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은 아껴 쓰라고 하면서, 바닷물을 담수화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결국 그 비싼 시설 유지비는 우리 시민들 수도요금으로 돌아오는 거 아닙니까?"
강릉에 사는 신혼부부 문OO(33)씨는 최근 계속된 제한급수에 불편을 겪으면서도,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해수담수화 소식을 접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공짜로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쓰면 큰돈 안 들이고도 해결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전기 많이 먹는 담수화를 추진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축하, 그러나 오보는 문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T는 최근 강릉에서 태양열을 결합한 막증류법(MD) 해수담수화 기술 실증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연구 성과 자체는 분명 의미가 크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데 드는 에너지를 30% 절감했다는 점은, 사막 지역 국가에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한 막증류법 설비 모습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한 막증류법 설비 모습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이 태양열 에너지와 막증류법을 조합해 친환경 담수화 기술을 개발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하지만 일부 신문은 이를 '리터당 1kWh에서 0.7kWh로 줄였다'는 식으로 잘못 전달했다. 실제 발표에는 그런 수치가 전혀 없었고, 연구진은 단순히 '30% 절감'이라는 비율만 설명했다. 그런데 기자가 이를 수치화하려다 보니, 리터 단위로 잘못 환산해 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 수치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만약 기사대로라면 물 1㎥(천 리터)를 생산하는 데 700kWh가 든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는 세계 최첨단 해수담수화 기술 수준인 2.5~3kWh/㎥보다 무려 200배 이상 큰 값이다.
더 큰 문제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해수담수화에 드는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바닷물 속 소금을 빼내려면 막대한 압력과 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치 10만 원짜리 뷔페를 7만 원에 먹었다고 자랑하는 것과 같다. 분명 절약은 했지만, 여전히 일반 서민이 매일 사 먹기에는 턱없이 비싸고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런 엉터리 수치가 그대로 보도되면, 마치 한국에서 담수화로 당장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의 기술'이 나온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강릉 같은 다우 지역에서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해법이다.
강릉은 사막이 아니다
문OO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강릉은 비가 많이 오는 동네입니다. 여름엔 비가 넘치는데 그걸 그냥 바다로 버려요. 그 빗물을 모았다가 가뭄 때 쓰면 되지 않습니까? 강릉이 사막도 아닌데 왜 사막에서나 쓸 기술을 들여오겠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실제로 강릉은 연평균 강수량이 1300mm가 넘는다. 빗물을 저장하지 않아 가뭄철마다 물 부족이 반복될 뿐이다. 담수화 시설을 지으면 설치비와 유지비가 모두 시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반면 빗물은 옥상과 마당에서 모아 간단히 정수해 쓰면 되고, 저장조나 마이크로 댐을 두면 계절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물을 얻는 데 드는 비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물속 불순물을 제거하는 처리에너지, 둘째는 멀리 보내는 운반에너지다. 바닷물은 소금기가 많아 처리에너지가 크고, 산꼭대기까지 물을 끌어올리려면 운반에너지도 막대하다. 반대로 빗물은 먼지만 거르면 바로 생활용수로 쓸 수 있어 처리에너지가 거의 들지 않고, 옆집 옥상에서 바로 받아 쓸 수 있으니 운반에너지도 필요 없다. 문OO씨의 말처럼, "집 앞에 공짜 물이 있는데 왜 바닷물 짜내느라 큰돈을 쓰느냐"는 지적은 충분히 타당하다.
빗물이 해답이다
물론 빗물도 계절에 따라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저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가 쓰는 댐도 결국 빗물을 모아두는 장치다. 이제는 대형 댐 대신, 학교나 마을 단위의 작은 마이크로 댐과 빗물 저장조를 곳곳에 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비가 올 때 모아두었다가 가뭄철에 활용하면, 강릉 같은 지역에서는 해수담수화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강릉에 사는 신혼부부 문OO씨는 문제의식을 더 확장했다.
"언론에서는 마치 담수화만 하면 강릉 물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연구가 끝나도 실증과 공급까지 최소 10년은 더 걸릴 겁니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저는 이제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아기를 낳을까 고민할 때마다 이런 부담이 떠올라요. 수도요금 폭탄이 현실이 된다면, 이래가지고 애를 낳겠습니까? 기술개발은 계속해야겠지만, 당장 필요한 건 시민이 참여하는 물 절약과 빗물 저장 같은 수요관리 아닙니까? 결국 두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강릉의 물 문제는 해수담수화가 아니라, 빗물을 저장해 활용하는 지혜와 수요관리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사막에서 필요한 기술은 사막으로 보내고, 우리는 우리 땅에 맞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의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길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이 기사는 카드뉴스로도 보실수 있습니다:
https://link24.kr/EdtsTFo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최근 강릉 지역의 해수담수화 보도에서 잘못된 단위 사용과 정책적 한계를 짚기 위해 작성했습니다. 지난 글 [주장] 「강릉 가뭄에 해수담수화? 사막형 정책의 착각」(2025.9.3) https://omn.kr/2f6lq 에서 이미 담수화의 비현실성과 빗물 대안의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연장선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