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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아시아 과로사 통신에 참여하는 일본 POSSE의 상임활동가 Makoto Iwahashi 씨의 일본어 통역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다.
지난 9월 6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11회 일본 과로사방지학회 컨퍼런스의 <해외근무자의 과로사 현황보고와 과제> 세션에서 일본 과로사 유가족 A씨를 처음 만났다.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는 A씨는 2013년 7월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에서 중국 파견근무를 갔던 남편(향년 35세)을 과로자살로 잃었다. A씨의 남편은 시멘트 제조 플랜트용 소성로 설계 일을 했다(소성은 시멘트 제조의 핵심 공정으로, 석회석 등 원료를 고온에서 가열해 클링커(Clinker)를 만드는 과정이다 - 기자 주). A씨 기억 속 남편은 성실하고 다정한,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중국 파견 후 이중 고용 환경에서의 업무부담 가중

가와사키 중공업 직원들은 2년마다 순번대로 해외 파견근무를 나가는데 2013년 4월 A씨 남편의 차례가 되었다. 회사의 발령을 거부하기는 어려웠다. 가족들을 일본에 남겨두고 A씨 홀로 중국으로 건너갔다. 서류상 A씨 남편은 가와사키 중공업에서 휴직 처리되고 중국 현지 시멘트 업체와의 합작법인 CKE 소속으로 파견되었다(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은 중국 CONCH 시멘트 회사와 합작법인 CKE를 세워서, 장비 설계는 본사가 담당하고 중국 CONCH에 장비 납품하는 일은 CKE가 맡도록 했다 - 기자 주). CKE 전체 직원 515명 중 일본에서 파견된 직원은 5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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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에 납품한 시멘트 제조 공정설비 중 냉각장치(AQC)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였고, 상호 논의 끝에 설비 개조 작업 착수에 합의했다. 그러나 업무 진행 과정에서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과 합작법인 CKE 사이에 이견이 발생했고 양쪽 모두에 소속되어 있던 A씨 남편에게 조정업무가 맡겨졌다. A씨는 이로 인해 남편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었고 급기야 남편의 주 담당 업무들까지 지연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전했다.

사망 3주 전 가족과의 통화에서 A씨 남편의 우울증 정황이 보였다. A씨는 남편이 해외 파견 이후 매일 영상통화를 하고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해서 연락했는데, 이 무렵 남편에게 아이의 모습을 보여줘도 보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 남편의 근무시간 자체는 길지 않았다. 야근이나 연장근무가 있었지만, 월 40~45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낯선 해외에서 혼자 일을 해야 했던 점, 의견 대립이 있는 두 회사로부터 상충되는 업무지시를 받고 있던 상황, 본래 담당하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들이 맞물리며 A씨 남편의 업무부담이 과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남편은 일 때문에 죽었다

A씨에게 남편의 사망 소식을 처음 들었던 순간을 물었다. A씨의 이사 후 주소지가 회사에 갱신되지 않아, 시부모님께 먼저 연락이 갔고, 시부모님을 통해 소식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A씨는 당시 너무 놀라 온몸이 벌벌 떨렸고 남편의 죽음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A씨가 남편의 유품을 찾으러 갔을 때 회사는 애도를 표했지만, 시아버지가 따로 찾아가 아들의 죽음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자 회사는 출입을 막았다.

회사는 자살이라고 했지만, A씨는 일 외에 다른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고 중국 공안 조사에서도 일 말고 다른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산재라고 생각했다. 의외로 회사는 A씨 남편의 회사 컴퓨터를 A씨에게 선뜻 빌려주었다. 결정적인 증거였다. 일본 귀국 후 남편 컴퓨터 속 이메일과 자료를 보며 업무 관련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남편 사망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A씨는 시아버지 지인을 통해 노동 문제 전문 변호사를 소개 받아 2015년 2월에 산재 신청을 했고 2016년 3월에 산재 승인을 받았다. 과로사의 업무관련성 입증책임은 온전히 유가족에게 있다. 일본 정부의 지원은 없었지만 A씨의 경우 다행히 남편의 직장 동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업무 과중성을 인정하지 않는 법원

A씨는 산재 승인 후, 2022년 5월 고베 지방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A씨 측 변호사 야지 카즈야씨에게 산재 승인에도 1심 재판부가 고인의 업무가 과중함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법원은 산재 승인과 관계없이 노동시간이 과로사 인정기준에 부합하는지로 업무의 과중함을 판단했다고 한다. 회사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기록을 제출하지 않았고 근무시간 자체는 길지 않아 업무 과중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미 정부 기관(노동기준감독서)을 통해 공식적으로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어 산재 승인이 되었음에도 또 다른 정부 기관(법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A씨 남편은 해외 파견근무 당시 양쪽 회사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 이중 고용의 상황에 놓였고 이것이 업무부담을 가중한 사실은 법원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A씨는 항소했고 오는 10월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1차 변론기일이 예정되어 있다.

 2025.09.06. 이번 학회 <해외 근무자의 과로사 현황 보고와 과제> 세션에서 발표하는 야지 카즈야 변호사
2025.09.06. 이번 학회 <해외 근무자의 과로사 현황 보고와 과제> 세션에서 발표하는 야지 카즈야 변호사 ⓒ 유청희

일하는 사람 모두를 위한 싸움

재판은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고, 길고 복잡한 절차로 인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 A씨에게 힘겨운 법정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를 물었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슬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남편이 일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이 인정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재 승인 후에도 회사는 유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 A씨는 남편의 업무 메일에서 직원의 건강보다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회사의 태도를 보며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남편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탄원서 서명 활동을 하면서 일하는 사람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과로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재판 결과가 어떻든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과로사 방지법 시행 10년, 과로사가 여전히 줄지 않는 이유

더불어민주당(박홍배 의원실)은 지난 7월 과로사 예방 및 장시간 노동 방지를 위한 특별 법안을 발의했다. 일본에서 2014년부터 시행 중인 과로사 등 방지 대책 추진법과 내용이 상당히 유사하다. 법 시행 후 일본의 과로사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A씨와 야지 카즈야씨는 그 이유가 장시간 노동환경이나 직장 내 강압적인 위계구조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전체 근로자 고용의 약 7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사장의 권한이 막강하고, 사장 개인의 생각에 따라 노동환경이 좌우된다. 회사는 '이익을 위해 노동자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낡은 인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로사를 줄이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있는지 물었다. 앞서 과로사 등 방지 대책 추진법 제정 당시 일본 여야는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켰었다. 두 사람은 정부 주도 하에 매년 한 차례 과로사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과로사 방지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법안을 개정한다면 보완하고 싶은 점을 물었다. A씨는 해외 파견 근무자의 노동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했다. 해외 파견의 경우 노동시간 관리가 잘되지 않고, A씨 남편처럼 파견 노동자가 현지법인 소속인 경우 일본 노동법이 아닌 현지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야지 카즈야 변호사는 과로사 발생 시, 회사에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등 노동기준감독서(일본의 산재 조사를 담당하는 정부기관, 한국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담당 - 기자 주)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과로사 유가족에게 전하는 말

A씨는 효고현의 과로사 유가족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과로사 유가족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 한 걸음 내딛는 다면 반드시 도와주시는 분이 나타납니다. 우선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그런 다음 자신을 믿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유가족이 목소리를 내기 쉬운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A씨는 과로사를 막기 위해 법과 제도의 정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직원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과로사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으며 생명의 가치는 모두 똑같다고 인식하는 것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10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장향미 님은 과로사 유가족으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산업재해시민#해외파견노동자과로사#PO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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