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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고리원전).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와 고리2호기의 모습이 보인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고리원전).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와 고리2호기의 모습이 보인다. ⓒ 김보성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 중 하나인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 수명연장(계속운전) 안건이 조만간 다시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회의 테이블에 오른다. 앞으로 이재명 정부 원전 정책의 잣대가 될 전망인데, 찬반 논란 속에 원전 지역에선 '심사 중단' 촉구의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값싼 전기가 먼저냐, 안전이 우선이냐

14일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달 222회 회의에 상정한 고리2호기 계속운전 허가와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 심의·의결은 일단 불발로 마무리됐다. 검토 필요 등 여러 의견이 부딪히면서 원안위는 이날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다음 회의로 넘겼다. 현재 예정한 재상정 일정은 23일이다. 원안위는 223회 회의에서 다시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 여부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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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노후원전을 둘러싼 첫 심의여서 크게 관심이 쏠렸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말하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주의적인 원전 접근을 강조해왔다. 신규 원전에 대해선 부정적이나 안전성을 전제로 한 기존 원전 활용은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기조다. 그런 만큼 고리2호기의 운명은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원전 정책을 펼칠지 가늠자로 여겨졌다.

지금까지 한수원이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한 원전은 모두 10여 기에 달한다. 그 맨 앞에 놓인 게 고리2호기다. 영구정지 고리1호기를 제외하면 국내 최고령 원전(1983년 상업운전 시작)으로 설계수명은 지난 2023년 4월까지였다. 기간을 다 채우면서 일단 멈춤 상태인데, 연장 결정이 내려지면 가동 시간이 10년 더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사태는 윤석열 정부가 '원전 부흥'을 외치면서 만들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으로 문을 닫을 처지였는데, 지난 정부가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친원전 분위기 속에 한수원은 낡은 원전의 계속운전 절차를 밟았다. 고리2호기에 이어 고리3·4호기의 운영 허가가 종료된 데 이어 곧 한빛 1·2호기와 월성2호기·한울1호기 등이 같은 조건에 놓였기 때문이다.

 14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탈핵부산시민연대 주최로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과 노후핵발전소 폐쇄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현장에는 최인화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생명마당 기획실장,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 등이 참석했다.
14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탈핵부산시민연대 주최로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과 노후핵발전소 폐쇄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현장에는 최인화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생명마당 기획실장,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 등이 참석했다. ⓒ 김보성

한수원을 포함한 찬성 측은 전력 공급의 경제성 측면에서 원전보다 나은 수단은 없단 입장이다. 계속운전을 하지 않는다면 값싼 전기 공급은 물론 탄소중립도 어렵다는 건데, 안전 지적 역시 기우라고 주장한다. 이기복 원자력학회장은 지난달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쉽게 생각하면 자동차 운전하다가 엔진 점검하고 낡은 부품 갈아 끼우고 설비 보강하면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목청을 키웠다.

그러나 탈핵단체와 지역 주민의 생각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책임과학자연대(준)·부산환경운동연합·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최근 성명에서 "법적·절차적 요건을 무시한 채 재가동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수명연장 반대를 압박했다. 연대 등은 중대사고 가정 시나리오가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고, 형식적 심사를 거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최신 기준에 미치지 못해 오늘날이라면 허가조차 불가능했을 설비를 계속 돌려선 안 된다"라는 태도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막아야 한다는 부산 시민은 "매우 위태롭고 불안한 상황"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14일 부산시청 앞을 찾은 최인화 부산경남 생태도시연구소 기획실장은 "사고관리계획서 승인도 없이 수명연장을 동시에 논의하는 건 안 된다"라며 "일본 후쿠시마의 위험이 우리에게서 좀 멀어졌다고 해서 핵의 위험성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핵시설뿐만 아니라 더 쌓일 고준위 핵폐기물은 또 어떻게 할 것이냐"며 민감한 문제도 건드렸다.

진보정당은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 지역'을 앞세워 고리2호기 폐쇄를 요구했다. 이날 최 실장 등과 함께한 정의당·노동당 부산시당은 "부울경 380만 명은 물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이 있기에 수명연장의 정당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라며 "나아가 대한민국 안전을 위협하는 전국의 노후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회의에서 수명연장 반대 5557명의 서명을 원안위에 전달한 단체들은 재집결을 예고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과 정수희 탈핵부산연대 집행위원은 "23일 원안위 앞에 모여 기자회견과 종일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대로 간다면 노후원전 모두 줄줄이 수명을 연장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고리2호기#노후원전#수명연장#계속운전#원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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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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