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2리 마을 회관. 조곡산업단지 건설을 취소시킨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을 잔치를 하고 있다. ⓒ 이재환
"꿈만 같다. 너무 기쁘다."
조곡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해 왔던 충남 예산군 신암면 주민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난 5일 SK에코플랜트는 예산군과 충남도에 산업단지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주민들의 산업단지 반대 투쟁도 4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11일 오전 신암면 조곡2리 새마을회관에서는 주민들이 승리를 자축하며 마을 잔치를 벌였다. 긴 투쟁에 지쳤던 고령의 주민들은 이날만큼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마을 잔치 직전 주민들은 '조곡산업단지 취소'를 자축하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날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들의 노력으로 산업단지 건설이 멈춰 섰다"라면서 "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매립장뿐 아니라 산업단지까지 막아낸 쾌거이다. 지난 2021년 8월 예산군과 SK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 4년 3개월 만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농사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다. 농민이기도 한 장동진 주민대책위원장은 "이제 대책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라면서 "그동안 많은 분들의 지지와 관심으로 이 싸움이 승리로 끝난 것 같다. 큰 힘이 됐다. 조곡산단 취소는 함께한 모든 분들의 승리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마음 놓고 즐기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신암면 주민 조순희씨는 "끈질기게 싸우고 버티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싸웠다"라며 "무엇보다 주민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과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의 도움이 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이제는 마음 편히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꿈만 같고 너무 기쁘다"라고 웃어 보였다.

▲11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2리 마을회관에서 조곡산단 건설을 막은 주민들과 지역 활동가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이재환
▲조곡산업단지 취소 자축 마을잔치
이재환
이날 '조곡산단 취소' 기념 마을 잔치에는 농본과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도 함께했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두 단체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하승수 농본 대표변호사는 "너무 기쁘고 좋은 날이다. 마을의 주인은 주민들이다. 주민들의 동의없이는 어떤 사업도 추진되어선 안 된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다시는 마음 졸이고 고통받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라며 "신암면 주민들이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도 이 성공 사례를 퍼트려 주길 바란다. 조곡 산단 사례가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도 희망이 되길 바란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민원 때문에 경북의 한 지역에 다녀왔다.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해서 농지와 임야를 파헤치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 산업단지가 분양이 안 되자, 업체가 폐기물 매립장 허가를 받겠다고 나서고 있다. 산업단지를 지어도 입주가 안되는 곳이 많다. 지자체들은 지역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계속 산단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조곡 주민들이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충남 예산군 조곡2리 마을 회관. 지난 4년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 이재환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조곡산업단지 취소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이제 주민들이 승리한 것이 실감이 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산업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막은 것도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산업단지 취소까지 이루어낸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끝까지 싸워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평가했다.
조곡산업단지 투쟁은 2021년 SK에코플랜트와 예산군이 산업단지 조성 협약을 맺으며 시작됐다. 2022년 8월 31일 예산군 군청 앞 집회, 2023년 8월 17일 도청 집회 등 수많은 집회와 1인 시위(충남도청 앞)를 이어왔다. 2024년 11월 13일에는 서울 SK 본사 앞에서 '산업단지에서 산폐장을 빼고, 산단 면적을 줄여야 한다'며 SK를 압박했다. 4년간의 투쟁으로 산업단지 조성을 무산시켰다.

▲11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2리 마을 회관에 마을 잔치 음식이 놓여 있다. ⓒ 이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