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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
존의 데크 교체작업 6주 전에 이 작업을 시작했지만 작업의 진척은 1/3 정도이다
존의 데크 교체작업6주 전에 이 작업을 시작했지만 작업의 진척은 1/3 정도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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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감지되는 것이 그곳 삶의 속도이다. 골목을 지나 광장을 돌아 숙소로 되돌아오면 그 도시에서의 삶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 내 속도를 어느 정도 감속해야 할지 감이 온다.

캐나다 포트 코퀴틀람(Port Coquitlam)에서 두 달째 함께 살고 있는 은퇴한 존 교수님은 집 뒤 정원의 오래된 나무 데크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6주 전에 이 작업을 시작했지만 3분의 1 정도 작업이 진행되었다.

새 나무 판재를 일주일에 한 번 10여 장씩 사서 승용차에 실어 온다. 먼저 오일스테인을 바르고 그것을 맞는 크기로 잘라 배열한다. 하루 작업 시간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 2시간 정도이다. 아직 한 장도 고정하지는 않았다. 언제쯤 이 작업을 마칠 예정인지 물었다.
은퇴자의 일. 새 나무 판재를 일주일에 한 번 10여 장씩 사서 승용차에 실어 온다.
은퇴자의 일.새 나무 판재를 일주일에 한 번 10여 장씩 사서 승용차에 실어 온다. ⓒ 이안수

"글쎄요. 첫눈이 오기 전에 끝나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언제쯤 첫눈이 오나요?"

"작년과 재작년에는 12월 10일 어간에 눈이 내렸지만 올해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군요."

"그럼 12월 초까지 이 작업을 끝내면 되겠군요?"

"꼭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겨울 4개월 정도에 눈이 내리는 날은 보름 미만이고 강설량도 많지 않아요. 어쩌면 올겨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 기후가 변하고 있으니까요."

그의 되물음에 생각해본 것

아마 내가 이 데크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면 하루 만에 마쳤을 것이다.

이미 방부 처리된 데크용 방부목을 주문해 작은 트럭으로 한 번에 실어 올 것이다. 숙련된 목수 한 사람을 고용하고 내가 보조를 하면 낮 시간에 작업을 끝내고도 막걸리 한 잔을 함께 나눌 시간도 나올 작업량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가난 탈출을 위한 압축 경제성장 시대를 살아온 나로서는 이런 작업 속도는 경험해 보지도 못했고 양해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여전히 나의 뇌는 효율성이 먼저이다. 그럼 일을 이렇게 효율적으로 끝낸 뒤의 시간을 어떻게,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삶의 속도 은퇴자라는 입장은 동일하지만 나의 뇌는 여전히 효율성이 먼저이다.
삶의 속도은퇴자라는 입장은 동일하지만 나의 뇌는 여전히 효율성이 먼저이다. ⓒ 이안수

나도 존 교수도 은퇴자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빨리 끝내고 뭘 하려고요?"

그의 반문을 유추해 보면 그에게 이 데크 교체 작업은 이 집에 필요한 집의 관리 작업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루 루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흥미로운 놀이이자 운동인 셈이다. 놀이를 빨리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이도, 어른인 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나는 여전히 시간에 쫓기고 있고 그는 시간을 누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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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삶의속도#밴쿠버#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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