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츠 배민 추월 언론 보도서울 8개 카드사 결제액 기준으로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을 추월했다. ⓒ KBS 뉴스
최근 배달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8개 카드사 결제액을 합산해 살펴본 결과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아래 배민)을 넘어섰다. 불과 9개월 만이다. 쿠팡은 '로켓와우 멤버십'에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를 결합해, 쇼핑·OTT·배달이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무료배달과 쿠폰을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겉으로는 '무료배달', '소비자 혜택 경쟁'처럼 보이지만, 그 비용은 자영업자와 라이더가 대신 부담한다. 점주는 더 높은 수수료와 광고비를 떠안고, 라이더는 배달 운임 삭감과 위험한 시간제한 미션, 과로를 유도하는 등급제 등 불합리한 제도를 감내해야 한다.
결국 쿠팡의 1위 탈환은 자본력을 비롯한, 이미 보유한 물류·OTT·멤버십 서비스 등 플랫폼 자산의 결합 효과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그 구조적 경쟁력의 이면에는, 여전히 현장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희생이 깔려 있다.
배민과 쿠팡은 서로의 착취 구조를 그대로 답습해왔다. 배민은 '쿠팡플러스'의 배달 라이더 하청 체계를 모방해 '배민플러스'를 도입했고, 할인·쿠폰·광고비 경쟁에 뛰어들었다. 두 플랫폼은 서로를 모방하며 시장 확장에 몰두했고, 그 과정에서 책임과 비용은 모두 라이더와 점주에게 전가됐다. '무료배달'이라는 이름 아래서는 실제로 단가 삭감 경쟁이 벌어졌고, 무리한 미션과 위험한 프로모션이 반복됐다.
배민은 유튜브와의 협력을 통해 구독 서비스 연계 구조를 만들며 쿠팡의 생태계를 모방했고, 쿠팡은 배민의 B마트 모델을 따라 장보기·쇼핑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두 플랫폼은 서로의 방식을 베끼며 '생활 전반을 장악하는 플랫폼' 경쟁에 나섰지만, 그 본질은 혁신이 아니라 통제였다. 화려한 기술과 마케팅의 포장 속에는 '더 빨리, 더 싸게, 더 많이 배달하라'는 압박만 남았다.
결국 이런 경쟁의 결과는 분명하다. 노동자는 더 위험해지고, 상점은 더 불안정해졌다. 플랫폼의 성장은 현장의 희생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공공앱으로까지 옮겨간 착취구조

▲땡겨요 공식 홍보 이미지"할인받아 좋고, 사장님은 부담 덜어 좋고, 지역경제는 살아나서 좋고." 땡겨요의 대표 홍보 문구다. 그러나 이 선순환의 고리에는 노동이 없다. ⓒ 신한은행
문제는 이런 민간식 구조가 이제 '공공앱'으로까지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배달앱 '땡겨요'가 대표적이다. 지자체 예산이 투입된 '공공앱'이라는 간판을 달았지만, 내부 구조를 보면 배민·쿠팡의 복제판에 가깝다.
라이더유니온은 '땡겨요'의 문제를 네 가지로 정리한다.
① 먹깨비 데이터 약탈 논란
공공앱의 출발부터 석연치 않다. 지난 13일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기존 공공배달앱 '먹깨비' 측은 "신한은행이 투자 명목으로 접근해 API 문서와 사업 제안서를 받아놓고, 이후 연락을 끊은 뒤 이듬해 유사한 구조의 '땡겨요'를 출시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정보 취득 후 독자 출시로 이어진 부당한 기술 이용"이라는 것이다. 신한은행 측은 "땡겨요는 자체 개발 플랫폼으로 기술탈취 및 편익을 취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② 배민·쿠팡식 하청 구조 복제
공공배달앱 '땡겨요'는 '땡배달'이라는 위탁망을 운영하며, 바로고 등 민간 배달대행사에 배차 업무를 맡기고 있다. 구조만 놓고 보면 배민과 쿠팡이츠가 사용해온 위탁·하청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앱이라면 배달 과정 전반을 직접 관리·감독해야 하지만, 땡겨요는 이 책임을 민간 대행사에 넘기며 사실상 관리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③ 위험한 '시간제한 미션' 도입

▲땡겨요 땡배달 미션민간 플랫폼의 위험한 경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땡겨요 ⓒ 라이더유니온 (현장제보)
땡겨요는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를 대상으로 "12건 완료 시 2만 원 지급"과 같은 성과형 미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라이더들이 시간 압박 속에서 과속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도록 내몰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민간 플랫폼의 위험한 경쟁 방식을 공공앱이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현재는 시범 운영 단계이지만, 성과형 미션 제도에 대한 공식적인 안전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언제든 과속과 과로를 조장하는 구조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④ 저단가 구조의 답습
라이더들의 제보에 따르면 땡배달의 기본 배달료는 약 2200원 수준으로, 배민과 쿠팡이츠가 운임을 삭감한 이후의 단가와 거의 동일하다. 본래 기본 배달료 3000원은 10년간 유지돼 온 사실상의 최저선이었지만, 2024년 들어 두 플랫폼은 약관 변경을 통해 이를 일방적으로 낮췄다. 동시에 이전 수준의 수입을 보전한다는 명목 아래, 과속과 과로를 부추기는 성과형 제도(미션·등급제 등)를 확대해 왔다.
공공앱이라면 최소한의 배달료 하한선을 설정해 시장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야 하지만, 땡겨요는 오히려 민간 플랫폼의 저단가 정책에 성과형 제도까지 결합한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결국 공공자금이 배달노동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데 쓰이고 있는 셈이다.

▲땡배달 배차 화면배달노동자가 보는 배달어플 내 '땡배달' 배차화면 화면에 보이는 '22'는 배달 운임 2,200원을 의미한다. ⓒ 라이더유니온 (현장제보)
땡겨요 측은 "우리는 배달대행사에게 주문을 중개할 뿐, 라이더를 통제하거나 배달료를 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장 라이더들은 이 주장을 믿지 않는다. 배달대행사는 라이더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땡겨요가 계약을 통해 지정한 업체다.
배달료의 기본 단가, 정산 흐름, 프로모션 조건도 모두 땡겨요가 설계했다. 하청사와 라이더는 그 안에서 움직일 뿐이다. 심지어 앱 화면에는 '땡배달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미션이 공지된다. '땡배달' 이라는 플랫폼 브랜드 이름을 걸어놓고 "우린 관여 안 했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땡겨요는 "중개일 뿐"이라 하고, 바로고는 "앱만 빌려줬다"고 한다. 결국 사고나 불공정이 발생하면 상당한 부담이 라이더에게 전가되지 않겠나.
"공공앱 자격 박탈해야" 상점주도 한목소리
상점주 단체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공플협)'도 최근 '라이더유니온'과의 인터뷰에서 "땡겨요가 배민·쿠팡과 다를 바 없는 통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책임은 훨씬 덜 지고, 공공앱 지위만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는 공공배달플랫폼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즉각 공공앱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앱 내 상위노출 구조가 부담으로 지목된다. 지난 14일 <마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땡겨요는 최근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을 우선 노출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점주가 소비자 부담 배달료 900원을 대신 내야 한다. 명목상으로는 선택 사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900원 할인 조건을 따라야만 상위 노출이 가능해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무료배달을 선택한 점주의 경우, 1만 원 주문 기준 총 수수료율이 51%에 달해 배민·쿠팡이츠(49%)보다 오히려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게다가 고객센터 연결조차 원활하지 않고, 정작 점주나 라이더에게 실질적 책임을 지는 주체는 어디에도 없다.
공공앱이 진짜 공공앱이 되려면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을 비롯한 배달 노동자들이 지난 9월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열린 2025 산재사망 배달노동자 추모 행진에서 산재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공앱이 진정한 공공성을 가지려면 최소한 다음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배달료 하한선을 설정해야 한다. 1000~2000원대의 저단가 배달을 금지하고, 공공앱이 선도적으로 배달 안전운임제를 시행해야 한다. 공공이 앞장서서 '최저 단가 경쟁'을 멈추게 해야 한다.
둘째, 조리대기 시간 자동 보상제를 도입해야 한다. 배달 지연의 귀책이 명확한 경우, 공공앱 운영사가 시스템을 통해 즉시 보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위험노동 가산제를 체계화해야 한다. 폭우·폭염·야간 등 위험한 조건에서 일하는 라이더에게는 그에 걸맞은 가산요금이 지급돼야 한다.
넷째, 배차·거리 산정 알고리즘의 투명화가 필요하다. 배달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상점주의 수수료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구조인 만큼, 공공앱은 이를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점주와 배달노동자가 운영과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공협의 채널'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원칙이 없다면, '공공앱'은 이름만 공공일 뿐, 결국 착취적 민간 플랫폼의 또 다른 복제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배달노동자와 상점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보면, 현 구조는 지나치게 복잡하다. 통제는 땡겨요가 하지만, 사고나 문제의 책임은 대행사 등 다른 곳으로 전가된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디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책임의 고리가 여러 단계로 분절되면서, 결국 아무도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도 빈번하게 되풀이될 것이다. 그 결과 배달노동자와 점주가 피해를 입고, 책임과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구조가 다시 공공앱에서 재현되고 있다.
공공의 이름을 단 플랫폼이라면, 책임 역시 공공이 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금으로 만든 또 하나의 배민·쿠팡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공공앱 지원의 주체로서, 초기 모델을 근본적으로 정비하고 공공성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 상점주 등 당사자 주체들과 함께 이 문제를 끝까지 공론화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