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관련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내란의 밤' 당시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건 국헌 문란 목적이 아닌 '국민 안전' 때문이었다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임기 중 벌어진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를 '면피 논리'로 꺼내들어 "이미 수많은 인명 피해를 경험한 만큼 시민 안전에 걱정이 앞섰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당시 주무 장관이었지만, 끝끝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장관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면피 논리'로 이태원 참사 언급한 이상민 "국민 안전 걱정돼"

▲12·3 비상계엄 관련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관련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2부(류경진 재판장)는 17일 오전 이상민 전 장관의 ①내란중요임무종사 ②직권남용 ③위증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전 장관은 어두운 남색빛 정장을 착용한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팍에는 '수용번호 52'라고 적힌 명찰을 달았다. 그는 인적사항을 확인할 때 잠시 입을 열었지만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이 공소사실을 낭독하는 동안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주로 정면을 주시했고 가끔 천정을 바라보기도 했다.
특검은 ①이 전 장관이 계엄 당일 대통령실에서 윤석열씨에게 직접 언론사 단전·단수 관련 문건을 건네받았고 계엄 발령 후 조지호 경찰청장, 허석곤 소방청장과 각각 통화했으며 허 청장에게 "경찰에게 언론사 건물의 단전·단수 요청이 오면 지시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②그 결과 소방청이 실제 대비 태세를 갖춘 점, 그런데도 ③지난 2월 헌법재판소 증인으로 나왔을 때 윤씨에게 단전·단수 지시나 문건을 받지 않았고 허 청장에게 이를 지시하지 않았으며 다른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받는 것도 보지 못했다고 위증했다고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 쪽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먼저 ①계엄 당일 울산에서 열린 김장 행사에 참석했던 점을 근거로 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대통령 집무실에서 처음 계엄 관련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특히 계엄 선포 전후로 "계엄을 막지 못한 허탈한 마음과 향후 사건 사고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계엄 선포는 벌어진 객관적인 사건이라 해제로 되돌릴 수 없었다", "(계엄 전) 대통령실에 펼쳐져 있던 단전·단수 문건을 보고 상황을 인식, 계엄 후 소방청장에게 이 사실을 전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통화 내용 역시 피고인이 내란 동조나 국헌 문란을 위해 단전 단수를 지시한 게 아니라 만에 하나 문건에 적힌 대로 지시가 있을 수 있으니 먼저 안전에 유의하라는 취지였고 이를 경찰과 협력하라고 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피고인은 이태원 사고를 경험했다. 수많은 인명피해를 경험한 피고인 입장에서는 이미 알게 된, 혹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시민의 안전 관련한 상황이기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피고인이 혼자만 알고, 이를 도외시 할 수 없었다."
이 전 장관 쪽은 또 ②구체적인 소방청 행위를 행안부 장관이 지휘할 수 없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했고 ③다른 국무위원들의 행동을 일거수일투족 알 수 없다고 위증 혐의 역시 반박했다. "원탁 (테이블)이라 옆에서 일어나는 일을 쉽게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 "돈뭉치" 발언에 특검 반발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이 전 장관 쪽 발언에 특검이 발끈하면서 재판장이 갈등을 중재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 전 장관 쪽 변호인이 "지난 7월 한 언론사가 느닷없이 이 전 장관 자택에서 거액의 현금 다발이 나왔고 내란특검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내면서 허위 사실이 '밈'처럼 퍼져나갔다"고 했다. 특검 쪽은 "특검이 언론에 내용을 보도하게 한 것처럼 말했는데 증거가 있느냐"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증거 없이 특검을 모독하는 행위는 앞으로 절대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재판장은 "재판에 관계없는 내용은 꺼내지 말아줄 것"을 양 쪽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