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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특별한 일 없으면 밥 먹듯이 매일 바다에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다에 들어가 맨 손으로 문어를 잡고 바다에서 노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집을 스스로 설계하고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집도 직접 지었습니다. 소설가이자 뮤지션인 남편과 유기견이던 강아지들과 고양이들과 닭과 함께 살아가는 강선제(아래 선제) 님을 10월 말 한 카페에서 만나 사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겨울이면 귤밭에서 시간을 보내는 강선제 부부
겨울이면 귤밭에서 시간을 보내는 강선제 부부 ⓒ 강선제

- 매일 바다에 들어가는 선제 님은 그 무엇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바다'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부산의 영도라는 섬에서 태어나 거기서 열다섯 살까지 살았어요. 산에 가서는 소나무 타고 놀고 바다에 가서는 게랑 물고기 잡으면서 놀고 그랬어요. 산이랑 바다가 같이 있는 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도시로 나와 살며 잊었던 기억들이, 제주라는 섬에 오면서 예전의 기억들이 다 떠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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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생각하면 고향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성인이 되고 나서 제주 오기 전까지 바다는 그냥 여행 다니는 관광지였어요. 30대쯤에 해외의 오지 섬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제게 그때의 바다는 휴양지였어요. 그러다가 사십이 되어 제주에 왔는데 이후의 바다는 일상의 바다, 생활밀착형 바다가 되었지요."

- 어릴 때 바다에 들어가 놀았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요? 어떤 기억이 있는지요?

"무서웠어요. 지금도 바다는 계속 무서워요. 바다 근처에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 경험이 있을 거예요. 주변 사람이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일이요. 저도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반 반장이 사고를 당했고요. 한 동네 살던 분이 태풍으로 배가 전복되어 사고당한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바다는 포근하고 좋지만 동시에 무서운 곳이에요. 자연은 순식간에 우리 삶을 끝나게 만드는 곳이라는 걸 알기에 바다는 좋기도 하지만 몹시 무섭기도 한 곳, 그런 양가감정이 있어요. 지금도 매일 바다를 가지만 바다는 만만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 제주에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제주에 오기 전에는 '보일라(Voila)'라는 독립문화예술잡지를 만들었어요. 2002년 처음 발간해 10년 넘게 발행했고요. 무료로 배포한 독립예술잡지로는 최장 기간이었죠. 보일라는 프랑스어로 감탄사 '자 봐, 어때'라는 뜻인데요. 부산 지역을 거점으로 제작한 잡지였어요.

제가 부산에서 미대를 나왔는데 모든 문화예술이 서울로 몰리면서 지역의 작가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잡지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문화예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다닐 때 '무궁화 야학'이라는 오래된 노동야학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야학 교사를 했어요. 10대의 공장 노동자부터 60세 넘어 70대가 되어서도 뒤늦게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야학에 글쓰기 모임, 노래패, 풍물패 같은 모임들이 많았는데요. 문화 예술로 사람들이 만나면 누구라도 행복해지는구나, 그런 걸 알게 되었죠."

 청춘을 보내며 열중한 독립문화예술잡지 '보일라'
청춘을 보내며 열중한 독립문화예술잡지 '보일라' ⓒ 강선제

- 미대를 다니고 야학 교사를 하다가 어쩌다 독립문화예술잡지를 만들게 된 건가요?

"재능 많은 한 친구가 사회적으로 권위 있는 주류의 어떤 사람에게 작업물을 도둑맞은 상황을 알게 되었어요. 변방의 가난하고 힘없는 젊은 작가들이 설 곳이 없는 상황을 보며 이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직접 잡지사를 만들어 작가들과 이들의 작품을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하며 시작한 거죠.

10년 정도 했는데 무료로 배포하다 보니 운영비를 만들어야 해서 제가 출판사랑 기획사를 같이 했어요. 기획사로 돈 벌어 잡지 만드는 비용을 충당한 거죠. 처음엔 지역 잡지로 만들었는데 예술가가 지역에 한정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전국구가 된 거예요.

부산에서 거리문화 축제도 운영했어요. 서울에는 독립예술축제 '프린지'가 있잖아요. 그게 너무 부러워서 주변 사람들과 '재미난 복수'라는 거리문화 축제를 만들었어요. 재미있게 사는 게 위정자들에게 최고의 복수다, 위정자들에게 최고의 복수는 내 인생이 재미있어지는 거다, 그런 취지로 만들어진 축제요. 20대와 40대까지를 그렇게 보냈어요."

- 그동안 놀라운 일들을 많이 하셨군요. 오랫동안 독립예술잡지 만들고 거리문화 축제도 진행하고 출판사와 기획사도 운영했다니 엄청난 시간들을 보내오신 것 같습니다. 그 시간들이 선제 님에게는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힘들기도 했지만 되게 재미있었어요. 지역에서 출발한 잡지가 전국구가 되고 전국의 예술가들과 소통의 장이 되고 문화공간이 되는 것이 뿌듯했어요. 돈 안 되는 잡지 만들어야 해서 출판사, 기획사를 운영했는데 다행히 그 일이 잘 되었어요. 제주에 와서 멈추기는 했지만 지금도 의뢰를 받아 간간이, 일 년에 몇 번씩 편집 일을 하고 있어요. 드러내놓고 하진 않아요. 이제는 몸 쓰는 일을 하며 살고 싶거든요."

 바다에 입수하려고 준비하는 모습
바다에 입수하려고 준비하는 모습 ⓒ 강선제

- 제주에는 어떻게 오게 된 건가요?

"남편이 소설가인데요. 어떤 분이 제주 서귀포에 공간을 내어 주며 젊은 작가들이 4개월 동안 작업실로 사용하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셨어요. 그전에 제주도를 자주 오기는 했지만 4개월 동안 머물러 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머물면서 바다에 들어갔더니 너무 좋더라고요. 보목 바다였는데 그 바다에 반해 버렸어요. 들어간 첫날, 문어 네 마리를 봤고요. 소라도, 전복도 봤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사실 해녀들이 씨 뿌린 바다였던 거예요. 그래도 문어가 들어와 살고 있는 걸 보면서 너무 재미있는 곳이라 생각했어요. 물속이 이렇게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는 곳이라니 신기했죠.

4개월이 끝나 가는데 때마침 제게 제주지역 문화예술인 인터뷰 의뢰가 들어왔어요. 그렇게 제주에 머물다가 아예 정착할 마음을 먹었죠. 집 구하고 땅 구해서 아예 제주로 넘어왔습니다. 그런데 바다가 이전의 바다가 아니었어요. 해외의 바다에도 여러 번 가봤는데 그때의 바다는 스노클링 하는 체험형 바다였는데 이때의 제주 바다는 달랐어요. 해녀들이 씨를 뿌리고 채취해서 바로 먹거리로 전환되는 걸 눈앞에서 본 거예요.

이것만큼 아름답고 좋은 순환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주로 이사해 와서는 매일매일 바다에 갔어요. 해녀들의 작업공간이 아닌 바다에서 문어를 잡고 게를 잡고 남편이 그걸 요리해 손님들과 같이 먹었죠. 마트에서 사거나 인터넷에서 주문하지 않고 바다에 나가 내가 숨을 참아 잡아 오면 그게 음식으로 되는 삶, 그게 특별했어요. 제가 마치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포비'가 된 느낌이었죠."

- 지금 살고 계신 집을 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지으셨다고 들었어요. 집을 짓는 건 그 분야의 전문가가 하는 걸로 아는데 선제 님은 어떻게 그게 가능했나요?

"한동안 제주도에 건축 바람이 불었는데요. 목조 주택을 짓고 나면 버려지는 건축 폐기물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그 나무 자투리들을 가져와 조립해 가구를 만들어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처음엔 의자를 만들었고 그다음엔 집의 창틀을 리모델링해봤어요. 새로 사지 않고 재활용한 거니 일단 쓰레기를 줄였고 집도 예뻐지니까 너무 뿌듯했어요. 이후엔 곳곳의 공사장에 다니면서 남는 폐기물 가지고 이것저것 계속 만들었고 그러다 보니 장비 기술도 익히게 된 거예요.

누가 선룸 만들어 달라거나 테라스 깔아야 된다 하면 만들어줬고요. 제가 원래 편집 디자이너로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이잖아요. 포토샵, 일러스트 같은 걸 직업적으로 잘 다루는데 건축 분야에도 설계하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그걸 사용하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적성에도 잘 맞았어요. 이후엔 제주로 이주하는 지인들 집도 지어주게 되었죠."

 직접 설계하고 집을 짓는 모습
직접 설계하고 집을 짓는 모습 ⓒ 강선제
- 설계를 넘어 직접 도구를 들고 꼭대기에 올라가 지붕 올리는 모습을 SNS에서 봤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성별고정관념을 또 한 번 깨 주는 훌륭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는 파란의 회원이 되셨던데 회원으로 가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바다를 너무 사랑해요. 제주에 온 지 10년이 됐어도 지금도 거의 매일 바다에 가요. 바다를 걷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안을 받습니다. 좋아하는 걸 10분이든 20분이든 자주 하는 게 행복한 일이라고 하던데 저는 짧은 시간이라도 자주 하고 매일 하니까 인생이 행복하더라고요. 그렇게 바다를 자주 가다 보니 이제 보이는 거예요. 바다가 변하고 해초들이 없어지고 해양 쓰레기가 늘어나는 게.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바다가 너무 시달리고 힘들어하니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바다 쓰레기도 줍고 하는데 그걸로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사랑하는 바다의 웅덩이가 있는데 얼마 전에 거기가 다 죽었어요. 마을의 어느 단체에서 바다 쓰레기 모아 사람들 안 보이는 암반 뒤에서 태웠거든요. 똑같은 파란 바다로 보이지만 물속으로 들어가 모래를 탁 치면 그 밑이 시커매요. 그런 일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그 안에 살던 해조류도 사라지고 문어도 사라져요.

바다 쓰레기도 너무 많이 버려지는데 만조가 되고 태풍이 오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싹 사라져요. 바다가 넉넉하고 자비롭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실제로 안에 들어가 보면 엉망진창인데 차 몰고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잘 몰라요. 기괴하게 변해가는 바닷속과는 달리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 바다는 아름다울 뿐이죠. 파란은 바다를 지키려는 단체잖아요. 그런 일 하는 곳이라는 말 듣고 너무 필요한 단체라는 생각이 들어 저도 힘을 보태고 싶었고 바로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제주에서 돌담 작업을 하는 모습
제주에서 돌담 작업을 하는 모습 ⓒ 강선제

- 얼마 전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활동 중 하나인 '바다숲탐사대'에 결합하셨잖아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좋았던 점은 내가 맨날 가는 바다에 어떤 해조류가 사는지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벅차게 좋았어요. 그러면서도 이 정도 기록으로 되나 싶었는데 그건 제가 처음 탐사대에 임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기록하기보다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며 다른 사람이 잘하겠지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두 번째 조사 때는 내가 기록하고 내가 챙기고 내가 자료집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래야만 부끄럽지 않은 자료집이 되겠구나 싶었거든요. 어설프게 조사해서 잘못된 데이터가 기록되면 그건 정말 의미 없잖아요. 해조류 관련한 자료집이 시민들의 일상과 가장 가깝고 제주의 유구한 역사를 볼 때도 해조류로 요리했던 여성들, 해녀들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걸 기록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제 주변에 좀 더 사람을 찾아서 함께 해야겠다 싶어요."

- 제주 바다에 대해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나요?

"제주 바다가 사랑받는 바다가 되면 좋겠어요. 제게 지금의 바다는 채취하는 바다인데요. 저는 지금의 바다를 제일 사랑해요. 해녀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물건'으로 자식들 먹이고 살아간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건 아니지만 잠깐씩 바다에 나가 작은 것이라도 들고 와서 먹는 일이 행복해요. 해녀들의 채취 구간, 금채기 같은 것 잘 지키며 그 외의 바다에 들어가는데요. 바다가 내게 먹을 것을 주고 그것이 나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물 위에서만 보는 바다가 아니라 물속으로 들어가 보는 바다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면 좋겠어요. 연안을 둘러싼 양식장의 실태도 보고 빠르게 없어져가는 해조류의 실태도 보고 더 많은 해초를 보면서 하나하나의 이름도 알아가면 좋겠어요. 물 위만 보는 게 아니라 물속을 봐야 진짜 바다가 보인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바다랑 친밀해져야 한다는 거예요."

 유기견 세 마리를 입양하고 매일 산책을 나가며 지내는 모습
유기견 세 마리를 입양하고 매일 산책을 나가며 지내는 모습 ⓒ 강선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제주바다#해양시민과학센터파란#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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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제주바다에서 기후위기에 맞서는 사람들

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 제주에 살고 있다. 섬과 뭍을 오가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홍시'라는 별칭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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