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대전·서울·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탈공항버스>를 타고 '가덕도는 공항이 아니라 생명이다' 행사에 함께하기 위해 부산으로 모였다. 이 글은 이 행사의 참가기이자, 함께 모인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글이다.
가덕도가 운다, 사람이 운다
지난 6월 26일부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농성을 진행하는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김현욱 활동가는 가덕도를 이야기하면 운다. 100년 숲과 동백나무 군락지, 상괭이, 수달, 팔색조, 긴꼬리딱새를 이야기하며 운다.
일제강점기부터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던 가덕도는 인간의 간섭 없이 형성된 원시림으로 국내 유일의 백년숲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고유한 지형을 사라지게 만들고,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자연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단순한 개발 행위를 넘어 '생태 학살'이라고 규정하는 이유이다. 가덕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그 존재 이유를 가지며,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되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설령 공항 건설이 인간에게 주는 이익이 크다고 하더라도(물론 이조차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독립적인 생명체들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곧 자연의 일부인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 공동체를 파괴하고, 그 일부를 학살하는 행위이다. 학살 위기에 처한 가덕도가 운다. 그리고 그 가덕도의 눈물에 함께 아파하고 우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전국에서 부산으로 모였고, 함께 걷고, 함께 외쳤다.

▲"신공항 없는 평화로운 길"을 노래하는 우창수와 개똥이어린이예술단 ⓒ 이경호
가덕도신공항에 깃들어 있는 정치 논리 그리고 국가의 폭력
가덕도신공항은 오랫동안 지역 정치와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이용되면서, 이것만 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고, 지역 균형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환상을 부추겨 왔고 지역 갈등을 초래했다. 급기야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특례를 담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인 2021년 2월, 국토교통부는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불가한 7가지 이유를 제시하며,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을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국토교통부는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 현안 문제 해결을 우선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신속한 추진에 몰두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비롯하여 특별법을 통해서 추진되는 신공항 건설 사업은 하나같이 '고도의 정책 판단'이라는 이유가 붙는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것도,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졸속 처리하는 것도, 대규모 국책 사업이 감사원 감사 대상에서 제외될 때도 고도의 정책 판단이 이유가 되었다. 가덕도신공항건설특별법은 생태 학살과 국가 폭력이 강력한 무기가 되어 그 어떤 비판적 목소리도 무력화시키고 있다.
또 한 번의 광장 투쟁을 통해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겠다'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중단할 어떤 의지도 그리고 중단해야 할 이유에 대한 검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탈공항 버스를 타고 부산에 모였던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신공항 반대의 목소리가 모이다
"가덕도신공항은 단지 비행기를 띄우는 게 아니라 전국 8만 개 건설사의 토목 프로젝트가 하나로 집중된 것이다. (중략) 가덕도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리·터널·매립·항만공사가 바로 이 공항 하나에 종속되어 있다. 공항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SOC사업이 계획되고 결국 자연을 파괴하고, 지역경제를 왜곡시키며, 기후 위기를 가속화한다." - 박중록, 습지와새들의 친구
"가덕도에, 새만금에, 제주에 공항이 들어설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 자체가 어떤 생명은 자본의, 기업의,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희생돼도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나보다 못한 생명, 내가 이용해도 되는 생명은 없다. 모든 생명의 해방을 위해서 같이 투쟁합시다. 가덕도를 위한 투쟁은 모든 생명을 위한 투쟁이어야 한다." - 수노기, 대전
"금강이 낙동강이고, 낙동강이 가덕도다. 전국 생태계를 하나의 생명망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 지역의 파괴는 전국의 연결된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가덕도를 지키는 것은 강을 지키는 일이고,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 문성호,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15조 원이면 청년 100만 명에게 1인당 1500만 원의 주거지원금을 줄 수 있다. 이 돈으로 서울과 부산, 광주의 청년들이 숨통 트일 수 있는데, 그걸 땅을 파고 메우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중략)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미래의 생명을 빼앗는 사업이다. 지금 이 땅에 사는 이들뿐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존재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멈춰야 한다." - 정규석, 녹색연합
"정부에서 세금 감면해주고, 지자체에서 손실보전금까지 지불하면서 지역공항들이 억지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게 해도 울진공항은 문을 닫아 비행훈련장이 됐고, 예천공항은 국방부의 공군기지가 됐고, 200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무안공항, 양양공항 모두 적자공항이다. 기후위기 시대, 공항과 항공교통 확장하는 정책을 그만두고 기존에 있는 공항이나 안전하게 편리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 박찬진,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생명평화의 날개짓_학춤'으로 함께한 박소산 ⓒ 이경호
국가폭력과 기후부정의에 맞선 우리의 행동, 가덕도신공항 반대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실제 경제성과 타당성에 대한 어떤 제기에도 무시로 일관하며 개발을 통한 성장이라는 맹목적 신화를 유포해 왔다. 국내 공항의 현실을 외면하고, 유사한 일본 간사이 공항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지 않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항공 수요의 불확실성도 고려하지 않는다. 민주적 절차는 특별법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서 무력화 되고, 자연과 지역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국가 폭력이 정당화된다.
국가폭력과 기후부정의의 상징이 되어 버린 가덕도신공항을 막아내는 우리의 행동이 바로 민주주의와 기후정의를 세우는 길이 되지 않을까? 35도에 이르는 폭염 속에서 만나 함께 외치고 걸었던 전국의 참가자들은 다시 자신의 일터와 삶터, 생명터에서 국가폭력과 기후부정의에 맞서는 행동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하며 탈공항버스를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9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남영란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후정의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