미국산 무기도입 등 에 주로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북한을 앞서기 시작한 한국의 국방비는 현재 북한의 전체 GDP보다도 많은 것으로 평가되며, 이 같은 압도적인 남북 간 국방비의 차이가 북한을 핵무기 등 비대칭 군사력 형성으로 나아가게 한 주요 요인임을 감안하면 적절한 국방정책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팩트시트'의 '한미동맹 현대화' 제목 하의 카테고리에는 언급한 한국의 국방비 증액 다음 항목으로 "한국이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한다"는 내용과 "주한미군을 위해 330억 달러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항목에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한다"는 내용이 자리한다. '팩트시트'의 구성적인 면으로 보면 한미동맹 현대화의 구성요소는 한국의 국방비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주한미군 지원 강화, 전작권 전환이 주요하게 정리돼 있는 셈이다.
우선 전작권 전환 관련해서는 '공동성명' 제5항에서 보다 구체화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nditions-based OPCON Transition Plan, 이하 'COTP')을 이행하기 위한 한측 추진경과를 검토"했고 "양국이 합의한 COTP에 명시된 조건들이 모두 충족된 상태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내용과 더불어 "2026년에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되어있다.
전작권 전환 관련 내용은 매년 '공동성명'에 들어가는 내용이지만 이전과 달리 연도를 특정해 FOC를 추진하겠다고 한 점이 주목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세 가지 조건을 거치도록 되어있다. 한미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능력 확보(조건 #1),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조건 #2),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조성(조건 #3)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프로세스(기본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다.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기본운용능력(IOC)는 2020년에 검증이 완료됐고 5년째 완전운용능력(FOC)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프로세스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5년 째 FOC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전작권 전환 계획
우선 충족해야 할 조건과 관련하여, 조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조건 #1은 작전, 정보, 군수, 통신으로 나뉘어 25개의 대과제가 있고 조건 #2는 탐지, 방어, 결심, 격퇴로 나뉘어 25개의 대과제가 있으며 그 하위에 설정된 세부과제는 2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은 "조건 충족의 중요성만 강조될 뿐 그것들이 전작권 전환에 꼭 필요한 과제인지에 논의가 거의 전무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현재 한미가 합의한 미래연합사는 현재의 한미연합사를 유지한 채 사령관만 한국군 장성으로 바꾸기로 한 체제인데 왜 언급한 것과 같은 과도한 조건 충족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IOC-FOC-FMC로 되어있는 프로세스도 원래는 새롭게 창설되는 부대의 능력을 사전에 평가 및 검증하는 것인데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수십년째 운영하고 있는 한미연합사의 지휘부 교체 상황에서 적용할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조건 #3에 있다. 조건#3에 있다. 조건#1과 #2가 그래도 기준을 정할 수 있다면 군사력을 증강하거나 훈련 등을 강화해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도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건#3은 군사적 방식으로만 풀 수 없는 문제다. 또 이 부분은 기준을 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환경을 말하는 것이며 또 어떤 기준을 갖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결국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 방식은 기준을 정할 수 없거나 달성할 수 없는 '조건'을 설정해놓고 시간과 비용만을 낭비하는 애초부터 잘못된 설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을 공약으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가 수십조 원을 들여 추진하다 실패한 전철을 이재명 정부도 따라가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팩트시트'에 언급된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를 지출한다는 합의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이 아니라 '회복'이라 표현하며 또 이번 '공동성명'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을 '가속화'하겠다는 문구까지 넣어가며 전작권 환수에 보이는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현 정부 스스로 세계 5위의 군사력이라 자평하는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은 조건의 문제도 시기의 문제도 아니며 지금 당장 환수해야 하며, 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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