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연합뉴스

검찰동우회는 8일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7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제기·유지 기능을 전담하는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성명서에서 검찰동우회는 검찰청이 "헌법적 차원에서 그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이라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퇴직 검사 및 검찰 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법치주의를 위협한 건 외부 세력이 아니라 바로 검찰 자신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건에서 검찰은 무리한 기소, 편향된 수사, 정치적 고려로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간첩 조작 사건: 국가가 만든 '가짜 간첩'

AD
한국 현대사의 가장 뼈아픈 검찰 실패는 간첩 조작 사건들이다. 이석 사건, 송씨 형제 사건, 최종길 교수 사건 등에서 검찰은 보안사와 안기부가 남긴 조작된 증거를 그대로 받아들여 무고한 이들을 '간첩'으로 몰았다.

최근 재심에서 연이어 무죄가 선고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이미 수십년간의 옥살이와 낙인 속에 인생을 잃었다. 검찰은 당시 군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기소를 남발했고, 법원은 이를 추인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아직도 트라우마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역사는 검찰이 '국민을 위한 정의의 기관'이라는 주장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혁당 사건: 사형으로 끝난 검찰의 오판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무리한 기소의 극단적 사례다. 검찰은 중앙정보부의 조작 수사를 그대로 받아들여 8명을 사형에 넘겼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 다음 날 새벽, 이들은 단 두 시간 만에 집행됐다.

30년이 지나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이미 피해자들은 죽음의 길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이는 검찰 잘못된 기소가 인간의 생명을 빼앗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아직도 한국 사회의 집단적 기억 속에 영원히 아픔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국정원과 손잡은 무리한 공소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역시 같은 패턴이다. 국정원이 위조한 중국 출입경 기록을 검찰은 그대로 증거로 채택해 기소를 강행했다. 그러나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판은 무너졌고, 검찰은 사회적인 망신을 당해야 했다. 이 사건은 권력기관의 조작을 검찰이 검증 없이 떠안아 무리한 기소를 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는 '간첩'이라는 낙인 속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용산 참사: 강제철거 피해 주민들을 가해자로 둔갑시킨 기소

2009년 용산 참사는 개발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랐다가 화재로 다섯 명이 숨진 사건이다. 그러나 검찰은 원인 규명보다 철거민들을 '폭력 시위 주동자'로 기소하는 데 집중했다. 안전대책 없이 강행된 진압 작전, 경찰의 과잉 대응에는 침묵한 채 피해자들을 법정에 세운 것이다. 그 결과 남은 가족들은 '살인 방화범의 가족'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야 했다.

'정치검찰'의 상징: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2009년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전례 없는 강도로 수사했다. 수사 과정은 피의사실 공표, 논두렁 시계와 같은 언론 플레이, 망신주기 수사로 점철됐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검찰 수사가 한 개인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검찰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수사에 관여했던 검사들은 승승장구하며 검사생활을 이어갔다. 정치적 계산과 조직의 존재감을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확대했던 사건은 검찰 불신을 심화시켰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23년 만의 무죄

1991년 명동성당 앞에서 분신한 김기설 씨 사건에서, 검찰은 김 씨와 함께 학생을 운동을 했던 강기훈에게 '유서 대필' 누명을 씌워 기소했다. 그는 옥살이와 사회적 낙인을 겪었고, 건강마저 잃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결정을 내리며 국가의 사과와 화해를 결정했고, 결국 2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검찰이 반정부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무리한 기소를 남발했다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검찰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 연합뉴스

그 외의 사례들: 일상 속 피해자들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진범은 따로 있었지만, 검찰은 세 청년을 강압수사로 범인으로 몰아 기소했다. 결국 3명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난 뒤에야 진범이 밝혀졌다.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중학생을 범인으로 몰아 기소했고, 그는 10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재심 끝에 무죄가 선고됐다.

조사 자료가 말하는 '기소 남발'

2019년 법무부 산하 검찰개혁위 조사에 따르면, 재심 청구 사건 중 80% 이상이 무죄로 이어졌다.
이는 "검찰이 잘못 기소한 사건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가 배상한 재심 사건 피해 보상액만 2010년대 들어 수천억 원대에 달했다. 국민 세금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있지만, 정작 무리한 기소를 한 검찰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국민이 검찰을 불신하는 이유

이렇듯 역사적 사건부터 일상 속 형사사건까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삶을 잃거나 파괴 당한 피해자들은 너무 많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부당한 계엄을 시도해, 사회의 안전망을 흔들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벌어졌으며, 그에 동조했던 많은 동조자들이 검찰출신이었다는 점은 이제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한상대 검찰동우회장이 주장하는 "법치주의의 수호자"라는 말은 공허하다. 그동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외부가 아니라 검찰 자신이다. 며칠 전 관봉띠지의 분실을 두고 국회에서 보여준 검사와 검찰 수사관의 모습은 그저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려는 오만의 극치만을 보여준 단적인 장면이었다. 국민은 이미 수십 년간의 사건들을 통해 그 사실을 체험했다. 검찰청 폐지론이 힘을 얻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국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환경,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파이팅챈스#검찰개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