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9.22 ⓒ 연합뉴스
[기사보강: 28일 오후 6시]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30일 예정된 '대선개입 의혹' 관련 국회 청문회에 불참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 관계자는 28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조 대법원장이 오는 30일 예정된 청문회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도 "지난 26일 국회 파견 대법원 직원을 통해 불출석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의견서에서 조 대법원장은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대법원)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및 국회법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며 불출석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저로서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도 했다.
청문회가 법관의 독립 심판을 규정한 헌법 103조, 법원조직법 65조, 또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8조, 국회법 37조 1항 제2호 바목 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들 법 조항은 아래와 같다.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법원조직법 65조(합의 비공개)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감사 또는 조사의 한계)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
국회법 37조 1항 제2호 바목
2. 법제사법위원회
바. 법원·군사법원의 사법행정에 관한 사항
앞서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대선개입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이번 청문회를 준비했다.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는 건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처음 의혹을 제기하고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이달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재차 언급하면서 정치권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 대법원장뿐 아니라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등도 함께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전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관들 줄줄이 불출석 의견서...지귀연 부장판사도 "법률 위배" 주장
오 대법관은 의견서에서 "현직 법관으로서 본인이 재판에 관여한 사건에 관한 법리적 견해는 판결서를 통해 표명했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그에 이르게 된 경위나 심증의 형성 과정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사법부의 고유한 재판 사항에 관한 것인 만큼 적절하지 않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도 이 대통령 사건 관련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대법원 전원합의체 논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지귀연 부장판사 역시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므로 헌법 103조, 법원조직법 65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하는 일"이라고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한편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조 대법원장의 불출석 통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5월 청문회 불출석에 이어, 또다시 9월 30일 청문회에도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사법부 최고 수장이 법률이 정한 사유서가 아닌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자신을 법 위에 둔 행위이며,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저버린 오만한 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에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가 지난 5월 의견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복사·붙여넣기' 문서라는 점"이라며 "이토록 성의 없는 의견서 뒤에 숨어, 또 어떠한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출석 의견서 뒤에 숨어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출석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