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풀 사이로, 시흥 갯골생태공원 전망대가 우뚝 서 있다. ⓒ 박정길
가을 햇살이 억새풀 사이로 부서지는 시흥갯골생태공원.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 사이로 흔들전망대가 우뚝 솟아 있다. 바람이 스치며 내는 은은한 소리에 산책길을 걷던 시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지난 5일 찾은 현장은 가을 정취로 물들어 있었다. 은빛 억새가 바다처럼 출렁이고, 붉은 칠면초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린 듯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A씨는 "억새가 하늘과 맞닿은 듯 펼쳐져 정말 아름답다"며 "사진으로 볼 때보다 훨씬 웅장하고, 자연이 주는 힐링이 크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시흥갯골생태공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한때 소금을 생산하던 폐염전이었고, 시민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되살아난 생태 복원의 상징이다.
1934년 일제강점기에 착공된 소래염전은 서울 근교에서 마지막까지 운영되던 염전이었다. 1937년 준공된 이후 천일염을 생산하며 지역의 생계를 책임졌지만, 1990년대 들어 값싼 수입 소금이 들어오면서 1996년 문을 닫았다. 이후 염전은 오랫동안 방치되었고, 염생식물과 갯골 생태가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이 위기를 되돌린 것은 시민과 지역의 노력이었다.
시흥갯골생태공원 문화관광 해설사 박영은씨는 "2009년에 공원 조성이 시작돼 2014년에 완공됐다"며 "갯벌 생태의 고유성을 보존하고 염전의 문화유산을 살리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고 말했다.
박 해설사는 "시민들이 직접 생태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어린이와 가족 단위의 환경 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며 "단순히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생태공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흥갯골생태공원은 약 45만 평 부지에 억새밭과 염전, 체험장, 흔들전망대, 캠핑장, 교육관 등이 어우러진 복합 생태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특히 흔들전망대는 공원의 상징으로,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다.
시흥시청 관광과 한창만 주무관은 "2023년에는 약 20만 명, 2024년에는 27만 명이 방문했고, 올해 연말에는 27만에서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시흥갯골생태공원은 생태 보존과 시민 휴식이 공존하는 모범 사례"라며 "억새와 갈대가 만들어내는 자연경관 덕분에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폐염전이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이곳은 자연의 회복력과 시민의 관심이 만나면 어떤 변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주말에 시흥을 찾는다면 흔들전망대에 올라 부드러운 가을 바람을 맞으며, 억새와 염생식물이 빚어내는 풍경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자연 속 산책과 함께 잊혀가는 해안 문화의 흔적까지 되새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대한민국 대표 도시, K-시흥시”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 박정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