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5.10.02 15:20최종 업데이트 25.10.02 15:20

나를 일으키는 힘, 아이들

오늘도 아이는 앞으로 나아간다

Day-26

학교에서 돌아온 담이가 간식을 먹다 조금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엄마랑 공부하니까 좋은 게 있어. 오늘 있잖아, 나만 맞춘 문제가 있었어. 선생님이 '정삼각형은 이등변삼각형일까?' 문제를 내셨거든. 다들 아니라고 했는데 나만 맞다고 했어. 엄마랑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고마워, 엄마. 이제 더 열심히 해야겠어."

AD
4학년 2학기 <수학> 2단원은 삼각형이다.

"삼각형이 뭐지?"
"변이 세 개인 거?"

삼각형이니 "각이 세 개인 도형"이라고 말했으면 싶었지만, 순간 수학적 정의는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그렇지. 어떤 도형을 말하는지 알고 있지? 그런데 수학은 각 개념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미를 '정'해 놓았어. 개념을 '정의'한다고 해. 삼각형의 수학적 정의를 찾아볼까?"

태블릿을 켜고, 포털 사이트에서 '삼각형'을 쳐서 지식백과사전으로 넘어가는 길을 보여주었다. 포털과 연결된 백과 사전은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에서 우리가 골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평면에서'라는 말이 등장하는 중학 수학 사전이 아닌, '초등수학개념사전'을 선택해 함께 읽어 보았다.

삼각형 삼각형의 정의는 '각이 세 개인 도형'이 아니었다.
삼각형삼각형의 정의는 '각이 세 개인 도형'이 아니었다. ⓒ 네이버, 초등수학개념사전

삼각형 3개의 선분으로 둘러싸인 도형

사실 휴대전화를 사 준 이후, 너는 휴대전화가 게임기냐고 채근한 적은 있지만 궁금한 게 생겼을 때 검색해 정보를 얻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했다. <초등수학개념사전>과 <국어사전> 실물을 구비해 두고 종종 같이 찾아보겠다고 생각한 적은 많은데 실행으로 옮기지도 못했다.

다음날 이등변 삼각형을, 그다음 날은 정삼각형을 다뤘다. 그때 '정삼각형은 이등변삼각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도 다루었는데, 그것을 기억한 모양이다.

사실 딱 이만큼이 아이와 얼굴 붉히지 않고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양이다.

<7개의 테이프를 이어 붙인 문제> 사건 이후로 나는 '내 안의 평화'를 최우선 기준으로 두었다. 많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고, 잘 가르쳐야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다만, 하루 10분이라도 아이와 함께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이야기 나누는 것은 꼭 지키기로 했다. 그것도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만.

그렇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며칠에 걸쳐 삼각형, 이등변 삼각형, 정삼각형 이야기만 조금 나눴다. 문제집을 특별히 풀지도 않고, 그저 던지듯이.

그러면서도 '세 각'을 말해야 할 때 '세 변'이라고 하거나 '각의 크기'라고 할 때 '각의 길이'라고 할 때마다, 불필요한 말과 부적절한 조사, 정의와 성질을 혼동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계속 답답해 했다. 내 가슴에는 '이야, 잘 한다. 너 정말 대단하다'가 아닌, '왜 자꾸 이렇게 말하지?' 의문이 가득했다. 다행이라면, 그 답답함이 화로 번지기 전에 공부를 멈추었다는 것이다. 열정과 패기가 넘쳤던 1단원과 달리 담백하기 그지없는 2단원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게, 담이는 엄마가 가르쳐 줘서 고맙다고, 이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오, 그랬어? 기분 좋았겠네."

덤덤하게 말했지만, 가슴속에서는 눈물이 장대비처럼 내렸다.

'아이는 부모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걸까, 내가 가진 벽이 아이를 저 너머에 닿지 못하게 할까'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아이는 이미 그 벽을 훌쩍 넘어 있었다.

그렇게 간식을 먹고 피아노학원을 다녀온 담이는 저녁 공부를 위해 자리에 앉았다. 나 역시 근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약간의 생기를 되찾아 함께할 수 있었다.

문득, 책가방에서 <수학익힘책>을 꺼내 드는 솔이가 눈에 들어왔다. 솔이는 말없이 내 폰을 가져가 알림장을 확인하더니 스스로 숙제를 했다.

엄마 공부방이 시작된 지 한 달이 가까워 온다.
시나브로 우리 집 공기가 달라졌음을 알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엄마공부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재

초등학교 4학년 엄마 공부방 30일 도전기

자연에서 얻는 힘과 지혜를 동경하며 책 <과학샘의 그라운딩, 자연에서 춤추다>를 펴냈다. 두 아들(초1,4학년)을 키우며 늘 흔들리면서도 읽고 쓰고 나누길 멈추지 않는, 앎을 삶으로, 삶은 예술로, 좋은 건 다 하고 싶은 현실적 이상주의자.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