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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미국 이민 단속으로 구금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격터미널에 도착한 뒤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미국 이민 단속으로 구금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격터미널에 도착한 뒤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장기주차장 4층,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일하다 구금된 뒤 8일만에 풀려난 노동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그 앞을 빼곡히 채운 이들의 가족·동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30분 전부터 "사랑하는 남편 고생 많았어"라고 적힌 머리띠를 쓰고 있던 A씨가 뛰쳐나가 남편을 끌어안았다.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도 꽃다발을 건네며 아들과 포옹했다.

마지막 남은 노부부가 아들을 만날 때까지 엘리베이터는 수십 번 열리고 닫혔다. 한 번 열릴 때마다 대여섯명의 노동자들이 나왔다. 대부분 마스크를 썼고, 간소한 짐을 들고 있었다. 남매는 아빠를, 노부부는 아들을, 협력사 대표는 직원들을 다시 만났다.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은 이름을 크게 부르며 서로 눈을 맞췄고, 포옹하거나 손을 꼭 잡았다. 안도감, 기쁨으로 울음과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재회는 오후 4시께부터 시작돼 30여분간 이어졌다.

마침내 들린 소식 "도착했대요, 전화왔어"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가족들과 상봉하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가족들과 상봉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미국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던 노동자들의 가족·동료들이 12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장기주차장 주차타워 4층에서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던 노동자들의 가족·동료들이 12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장기주차장 주차타워 4층에서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전선정

12일 오후 2시 30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장기주차장 4층은 일찌감치 노동자들의 가족과 동료들로 북적였다. 가족·동료만 출입할 수 있도록 통제된 이 공간의 2/3 가량이 승용차로 가득찼다. 이들은 활주로를 응시하며 오가는 비행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각각 8개월 된 아이, 14개월 된 아이의 두 엄마는 이제 곧 만날 남편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눴고, 자녀를 기다리는 아버지들은 애타는 표정으로 연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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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대요. 전화왔어."
"신랑 전화왔는데 (전세기에서) 내렸대. 입국심사 기다리고 있대. 한 명씩 아니라 그룹으로 받아서 빨리 받을 수 있나봐."
"나 통화됐어요. 다행이야. 무사히 도착한 것만으로 다행이야. 여권도 있대. 다 돌려줘야지 당연히."

이날 오후 3시 24분, 마침내 구금됐던 노동자들을 태운 전세기가 이륙하자 활주로를 쳐다보고 있던 가족들 사이에서는 들뜬 분위기가 형성됐다. 가족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은 휴대폰을 통해 안부를 확인했다.

아들을 기다리던 최아무개씨는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출국이 한 차례 지연됐을 때 아찔했던 심정을 취재진에 털어놨다. 그는 "구금자가 몇백 명이 되다보니 나라에서 그냥 안 있겠다 싶기는 했다"면서도 "막판에 출국이 지연됐을 때 뭐가 잘못된 건가 싶어 울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금됐던) 우리 아들은 9kg 빠졌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건강 제일 걱정, 그 다음이 비자..."

 미국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던 노동자들의 가족·동료들이 12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장기주차장 주차타워 4층에서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던 노동자들의 가족·동료들이 12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장기주차장 주차타워 4층에서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전선정

 미국 이민 단속으로 구금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격터미널에 도착한 뒤 가족들과 상봉하고 있다.
미국 이민 단속으로 구금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격터미널에 도착한 뒤 가족들과 상봉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곳에서 만난 가족들은 입모아 그동안 했던 걱정을 털어놓으며 정부에 앞으로 해외 출국에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걱정 어린 눈으로 활주로를 바라보던 김씨는 '지금 심경이 어떠냐'고 묻는 취재진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그랬어요. 일주일 내내...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해외출장도 가끔 가고 하는데 이제 못 보낼 거 같아요. 지금은 그냥 빨리 보고 싶어요. 빨리 만났으면 좋겠어요."

김씨는 그러면서 "(정부가) 비자 문제를 잘 해결해준다고 하니 믿어야죠"라고 덧붙였다.

아들과 함께 남편을 기다리던 박아무개씨도 "이번에 구금됐던 분들이 주로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녀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미국으로 출국할 때 문제가 없도록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미국 비자를 재발급 받으려면 '미국에서 구금된 적 없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그 질문에 '네'라고 하면 무조건 비자가 안 나온다고 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해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이 속해 있던 LG에너지솔루션의 협력사 대표도 직원들을 기다리며 "건강이 제일 걱정되고, 그 다음이 비자"라고 짚으며 "어차피 또 (미국에) 들어가야 할텐데..."라며 말을 흐렸다.

이날 아들을 만나기 위해 오전 10시께 청주에서 온 이아무개씨도 "(아들을 구금할 때) 쇠사슬로 묶였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라며 "회사(LG에너지솔루션) 측에서 병원 치료와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2주 유급휴가도 줬다"라고 설명했다.

전주에서 아들을 보기 위해 오전 11시쯤 왔다는 이아무개씨도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정부에서 신속하게 해주니 안심도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 다행"이라며 "회사 측이 승용차를 타고 우리집까지 나를 데리러 와서, 아들 오면 이 차 타고 바로 (전주로)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이민 단속으로 구금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격터미널에 도착한 뒤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미국 이민 단속으로 구금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격터미널에 도착한 뒤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미국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던 노동자들의 가족·동료들이 12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장기주차장 주차타워 4층에서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던 노동자들의 가족·동료들이 12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장기주차장 주차타워 4층에서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전선정

미국 구금 한국인 귀국 현장서 플래카드 펼친 이제석 #shorts 유성호



#조지아주구금사태#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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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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