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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김책시 출신으로 서울에서 24년째 살고 있습니다. 남과 북에서 생의 반씩을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합니다. 남북관계에 해로운 굴절된 인식을 바로잡고,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북향민들의 삶을 전하려 합니다. ‘사람의 통일’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6일 경기 연천군 국립통일교육원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열린 '남북 사회문화교류 및 대북 인도지원단체 초청 행사'에 참석해 '평화 공존과 번영의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한 과제'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2025.9.26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6일 경기 연천군 국립통일교육원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열린 '남북 사회문화교류 및 대북 인도지원단체 초청 행사'에 참석해 '평화 공존과 번영의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한 과제'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2025.9.26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다시 불붙은 '호칭 논쟁'

최근 통일부 정동영 장관이 '북한이탈주민'의 이름을 '북향민'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일이 북향민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북향민'이라는 이름을 두고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와 우려가 나오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2015년 필자는 통일신문에 <탈북민의 또 다른 이름, '북향민'은 어떤가요?>라는 제목의 칼럼(상·하편)을 기고한 바 있다. 그때만 해도 생소했던 '북향민'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통일부 장관의 공식 제안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정동영 장관은 "'탈'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다"며 '북향민'으로의 호칭 변경을 제안했고, 현재 대국민 설문조사가 진행 중이다. 논쟁은 북향민 사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관심사로 번지고 있다.

북향민 사회의 찬반 논쟁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 찬성하는 이들은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라는 의미 그대로의 '북향민'(北鄕民)이 반갑다"고 말한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우리는 북한 정권이 싫어 떠나온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탈북민'이 옳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내부 의견이 팽팽히 갈린다는 사실은 단순한 단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기억, 그리고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이름에 담긴 북향민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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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칼럼을 쓰게 된 계기도 북향민 출신 백00님의 원고 의뢰 때문이었다. 그분의 고백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다. 한국에 정착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탈북민이라고 불리니 계속 '탈북 중인 사람' 같아 너무 싫다"는 말이었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고백 속에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 역시 이때 '북향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또 다른 북향민은 "'탈북민'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와 우리를 계속 구분 짓는다"며 "명절마다 고향을 꿈꾸는 것 자체가 통일을 꿈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호칭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온 시간과 감정이 스며 있다.

결국 필자는 한국으로 이주해 온 북향민들의 역사를 훑으며 이름의 변천사를 공부했고, 칼럼을 상·하편으로 나누어 쓰게 되었다. 그러나 글 한 편으로는 부족했다. 우리의 정체성과 직결된 이 호칭을 직접 부르며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북향민 부르기 운동'을 벌였고, 코로나 시기에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이 운동을 이어갔다. 2018년에는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정착 문제와 함께 '북향민' 호칭을 제안했다.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 모두 "너무 좋은 이름"이라고 호응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저변 확대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데이터가 보여준 선호와 반론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0년 9월 화해평화연구소와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9.7%가 단연 1위로 '북향민'을 선택했다. 2022년 1월에는 북향민 최대 커뮤니티 '우리온'이 <민주주의 리더십 스쿨(Democracy and Leadership School) 사회활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MZ세대(10~30대) 154명을 대상으로 '북한이탈주민 이름 공모전'을 진행했는데, 이때도 단연 1위는 '북향민'이었다.

2020년 9월 화해평화연구소와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의 공동 설문조사결과. 362명이 참가한 설문조사에서 79.7%가 북향민을 선호한 것으로 나왔다.
2020년 9월 화해평화연구소와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의 공동 설문조사결과.362명이 참가한 설문조사에서 79.7%가 북향민을 선호한 것으로 나왔다. ⓒ 화해평화연구소, 통일코리아협동조합

탈북MZ세대가 정한 이름 '북향민' 북향민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우리온'이 <민주주의 리더십 스쿨(Democracy and Leadership School) 사회활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MZ세대(10~30대) 154명을 대상으로 '북한이탈주민 이름 공모전'을 진행한 결과.
탈북MZ세대가 정한 이름 '북향민'북향민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우리온'이 <민주주의 리더십 스쿨(Democracy and Leadership School) 사회활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MZ세대(10~30대) 154명을 대상으로 '북한이탈주민 이름 공모전'을 진행한 결과. ⓒ 우리온

물론 여전히 '탈북민'이라는 이름을 고수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이들의 의견 역시 존중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향민'이라는 이름이 현 정권의 입맛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우리 북향민들 안에서 자발적으로 사용돼온 호칭이라는 점이다.

반대하는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20여 년 전 정동영 장관이 만들어낸 '새터민' 사례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분명하다. 당시 정 장관은 하나원을 방문했다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탈북자'라고 놀림을 받아 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겨, 아이들이 싫어하는 표현을 대신할 좋은 이름을 주고자 '새터민'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북향민들의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나온 이름이 '새터민'이었기에 비판을 받았다.

반면 현재 '북향민'은 우리 스스로 원해서, 우리 안에서 만들어진 호칭이라는 것이다. 호칭은 부르는 사람보다 불리움을 당하는 주체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당사자 안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더욱이 지금은 탈북 입국자 수도 현저히 줄었고,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시대에 맞는 의견이 수용되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이름은 우리 사회의 거울

여기서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호칭 논쟁은 사실 우리 모두의 거울이다. 북한이탈주민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의 문제는 단지 이름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타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려 하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탈북민'이라는 말은 분단과 이념의 언어에 가깝다. 반면 '북향민'은 고향과 그리움, 통일의 언어에 가깝다. 이름 하나에도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북한 지역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다. 이 헌법적 맥락에서도 "북쪽에 고향을 둔 사람"이라는 의미의 '북향민'은 자연스럽다. 이는 단지 북향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과 북이 언젠가 만나게 될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 사회 전체의 과제다.

호칭 하나 바꾼다고 북향민 사회가 당장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호칭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향민들의 정착 관련 정책 개선과 피부로 와닿는 지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이 모든 호칭 논의가 필요 없는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대한민국에 왔을 때 애초에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논쟁은 부질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우리에게 '명찰'이 필요해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가장 순화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 아닐까.

호칭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민주적인지 그리고 서로의 목소리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드러내는 잣대다. 정치적 성향이나 정권의 색깔론으로 서로를 재단하기보다 옳은 것은 옳다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사회, 바로 그런 민주주의 사회가 통일을 준비하는 가장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관점을 좀 달리하여 많이 수정되어 북향민들이 많이 보는 '통일신문'에도 실립니다.


#북향민호칭#북향민#정동영장관#북한이탈주민#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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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영 (payy2160) 내방

함경북도 김책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24년째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과 북에서 생의 반씩을 살아온 경험으로, 왜곡된 인식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북한주민, 북향민의 삶을 전하려 합니다. 남북을 잇는 다리로서 ‘사람의 통일’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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