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시에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하고 지은 경로당, 30여 년이 지나도록 기부채납이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 건물 소유자 제공
경기도 안양시가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시유지에 경로당을 짓게 하고는 30여 년이 지나도록 기부채납을 받지 않았다. 명백한 행정 실책이다. 시유지 관리에 대한 종합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이 일로 인해 경로당 내부는 갈등에 휩싸였다.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했다.
노유자시설 용도 건물을 술집 등으로 임대

▲경로당 건물 소유권 보존, 이전 등기부등본. ⓒ 이민선
기부채납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마땅히 해야 할 이행 촉구 등의 행정 행위를 안양시가 했는지도 아직 알 수 없다.
경기도 모 지자체 공무원에 따르면, 이럴 경우 이행을 강제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의 행정 행위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송을 해서 기부채납을 강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안양시가 기부채납을 강제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를 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안양시 관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경로당 측 노인 분들이 기부채납을 거부해서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낙 오래된 일이라 기부채납 이행을 촉구하는 특별한 문서 등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경로당은 인근 복지관으로 98년께 이전했다. 그 뒤 언젠가부터 경로당 측은 해당 건물로 임대 사업(술집, 원룸 등)을 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노유자시설로 사용해야 할 건물을 술집, 원룸 등으로 임대 했으니 엄연히 불법 행위이다.
2012년에는 경로당 명의로 소유권 보존 등기를 했고, 2017년에는 A씨 등 2명에게 경로당 건물을 팔았다. 매매 금액은 1억 5천만 원이다.
경로당 건물 매각되면서 행정 실책, 불법 행위 수면 위로

▲기부채납과 관련한 1987년 시유재산 사용 승인서 ⓒ 이민선
문제는 A씨 등이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불거졌다. 그즈음 경로당 건물 매매를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비대위는 건물 매매를 추진한 경로당 회장 등을 사문서 위조(정관 임의 변경)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회장 등은 징역형 집행유예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안양시는 이를 근거로 A씨 등이 제기한 시유지불하 요청을 거부했다. 용도 변경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대위가 경로당 건물 소유권 이전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 등을 진행해, 원래 약속대로 기부채납할 것임을 통지했다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A씨 등은 8년 동안 해당 건물에 대한 임대, 처분 등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경로당이 한 불법 임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도 소송 비용과 불법 증축물을 철거하기 위해 수천만 원을 들였고, 빈 건물 관리비로 매년 300만 원 정도를 지출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A씨는 "비대위는 3년이 넘도록 소유권이전무효확인소송도 하지 않았는데, 안양시는 아직도 이를 핑계로 땅(시유지)을 팔지 않았고,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용도 변경도 해 주지 않아 피해가 많다"라고 하소연했다.
안양시의 행정 실책으로 인해 경로당 어르신들은 소송전까지 벌였고, A씨 같은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했다. 시민 피해를 최소화할 '책임 지는' 행정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