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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TV쇼 진행자 지미 키멜이 2019년 8월 7일(현지시각) 할리우드 루즈벨트 호텔에서 열린 ‘지미 키멜과의 저녁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미국 TV쇼 진행자 지미 키멜이 2019년 8월 7일(현지시각) 할리우드 루즈벨트 호텔에서 열린 ‘지미 키멜과의 저녁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미국 청년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 사망 암살 관련 발언으로 ABC방송 간판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가 무기한 방송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언론 탄압에 나섰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토크쇼 진행자 키멀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마가(MAGA) 세력은 커크를 살해한 이 녀석이 자기들 중 하나는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그것으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최악을 찍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추모 영상을 가리키며 "이것은 친구를 잃은 어른이 아니라 4살 아이가 금붕어를 잃고 애도하는 방식"이라고 조롱했다.

다음 날인 16일의 방송에서도 커크가 생전 진행하던 팟캐스트 쇼를 대신 맡은 JD 밴스 부통령이 형편없었다고 비난했다.

키멀, 트럼프와 설전 주고받았던 '앙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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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키멀의 발언을 문제 삼아 방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발언이 계속될 경우 FCC가 조사에 착수해 방송사들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 위원장은 보수 논객 베니 존슨의 팟캐스트 출연해 "(ABC방송을 소유한) 디즈니에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디즈니는 변화해야 한다. 허가를 가진 방송사들도 나서 이제 이런 쓰레기 같은 콘텐츠는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야 할 때가 왔다"라고 강조했다.

곧바로 ABC방송은 '지미 키멀 라이브!' 방송을 무기한 중단하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BC계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미디어그룹 넥스타는 "키멀의 커크 관련 발언은 국가적 정치 담론의 중대한 시점에 모욕적이고 무례하다"라며 "이는 우리 방송사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견, 관점,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키멀과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설전을 벌였던 '앙숙'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 진행자였던 키멀이 공화당 의원들을 농담 소재로 삼자 당시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키멀보다 더 최악인 진행자가 있었나"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키멀도 시상식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글을 직접 읽고서 "이 밤에 아직도 깨어 있다니 놀랍다. 감옥 갈 때가 지나지 않았나"라며 관객들을 웃게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등으로 형사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었다.

반색한 트럼프... 비판적 방송들 퇴출 요구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시민들이 ABC방송 사옥 앞에서 지미 키멜 TV 토크쇼 방영 중단에 항의하며 시위 중인 모습.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시민들이 ABC방송 사옥 앞에서 지미 키멜 TV 토크쇼 방영 중단에 항의하며 시위 중인 모습. ⓒ EPA=연합뉴스

키멀이 방송에서 퇴출당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ABC방송을 향해 "축하한다. 오래전에 해야 했을 일을 드디어 해낼 용기가 생겼다"라고 환영했다.

또한 "키멀은 재능이 없고 (스티븐) 콜베어보다도 시청률이 나빴다"러며 "이제 지미(팰런)와 세스 (마이어스) 등 가짜뉴스 방송 NBC의 두 루저만 남았다. 그들의 시청률도 끔찍하다. 폐지하라 NBC!!!"라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말을 자주하는 지미 팰런의 NBC방송 간판 토크쇼 '더 투나잇 쇼'와 '레이트 나잇 위드 세스 마이어스'의 폐지까지 요구한 것이다.

앞서 CBS방송도 30년 넘게 이어온 '스티븐 콜버트의 레이트 쇼'를 폐지했다. 방송사 측은 재정적인 이유를 들었으나, 미디어 업계에서는 CBS방송이 파라마운트와 합병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콜버트도 키멀이나 팰런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자주 비판해 왔다.

경제전문매체 MSNBC 정치 평론가 매슈 다우드도 방송에서 커크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말을 했다가 하루 만에 쫓겨났다.

다우드는 방송에서 "커크는 젊은 세대 중 가장 분열적인 인물"이라며 "끊임없이 특정 집단을 겨냥한 증오 발언을 퍼뜨려왔다", "끔찍한 생각과 말을 계속하는데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가 우파 진영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진보 진영 반발 "비열한 압력... 독재자 보는 것 같아"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ABC방송에 가하는 압력은 비열하고 역겹고 민주적 가치에 어긋난다"라며 "중국이나 러시아의 독재자를 보는 것 같다"라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차단하려는 것 같다"라며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 국가가 하는 일이다. 그리고 키멀의 의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공화당은 언론의 자유를 믿지 않는다"라며 "실시간으로 당신을 검열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성명을 내고 "매카시즘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벌인 일은 수정헌법 제1조의 자유(언론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가혹한 탄압을 주요 언론 기관에 가하고 있다"라며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보도와 논평을 막기 위해 자기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대 미디어 정책학과 빅터 피커드 교수는 "언론 기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현대 미국 역사상 전례 없다"라면서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키멀의 소셜미디어에 계정에는 "당신이 돌아올 수 있도록 싸우겠다", "우리는 언제나 지미와 함께할 것이다", "이제는 누가 이성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할까" 등 그를 지지하고 걱정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한 시민은 "키멀 같은 사람을 강제로 침묵하게 만드는 나라에서 도망쳤는데, 이제 미국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커크#지미키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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