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광복회 강당에서 '뉴라이트 극복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 조정훈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뉴라이트 관련 역사기관장들이 건재하고 이들의 역사관이 한국 사회를 병들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뉴라이트를 극복하자는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광복회와 김용만 민주당 국회의원,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공동 주최하고 광복회학술원, 독립운동단체연합이 주관한 '뉴라이트 극복 학술세미나'가 12일 오후 광복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뉴라이트의 실체와 의도'(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명예교수), '승리보다 성공을:뉴라이트 극복의 길'(김기협 역사학자), '뉴라이트 지휘부 <반일종족주의>그룹을 해부한다'(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디지털 세대의 뇌를 점령한 전쟁:사이버 내란'(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 '한국 시민의식 역량의 소진 혹은 퇴보에 대하여'(김내훈 작가) 등의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12일 오후 광복회 강당에서 열린 '뉴라이트 극복 학술세미나'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조정훈
"단순한 이념 넘어 정치와 언론 전반에 영향"
이종찬 광복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를 고질적으로 병들게 했던 뉴라이트에 대한 본질과 양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들을 성찰해 보는 시의적절하고 유의미한 세미나"라며 "뉴라이트 세력에 감정적인 대응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된 친일 잔재 청산과 역사 정의를 실현하는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뉴라이트를 학술적으로 고찰해 보자는 시도와 노력은 매우 뜻깊은 것"이라고 말했다.
축사에서 차규근 의원은 "지금 우리는 역사 왜곡이 단순한 이념을 넘어 정치와 언론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라며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의 지배를 근대화의 기회로 미화하고 건국절 논쟁은 대한민국의 기운을 축소한다"라고 뉴라이트 사관을 비판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에서 심었던 뉴라이트 세력이 국정의 길목을 곳곳에서 장악하고 있다"라며 "다시는 이런 내란세력들이 주체가 돼 대한민국을 흔들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친일 독재 정권을 미화해 왔던 반헌법적 극우세력의 준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라며 "어린이들에게 극우적 역사관을 주입하고자 했던 리박스쿨 사태는 뉴라이트 세력이 이미 광범위하게 조직되어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극우 유튜버들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면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라며 "디지털 플랫폼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면서도 민주적 질서에 기반한 숙의가 이루어지도록 공론장의 질적 수준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12일 오후 광복회 강당에서 열린 '뉴라이트 극복 학술세미나'에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윤석열 정부와 결합하면서 정책·이념적 연대"
주제발표에서 주진오 교수는 뉴라이트에 대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구 운동권 세력 일부가 기존의 민족주의의 좌파나 주체사상 노선에서 이탈하여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우파적 시각을 전면에 내세우며 형성된 신보수주의 정치·사회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주 교수는 이들이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섬멸 대상'이 아닌 북한민주화·북한 주민 구제 등 새 보수 담론을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는 좌파민족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에서 건국절·식민지근대화론·친일·반공·산업화를 강조하는 등 한국 현대사의 우익 재해석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이 대한민국의 출범을 '임시정부의 계승'이 아닌 '1948년 새로운 건국'으로 규정하면서 '건국의 아버지'로 이승만의 역사적 역할을 강조하고 헌법 정신을 현실적 국가의 출발로 재해석했다고 봤다.
주 교수는 "뉴라이트는 2010년대 중반까지 한나라당 및 박근혜 정부와 연계해 세력을 확장했으나 내부 계파 갈등과 탄핵 이후 급격히 위상이 약화되었다"라며 "그러다 윤석열 정부와 결합하면서 정책·이념적 연대가 이루어졌고 특히 한·미·일 동맹, 역사 문제 등에서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당시 만들어진 '리박스쿨'이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성과를 청소년들에게 확산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진단하고 "리박스쿨 사태는 뉴라이트 역사인식과 역사왜곡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광범위하게 조직화되었음을 방증한다"라고 덧붙였다.

▲12일 오후 광복회 강당에서 열린 '뉴라이트 극복 학술세미나'에서 패널들이 앉아 있다. ⓒ 조정훈
"사상의 점진적 침투 현실화"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는 "뉴라이트 사상의 핵심은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필두로 한 <반일 종족주의> 그룹"이라며 "이들은 2000년대 중반 교과서포럼을 만들어 역사 교과서 개정 운동을 벌였고 극우 성향의 정치 운동을 펼치면서 이명박 정권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들은 <반일 종족주의>,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반일 종족의 역사 내란>을 출간하면서 대한민국 역사를 1948년 건국과 경제성장이라는 기준으로만 평가했다"라며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좌익 혁명 사관'으로 낙인찍어 해체하려고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영훈은 <반일 종족주의>에서 '한국인은 거짓말 문화, 물질주의, 샤머니즘 문화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한다"라며 "하지만 자신들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한국인을 '불변의 적대 감정에 사로잡힌 원시 종족'으로 상정하는 극단적 논리만 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특히 뉴라이트 인사들이 일제의 경제수탈을 부정하고 쌀 수탈이 없다거나 강압에 의한 공출 제도가 자행됐는데도 이에 대해 의도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한일협정으로 한국인의 대일 청구권이 모두 소멸됐다고 하거나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왜곡하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 교수는 "이들의 사상은 책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역사 관련 주요 공공기관을 장악하는 이념적 기반이 되었다"라며 "케인스가 말한 '사상의 점진적 침투'를 현실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주장을 학문의 영역에서 비판하고 그 논리적 파탄과 이념적 위험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은 단순히 과거 역사 논쟁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정체성과 역사의 진실을 지키기 위한 현재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이버 내란 특별법 통해 명확히 처벌해야"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시민의 생각·감정·판단 구조가 점령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전쟁"이라며 "이 전쟁은 포성이 아니라 알고리즘 추천으로 시작되고 군홧발 소리가 아니라 밈·댓글·여론 프레임으로 전개된다"라고 말했다.
황 이사는 "이 전쟁의 출발점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신종 전술이 아닌 20년에 걸쳐 설계된 장기 공작"이라며 "단순한 이념 갈등이 아니라 국민의 정체성 자체를 재편하려는 기획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이버 내란의 해결은 팩트를 바로잡는 일시적 처방이 아니라 토양을 되찾는 장기전"이라며 "단발성 응징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능동적인 '민주주의의 자기방어' 과정이다. '사이버 내란 특별법'을 통해 책임자 처벌·행위 규정·재발 방지 체계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내훈 작가는 "뉴라이트가 역사를 왜곡하는 정치적 동기는 한국 보수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핵심에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주장은 몇 가지 사료들과 통계를 근거로 삼지만 맥락이나 국면, 의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완전히 무시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식민지 근대화론은 조선총독부의 부정확한 통계 기록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할 뿐 아니라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를 남긴다"라면서 "이러한 속류적 사이비 실증주의의 폐해를 가장 심각하게 드러내는 것이 종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다수 언론은 아주 쉬운 길을 선택하지만 그래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진실이 어딘가에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안일하게 믿고 있는 동안 진실은 점점 더 갈수록 빠르게 극우로 기울게 된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