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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들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환호하고 있다. 부녀는 2009년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 배우자이자 친모 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지난해 재심 개시가 결정돼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0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들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환호하고 있다. 부녀는 2009년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 배우자이자 친모 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지난해 재심 개시가 결정돼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2009년 7월, 전남 순천의 한 마을에서 4명이 막걸리를 마시다가 2명이 숨지는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부녀는 지난 10월 28일 열린 재심에서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16년 만이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재심 전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변호 맡으며 관심받았다. 특히 박 변호사는 재심을 준비하며 '무죄 나올 것'을 확신했다. 무죄 판결을 끌어낸 그의 소회가 어떤지 듣기 위해 지난 6일 박 변호사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무죄지만 들뜨지 않았다, 기쁨보다 책임감이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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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8일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이끌어내셨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무죄 선고 뒤 언론의 관심이 상당히 많았고요. 또 검사의 상고 포기와 사과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경찰의 재수사까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조금 차분해지면 재심을 준비할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이 사건의 의미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가치나 사람이 없는지도 살펴봐야겠죠. 무죄 선고 이후 소회나 감회를 묻는 질문이 꽤 많은데, 저는 지금 제 감정의 실체를 잘 모르겠어요."

- 왜요?

"일단 정신없이 바빴고요. 정말 많은 칭찬이나 격려를 받다 보니 들뜬 마음인 건 맞는데, 그 들뜬 마음속 감정의 본질을 잘 모르겠어요."

- 예전과 차이가 있나요? 재심 사건을 여러 번 맡아보셨잖아요.

"기쁜 마음은 다를 게 없어요. '왜 이런 느낌일까' 잠시 생각해 봤어요. 이 사건은 재심 청구를 준비할 당시부터 조사 영상과 검사가 제출하지 않았던 수사 기록 보면서 재심과 무죄가 확실하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조금도 흔들림 없이 유지됐던 사건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회나 감흥을 말할 만큼 극적인 감정은 솔직히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무덤덤했다고 표현하기도 어렵습니다. 사건을 오랫동안 방치한 제 책임을 떠올리면 미안한 마음이 크고요. 이번 판결의 의미를 살려 약자에 대한 수사와 재판 환경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감도 무겁게 느낍니다."

- 당사자분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기뻐하셨죠. 다만 아버지는 자기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여러 기자의 질문을 대신 전하는 일도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말을 끌어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말씀과 표정, 행동이 전하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주에 가족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선고 당시의 감정을 차분히 여쭤보려 합니다."

"재심 준비 4년 반, 논리와 사실로 설득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 부녀가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난 10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부녀 측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가 소회를 밝히고 있다. 부녀는 2009년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 배우자이자 친모 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지난해 재심 개시가 결정돼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 부녀가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난 10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부녀 측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가 소회를 밝히고 있다. 부녀는 2009년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 배우자이자 친모 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지난해 재심 개시가 결정돼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 재심 신청 2022년에 하셨잖아요. 오래 걸린 건가요?

"재심 청구는 2022년 1월에 했고, 준비는 그보다 앞선 2021년 초부터 시작했습니다. 준비 단계까지 포함하면 결론까지 약 4년 반이 걸린 셈입니다. 다른 재심 사건들과 비교하면 특별히 오래 걸린 편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당사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거의 5년에 이르는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억울함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 사건, 과거 유죄 판결의 문제점을 그대로 두기 어려운 사건의 경우 법원에서 보다 신속하고 집중적인 심리를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만 판사들 또한 격무에 시달리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는 데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 재심 과정은 어땠나요?

"재심 과정은 청구 이후에도 계속 논리와 사실로 판사를 설득해 가는 일입니다. 재심 사유를 주장하고 입증하는 전 과정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백 없이 채워 나가는 작업이죠. 그래서 청구 후에도 여러 차례 보충서를 제출하며 주장과 증거를 계속 보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주신 분들이 있습니다. 김태경 서원대 교수님께서는 조사 영상과 조서를 일일이 대조하시며, 영상에 드러난 조사 과정의 문제점과 부녀의 진술 취약성을 전문가의 시각에서 아주 세밀하게 분석해 주셨습니다.

또 권선범 중앙대 교수님께서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청산염과 관련해 실제 막걸리에 들어간 청산염의 양과 자백에서 말한 투입량의 괴리를 과학적으로 짚어 주셨고, 자백에서 말하는 시점이 아니라 그 이후 청산염이 투입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두 분께 그동안 제대로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 재심에서 결정적인 건 뭐였다고 보세요?

"결정적인 증거는 검찰 조사 영상이었습니다. 강압, 회유, 기망, 유도, 암시 등 문제 많은 수사가 영상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실제 문답 내용과 조서 기재 내용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점, 다시 말해 실제 진술과 다르게 조서가 작성됐다는 사실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를 진술의 왜곡, 조서의 허위 작성이라고 지적했고, 그 점이 재심의 주요 쟁점이 됐습니다. 증인 신문 과정에서도 수사관에게 직접 영상을 보여주며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자백 압박하려던 영상, 오히려 무죄의 증거로"

 10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부녀는 2009년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 배우자이자 친모 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지난해 재심 개시가 결정돼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부녀는 2009년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 배우자이자 친모 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지난해 재심 개시가 결정돼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 검찰은 영상 녹화한 걸 후회하겠네요. 그게 없었으면 못 밝혔을 수도 있잖아요.

"검찰도 촬영 당시에는 이 영상이 수사의 위법성을 드러내는 증거가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자백을 압박하고 번복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건데, 재심에서는 오히려 무죄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으니 참으로 역설적인 결과입니다."

- 영상 녹화 재생했을 때 검찰이나 재판부 반응은 어땠나요?

"겉으로 드러나게 당혹해 하는 반응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다만 영상을 지켜보며 속으로는 '어떻게 이런 방식의 수사가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록과 영상을 조금만 꼼꼼히 봐도 상식적인 기준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수사였으니까요."

- 지난 4일 검찰이 상고 포기한다고 밝혔는데, 그럼 무죄가 확정된 건가요?

"네. 상고 포기를 했고 실제로 상고 기간 내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는 확정이 됐습니다."

"법·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 대하는 태도의 문제"

- 검찰의 사과도 있었나요?

"네, 검찰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반성과 함께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법과 제도의 손질도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사람 대하는 태도'라고 봅니다.

가진 게 없거나,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장애가 있거나, 그 의심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삶과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시각 없이 오로지 실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대했던 게 이 사건의 본질적 문제였습니다.

수사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경계하고, 겸손한 자세로 인권을 우선에 두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는 한 같은 문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부녀가 13년가량 복역한 거잖아요. 피해 보상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형사보상과 국가배상, 두 가지 절차가 있습니다. 금전적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방안입니다. 형사보상은 무죄 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청구하는 것으로, 국가배상보다 절차가 간이합니다. 이번 달 안에 청구할 예정입니다.

국가배상청구는 보다 정교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수사 과정의 위법과 그로 인한 손해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년 초 제기를 목표로 준비 중이고, 다음 주에 가족들과 만나 관련 방향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약자 향한 수사, 존중과 책임 위에서 이루어져야"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 부녀가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난 10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부녀 측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가 소회를 밝히고 있다. 부녀는 2009년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 배우자이자 친모 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지난해 재심 개시가 결정돼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10.28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 부녀가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난 10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부녀 측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가 소회를 밝히고 있다. 부녀는 2009년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 배우자이자 친모 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지난해 재심 개시가 결정돼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10.28 ⓒ 연합뉴스

- 진범은 아직 안 잡힌 거잖아요. 제보는 있나요?

"저에게 직접 진범 관련 제보가 온 적은 없습니다. 경찰이 재수사를 통해 의심되는 인물의 주변을 탐문하고 제보도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청산가리 사건의 진범과 관련해 무언가를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경찰에 정보를 제공해 주시길 바랍니다. 작은 단서라도 진실을 밝히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요.

"그렇죠. 시간이 흐른 만큼 진실 규명에 현실적 한계와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가족들도, 저도 모두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건 당시처럼 대대적인 수사팀을 꾸리라고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적정 규모의 팀을 구성해 차분하고 진지하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청산가리 사건 무죄 이후 여러 인터뷰를 했지만, 오늘 기자님과의 인터뷰는 특히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기자님께서는 직접 장애를 겪으시면서 기사로 이해와 공감, 변화를 이야기해 오셨잖아요.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의심되는 분들처럼, 사법 절차에서 더 많은 배려와 보호받아야 할 분들이 오히려 실적 중심의 수사 과정에서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은 그런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이기도 합니다. 억울하게 옥살이하신 분들의 고통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어떤 배려와 절차적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다시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이 그 점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고, 약자를 향한 수사가 보다 존중과 책임 위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박준영#청산가리막걸리사인사건#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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