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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10 10:15최종 업데이트 25.09.10 10:15

갈등은 왜 목적이 되었나

아만다 리플리 <극한 갈등>에서 찾은 해법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정치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선 토론만 보아도 대화는 사라지고,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모욕하고 몰아세우는 장면이 보인다. 갈등은 문제 해결의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된 듯하다. 아만다 리플리의 <극한 갈등>(2022년 9월 출간)은 이러한 상황을 '고도 갈등'이라 부르며, 그 위험성과 탈출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극한갈등 아만다 리플리
극한갈등아만다 리플리 ⓒ 세종

저자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로, 갈등·위기·사회 분열을 깊이 탐구하는 글로 잘 알려져 있다. 복잡한 사회 현상 속에서 인간 행동의 패턴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해, 갈등 중재·심리·교육·재난 대응 등 폭넓은 분야를 취재해 왔다. 이러한 역량을 인정받아 그녀는 타임(Time), 애틀랜틱(The Atlantic),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등 유력 매체에 다수의 글을 기고해왔다.

<극한 갈등>에서 아만다 리플리는 갈등을 건전한 갈등(healthy conflict)과 고도 갈등(high conflict)으로 구분한다. 건전한 갈등은 불편함과 마찰이 있더라도 문제 해결과 상호 이해를 향해 나아가지만, 고도 갈등은 '우리 vs 그들'의 선악 구도로 고착되며 상대를 악마화하고, 갈등 자체가 목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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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는 미국, 콜롬비아, 중동 등 세계 각지의 정치·사회 사례와 갱단, 이혼 소송, 지역사회 분쟁 등의 구체적 이야기를 통해 고도 갈등이 어떻게 형성되고 악화되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몇몇 사람과 공동체가 어떻게 이 함정에서 벗어났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청, 중재자 역할, 관점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특히 트럼프에 대한 견해가 다른 두 진영(진보 뉴욕 유대인 그룹과 보수 성향의 미시간 교정 교도관들)이 실제로 만나 서로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 만남은 트럼프 1기 때 벌어진 일이어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사회적 갈등의 뿌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트럼프 2기인 지금도 이때와 같이 미국에서 서로 다른 진영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려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2기의 트럼프는 1기때보다 더 강력하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얼마전 뉴욕 타임즈(8월 29일 기준)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가능한 이야기 같다.

제목은 'Politicians Are Polarized. American Voters, Not So Much'(정치인들은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인들은 양극화가 되어있지만 실제 유권자들은 양극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신문 내용에 따르면, 실제론 미국인의 단 13%만이 "강력한 진보"로 분류될 수 있는 견해를 가지고 있고, 11%만이 "강력한 보수"로 분류된다고 한다. 또, 사회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낙태나 언론의 자유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유권자들도 많았고, 사회적으로는 진보적이지만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참여나 총기 권리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는 유권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한국은 어떨까? 2025년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정치 양극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 성향도 진보 27.1%, 중도 46.3%, 보수 27.7%로 나타났다. 예상 외로, 국내에서도 진보와 보수보다는 중도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과 한국 조사를 보면 좌, 우보단 중도가 더 많음을 알수 있는데, 이는 다른 의미로 정치인들의 양극화가 그만큼 심화되어 있다는 모순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유권자들과는 달리 왜 정치인들은 양극화될까? <극한 갈등>에선 변호사였을 땐 '평화의 중재자'였던 게리 프리드먼이 정치에 출마하고 활동하기 시작하자 점차 '갈등의 불쏘시개'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에 나서면 왜 그렇게 변할까? 책에서는 정치 시스템 자체에 개인을 그렇게 변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 말하는 정치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힘의 획득과 유지, 진영 강화를 목표로 하며, 개인이 평화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유지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것이다(특히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굴욕을 당했을 때, 갈등의 크기는 더 커진다).

책은 이를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 접근법을 제안한다. 그 핵심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인식 틀을 깨뜨리는 경험'을 통해 갈등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저자인 아만다 리플리는 "어떠한 사람이든 남에게 이해받기를 갈망하고, 그렇기에 상대가 내 말을 듣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다"며 "스스로 모순을 인정하기까지도 한다"고 말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정치인들이 표심을 유지하려는 압박 속에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표심을 의식한 정책을 내놓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로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문제의 복잡성은 간과되고, 정치적 양극화만 더욱 심화된다.

그러기 위해 정치인들은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다양한 관점을 담은 복잡한 이야기를 접하고 진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정치는 단순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만다 리플리의 말처럼 '들음'으로써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 '인식의 틀'을 조금이라도 깨뜨려 '관점 전환'이 일어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극한 갈등의 늪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찾을 수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화이팅


극한 갈등 - 분노와 증오의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

아만다 리플리 (지은이), 김동규 (옮긴이), 세종(세종서적)(2022)


#고도갈등#사회#정치#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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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온유 (dkti1998) 내방

세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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