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에 '돌발가뭄'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며칠 사이에 농작물이 타 들어가고, 가축이 물 부족에 시달리는 심각한 상황을 전한다. 원인으로는 어김없이 기후변화, 특히 탄소 배출이 지목된다. 그래서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탄소를 얼마나 줄이면 돌발가뭄이 줄어드는지, 또 우리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독자들은 막연히 불안해할 뿐, 실질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가뭄이란 결국 물이 부족한 것이다. 들어오는 물보다 나가는 물이 많을 때 생긴다. 이것은 우리가 쓰는 통장의 잔고와 비슷하다. 수입은 적고 지출이 많으면 잔고가 줄어들듯, 토양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통장의 잔고 공식으로부터 설명을 시작해보려 한다.
우리가 매일 쓰는 통장 잔고는 간단한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통장 잔고의 변화 ΔB = 수입−(지출1+지출2+지출3...)
수입: 월급, 용돈처럼 들어오는 돈
지출1: 생활비, 지출2: 공과금·보험료 등, 지출3: 대출이자 등 자동이체
수입이 지출의 합보다 많으면 잔고가 늘고, 반대로 지출이 더 크면 잔고는 줄어든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원리다.
이제 이 공식을 숲의 토양에 그대로 적용해 보자.
토양 물통장의 잔고 변화 ΔS = 수입−(지출1+지출2+지출3)
수입(P): 비가 내려 토양에 스며드는 양
지출1(ET): 햇볕·바람으로 빠져나가는 증발산 (ET=Evapotranspiration)
지출2(R): 빗물이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가는 유출 (R=Runoff)
지출3(D): 깊이 스며들어 당장은 쓸 수 없는 침투 (D=Infiltration)
토양도 똑같다. 수입이 줄거나, 지출이 갑자기 늘어나면 잔고는 순식간에 바닥난다. 이것이 바로 돌발가뭄이다.
햇볕 아래 사과를 두면 어떻게 될까? 껍질이 있는 사과는 촉촉하지만, 껍질이 벗겨진 사과는 금세 말라버린다. 숲을 잃은 산도 마찬가지다.

▲왼쪽 사과는 껍질이 온전히 덮여 촉촉함을 유지하지만, 오른쪽 사과는 껍질이 가로로 벗겨져 그 부분이 마르고 쪼그라들었다. 숲에 임도가 나면 토양이 햇볕에 직접 노출되어 메마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한 자료이미지 ⓒ 한무영
돌발가뭄은 '마이너스 통장'이다
돌발가뭄은 토양 물통장이 단기간에 마이너스가 되는 현상이다. 수입(P: 강수)이 거의 없고, 지출1(ET: 증발산)이 폭염·건조로 갑자기 늘어나며, 지출2(R: 유출), 지출3(D: 침투)까지 커지면, ΔS(잔고)는 며칠 만에 바닥난다.
임도를 내는 것도 문제다. 숲이 잘 덮여 있을 때는 토양이 사과 껍질처럼 촉촉함을 지키지만, 임도가 나면 그 부분은 껍질이 벗겨진 사과와 같다. 태양열에 직접 노출돼 금세 마르고,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버려지는 통로'가 된다.(관련기사:
임도 논란, 사과 하나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https://omn.kr/2dcx3)
게다가 '수종개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모두베기 벌목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큰 나무를 베어내고 작은 묘목만 심어 놓는 것은, 풍성한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고 대머리로 만들어 놓은 것과 같다(관련기사:
"대머리 총각"과 대머리 산: 머리를 생각하며 산을 바라보다 https://omn.kr/2ddkc). 숲의 차양 효과와 뿌리 네트워크가 사라진 산은 토양을 지켜줄 힘을 잃는다. 산불이 난 지역에서조차 모두베기를 하면 마찬가지다. 이미 화마로 지쳐버린 산에 다시 대머리를 씌우는 꼴이 된다.
양 두 마리 그림처럼, 숲은 단순한 나무의 집합이 아니다. 나무의 그늘과 낙엽층, 뿌리들이 서로 연결돼 산을 감싸 안는 하나의 보호막이다. 이 보호막이 벗겨지면 산은 쉽게 메마르고, 토양의 물통장은 금세 바닥난다.

▲왼쪽 양은 온몸에 털이 풍성하게 덮여 있어 햇볕을 막고 시원함을 유지한다. 오른쪽 양은 등어리의 일부 털이 깎여 맨살이 드러나 햇볕에 직접 노출된다. 이는 숲이 온전히 덮여 있을 때와 모두베기·임도로 일부가 드러났을 때 산이 얼마나 쉽게 메마르는지를 보여주는 비유이다. 챗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한 자료이미지. ⓒ 한무영
그렇다면 해법은 명확하다.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며, 불필요한 새는 구멍을 막는 것이다.
산림 관리 (ET↓, R↓) : 큰 나무 그늘은 토양 증발을 줄이고, 뿌리와 낙엽층은 유출을 막아준다.
빗물 관리 (P↑) : 학교·건물·마을 곳곳에 빗물을 저장·침투시켜 수입을 늘린다.
토양 보전 (ET↓, R↓) : 낙엽과 풀피복이 햇볕을 차단하고 빗물을 붙잡아 잔고를 지킨다.
예측 시스템 (ΔS 모니터링) : 토양 잔고가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는지 미리 경고하면 선제 대응 가능하다.
돌발가뭄을 단지 탄소 탓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실제로는 토양 물통장의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잃으면서 잔고가 순식간에 바닥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해법은 통장 관리와 다르지 않다.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며, 잔고를 지켜내는 것. 숲과 물을 함께 관리하는 일이 바로 돌발가뭄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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