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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24 16:09최종 업데이트 25.10.24 16:57

'편한 일' 오해 금물, 학교 사서의 일과입니다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학교도서관 교육공무직 사서 서정은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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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노동자에게 책은 가장 중요한 업무 수단이자 근골격계 부담 요인이다. 책상 위에 활짝 펼쳐 놓고 볼 땐 깜빡 잊다가도, 가방 속에 집어넣고 나면 비로소 책 한 권의 무게를 실감한다. 매일 학교 도서관에서 서가에 꽂혀 있는 수만 권의 책들을 제자리에 배열하고 파본을 찾아내 보수하거나 교체하는 일, 하루에도 수백 번씩 해야 하는 이 작업(서가 정리)은 사서가 하는 여러 업무 중 일부에 불과하다.

학교도서관 사서가 하는 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경기도 양평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육공무직(무기계약직) 사서로 일하는 서정은님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9월 11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서정은님은 '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에 교육노동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서정은님은 '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에 교육노동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 임용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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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책을 좋아하니 도서관 사서 일이 딱 알맞겠다."

학창 시절 책을 유난히 좋아했던 서정은님은 어머니의 이 한마디가 본인의 진로 선택에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은님은 원래 문예창작학과 진학을 꿈꾸는 작가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조언에 힘입어(!) 문헌정보학과로 이내 방향을 틀었다. 때마침 정은님이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학교도서관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도서관이라는 이름만 붙었지 그동안 입시 공부를 위한 자습실로 운영되다시피 한 학교도서관이 살아나자, 정은님은 또래 친구들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취업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저는 아이들을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우연찮게 이 직업을 선택했는데, 일을 하면서 제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한단 걸 느끼게 돼서 '어쩜 이렇게 나랑 잘 맞지?' 스스로 감탄할 정도였어요."

평소 좋아하던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만으로도 크나큰 행운이라고 그는 여겼다. 온종일 책더미와 씨름하며, 때로는 아이들과 부대끼며 지낼 것 같은 학교 사서의 실제 생활이 궁금했다.

"보통 아침 8시 반에 하루 일과를 시작해서 오후 4시 반이면 업무를 마치는데요. 점심시간에도 저희는 업무를 잠시도 멈출 수 없어요. 학생들 점심 먹기 전에 끼니를 후다닥 해치우고 다시 복귀하면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주로 이때 많이 이뤄지는 반납 대출도 처리해야 하거든요. 8시간 꼬박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답니다."

디테일이 드러나지 않을 때 세상 사람들의 편견은 쉽게 움튼다. 사서 일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꽤 많은 사람이 사서 업무를 '앉아서 하는 편한 일'이라고 오해한다. 세간의 통념과는 달리 학교도서관 사서는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책과 사람이 머무는 공간 정도로 도서관의 역할을 한정한다면 사서의 일을 납작하게 이해할 뿐이라고 정은님은 말했다.

"학교도서관의 가장 큰 기능은 '교수학습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이에요. 예전에는 그냥 취미 공간 정도로 인식돼왔던 게 사실이죠. 그리고 '방과 후 돌봄교실' 이렇게만 보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법률로도 학교도서관은 '교원과 학생의 교수 및 학습 활동을 지원하는 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취지에 맞게 교과 선생님들이 원하는 자료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고, 교과 학습이나 특별학습(계기교육), 학교 행사 등 다양한 교육 활동과 연계한 독서 교육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지원하고 있어요."

이처럼 학교도서관 본연의 목적과 기능은 단지 장서를 쌓아두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은님은 학생들이 교과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것 뿐 아니라, 학교도서관을 통해 새로운 배움과 공동체 활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꼭 책을 읽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냥 편안하고 친숙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소파에 앉아서 좋아하는 책을 친구들과 같이 키득거리며 본다거나, 책갈피 만들기나 필사 체험처럼 아이들이 뭔가 사부작거리며 함께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학교도서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코너라고 생각해요."

갈길 먼 '모두의 평등한 독서교육'

학교도서관을 또 다른 학습과 체험의 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전문성과 책임감도 가볍게 치부되기 마련이다. 이 같은 태도는 사람들의 잘못된 사고방식을 탓하기 전에 교육기관 스스로 만들어 온 것이기도 하다. 현행 학교도서관진흥법 제12조와 시행령은 학교도서관 한 곳당 한 명 이상의 전문인력(사서교사 또는 사서)을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 통계 서비스가 제공하는 학교도서관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국공립학교 및 특수학교 1만 294곳 중 사서교사(정규 교원 및 기간제 포함)가 배치된 곳은 1660곳(16.1%)에 그쳤다. 교원 신분이 아닌 교육공무직 사서 2854명(27.7%)를 포함해도 도서관 전담 인력이 있는 학교는 43.8%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교 어디서나, 학생 누구나' 평등한 독서교육의 기회 보장은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문해력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하다'고 매번 이야기하면서도 보여주기식 사업이나 소수 엘리트 교육에만 치중하는 교육부와 각 교육청의 시스템이 굉장히 문제라고 봐요. 도서관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으면 뭐 하나요. 내실 있게 운영할 전담 인력은 정작 너무 부족하잖아요."

이제껏 교육 당국이 학교도서관 인프라 확충에는 아낌없이 투자했지만, 그 시설을 운영·관리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엔 소극적이었다는 말이다. 그 결과 2018년 2월 학교도서관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 이후 전국 학교도서관 설치율은 99%에 달했지만,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전담 인력 배치는 여전히 4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배치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학교 비중이 훨씬 높았다.

"결국 교육 당국의 재정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전담 인력 배정도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거예요. 전남 같은 곳은 도내 학교도서관을 돌아다니면서 최소한의 도서관 업무만 수행하는 순회사서까지 두고 있어요. 현재 스물아홉 분의 순회사서들이 교육지원청에 소속돼 도내 482개 학교를 돌아다니셔야 해요. 어떨 땐 도서 지역에 있는 학교에 방문했다가 파도 너울이 심해지면 육지로 못 나오기도 한대요. 그럼 다음 날 다른 학교를 가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밖에 없죠. 또 한 달에 한 번도 못 가는 학교가 많다 보니 일반 교사의 업무 과중 문제까지 덩달아 생기고요."

도서관은 '위험 제로 지대'가 아니다

교육 당국의 무관심과 무책임한 태도는 사서 노동자의 낮은 처우로 이어졌다. 학교도서관 사서의 노동 건강권 침해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여기서도 '세상에 많고 많은 게 궂은 일인데, 사서 일이 험해 봤자 또 얼마나 험하겠어?'라는 반응이 여지없이 따라붙는다. 사서 일을 하다 종이에 손이 베인다든지, 팔다리에 멍이 드는 건 예삿일이라며 정은님은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엔 신간 도서를 검수하다가 날이 바짝 선 종이에 손을 베기도 하고, 서가 정리를 하느라 정신없을 땐 책을 떨어트려 발등을 찍힌다든지 제 몸을 상하게 하는 일도 흔해요. 또 반납 대출이 저희 주 업무라서 컴퓨터나 바코드 입력 작업을 하루에도 수백 번씩 하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손목터널증후군이라든지 손가락 관절염 같은 질환을 앓는 사서 선생님들이 제 주변에도 많아요."

서가 위에 내려앉은 먼지부터 책 틈새에 낀 먼지까지, 도서관 구석구석 숨어있는 먼지도 사서에겐 고역이다.

"서가 위도 그렇고 책 자체도 먼지량이 어마어마해요. 틈날 때마다 미니 청소기로 흡입을 한다고 쳐도 완벽한 제거란 거의 불가능하죠. 그래서 호흡기 질환은 물론이고, 백내장, 녹내장 같은 각종 안질환에 걸린 사서 분들도 많이 봤어요."

이 밖에도 이용자와 관리자, 학부모, 봉사하는 분들, 모두와 함께 일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감정 노동의 무게 역시 버겁다. 흔히 도서관의 3대 요소로 '책, 건물, 사람'을 꼽는다. 제 아무리 최고의 시설과 방대한 장서를 자랑하는 도서관이라 해도, 사람의 자리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면 좋은 도서관이라 보기 힘들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기르기 위해 학교도서관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을 나누며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교육 공무직 사서 서정은님의 이야기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10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임용현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차별없는학교만들기#사서노동자#교육공무직#순회사서#학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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