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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먹는샘물(생수) 관리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품질 안전 강화와 지속가능한 지하수 개발을 위해 허가 절차의 구체성과 실효성을 높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단계에서 지하수 관리 주체로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과연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생수 공장의 과도한 취수로 지하수 고갈 등의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직접 방문해 마을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생수 산업은 일회용 플라스틱 페트병의 문제를 넘어 마을에서 도시로 새어나가는 '물'의 문제와 직결된다. 오늘 하루 손쉽게 소비하고 내버린 생수 한 병, 그 속에 숨은 인간과 환경의 고통을 알리고자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들어선 생수 공장의 관정, 과거 지하수 개발로 싱크홀이 생긴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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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공사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누군가 우리 마당에 우물을 뚫고 있었다. 참으로 기상천외한 일이 아닌가? 여기서 '마당'을 '마을'로 바꾸면 제천시 송학면 송한리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가 된다. 우물(관정)은 다름아닌 마을에 생수 공장을 세우겠다는 업체에서 뚫은 것이었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10월 15일 충북 제천시 송학면 송한리의 주민들을 만나 생수 취수로 인한 피해 실태를 조사했다. 대책위원회 조애형 위원장에게 인터뷰를 청했으나 어느새 주민 십여 명이 마을회관에 둘러앉았다. 생수 공장 걱정에 여념 없는 어르신들이 한 달음에 달려나온 것이다.

 송한2리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모여 앉아있다
송한2리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모여 앉아있다 ⓒ 여성환경연대

"저희 다 농민들이고 여기 상수도가 없어요. 다 우리가 마시는 물이고 논에도 충당을 해야하는데 갑자기 와서 이거 계속 퍼가겠다는 거잖아요. 우리는 용납할 수가 없어요."

업체가 이 송학면 송한리에 생수 공장을 세워 취수하겠다고 밝힌 지하수 양은 하루 1390톤이다. 24년 기준 전국의 먹는샘물 제조업체 60곳 중 9곳만이 이보다 많은 양을 취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많은 양이다.

주민들은 곧이어 자그마한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여러 집들 사이 위치한 마을의 공동 빨래터였다. 업체가 뚫어놓은 관정과 단 100m 가량 떨어져 있었다. 임시 관정이 설치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 빨래터가 가물어버렸다.

 송한2리 공동 빨래터의 수위가 바닥까지 낮아졌다
송한2리 공동 빨래터의 수위가 바닥까지 낮아졌다 ⓒ 송한2리 대책위원회

"가뭄이 오고 홍수가 와도 물길이 일정하게 유지되던 곳이 여기였어요. 항상 수량이 충분했다고요. 그런데 저 우물이 뚫리자마자 물길이 이렇게 바짝 말랐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 이게 증거 아닙니까. 그런데 환경청은 주민들에게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근거를 대라고 합니다. 여기에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합니까..."

주민들은 이 마을의 물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1995년에는 양어장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하루 동안 물을 퍼냈더니 인근 연못 수위가 낮아져 취소되었고, 곧이어 온천수 개발도 이어졌지만 온도가 맞지 않아 취소되었다는 설명이었다. 게다가 개발 시도 당시 마을에 커다란 싱크홀이 생겼었다며 우려 섞인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리고 1년 전, 수십년 만에 마을에 또다시 작은 싱크홀이 생겼다. 또다시 지하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의 일이었다.

 2024년 10월 송한리에 또다시 작은 싱크홀이 생겼다
2024년 10월 송한리에 또다시 작은 싱크홀이 생겼다 ⓒ 송한2리 대책위원회

거주 주민 권리보다 기업 이익 우선하는 현행법?

주민들은 현재 생수 공장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주민들과 일절 상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주민들이 상황을 알게된 것은 2021년 봄의 일이었다.

"갑자기 마을에 뭔 소리가 나서 봤더니 기계로 공사를 하고 있었어요. 누가 마시려고 파나, 저희는 내용을 잘 모르니까 며칠은 보고만 있었죠. 근데 며칠만에 나오는 물이 줄더니 나와도 흙탕물이 나오는 거에요. 물 마시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알았어요."

그제서야 주변의 도움으로 도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되었다고 한다. 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걸까?

 송한2리에 생수공장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송한2리에 생수공장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여성환경연대

발단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해당 업체(A샘물)는 충청북도에 해당 지역 샘물 개발에 대한 허가를 신청했고, 당시 환경영향조사 미제출을 이유로 허가는 취소되었다. '먹는물관리법 시행규칙' 제3조1항에 따르면 "샘물 또는 염지하수의 개발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 환경영향조사에 관한 서류를 (…) 시/도지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체가 관정을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허가 취소 이후 충청북도가 업체에 임시 허가를 반복적으로 발급해왔기 때문이다. '먹는물관리법' 제10조는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관한 서류를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간에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샘물 등의 개발을 임시 허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모든 과정이 설명회 하나 없이 주민들의 의사를 고려않고 진행되는 것이 말이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생수 개발이 근거하고 있는 법령 먹는물관리법에는 생수 개발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 청취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먹는물을 관리하고자 하는 법안이 실제 그 물을 먹고 사는 이들의 권리를 전혀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문제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업체가 제출한 환경영향조사서는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심의되고 있다. 주민들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는 과정 속에서 답답함과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업체는 지난 2023년 도의 개발 허가 취소 처분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항소심까지 승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가 재판 전에 이뤄지지 않아 업체의 사업 추진에 일종의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다.

"'마을 발전 기금' 필요 없다, 우리는 이대로 행복하다"

주민들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어떻게든 찾아내고 있다. 대통령실에 편지를 써보기도 하고, 6월에는 마을총회를 열어 송한리 마을 인구 98%, 주민 143명의 반대 서명을 받았다. 8월에는 이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식 민원을 접수하여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고, 9월에는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원정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서는 송한리 주민들과 제천시 이장협의회 등 100여 명이 환경영향심사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한 주민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논리는 그런 거예요. 공장이 들어오면 사람이 들어오고 사람이 들어오면 경제가 활성화될 거 아니냐, 마을이 발전할 거 아니냐. 근데 우리는 마을발전기금 그런 거 필요 없어요. 지금도 충분히 잘 살고 있어요. 우리는 이대로 행복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김형국 제천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생수 개발에서 가허가가 되고나면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버려 되돌리려 하지 않는다"며 "가허가 과정에서부터 공청회 등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수 공장은 전국의 작은 마을 곳곳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며 주민들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공장이 지어지는 마을 대부분은 면 단위로, 거주 주민들이 많지 않거나 인구가 노령화되어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과학'을 표방하는 사업자와 행정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실상 그 '과학'은 실제 현장의 피해와 유리되어 있어 사업자의 개발을 위한 근거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주민과 사업자 간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힘이 기울어진 대립관계인 것이다.

극심해지는 기후위기와 생수 산업의 성장 속에서 누적되는 지하수 고갈은 앞으로 지역 곳곳에서 더 많은 분쟁들을 불러올 것이다. 자본의 논리가 지역 주민 몫의 물을 일방적으로 빼앗아가지 않도록,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생수산업#지하수고갈#플라스틱생수#제천생수#주민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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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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