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HL-GA)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연방정부가 대규모 이민단속을 단행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주도 하에 국토안보수사국(HSI),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관세국경보호청(CBP), 국세청(IRS) 형사수사국, 노동부 감사실, 미국 연방보안관국(USMS), 조지아주 경찰 등 다수 기관이 참여한 이번 작전은 국토안보수사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현장 단속으로 기록됐다. 총 475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한국 국적자로 확인됐다.

▲체포 당시 사진과 동영상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사이트 https://www.ice.gov/news/releases/ice-leads-multi-agency-operation-targeting-illegal-employment-and-federal-crimes ⓒ ICE 사이트 갈무리
단속 대상은 주로 단기 방문 비자(B1)나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한 뒤 불법으로 근무한 노동자들로, 일부는 비자 만료 상태였다. 스티븐 슈랭크 국토안보수사국수석 요원은 "수개월간 불법 고용 의혹을 수사한 결과"라며 "법을 준수하는 기업은 환영하지만, 불법 고용은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현대차 공장이 조지아주 최대 해외 투자 프로젝트로 주목받던 시점에서 이뤄져 충격을 더했다.
미국 연방검사 마거릿 E. 힙(Margaret E. Heap)은 "이번 작전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중요한 작업이었다. 400명 이상의 요원이 이 대규모 작전에 참여했으며, 400명 이상의 불법 근로자가 적발·구금됐다. 이 작전의 목표는 불법 고용을 줄이고, 불법 근로자를 고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고용주를 막는 것이다. 또한 불법 근로자들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목표다."라고 밝혔다.
현재 연방검사보 타니아 그루버(Tania Groover), 라이언 본두라(Ryan Bondura), 켈시 스캔런(Kelsey Scanlon), E. 그렉 길리 주니어(E. Greg Gilluly, Jr.)가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저전압 작전"국토안보부 조사,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차 그룹 메타플랜트 미국캠퍼스에 위치한 HL-GA 배터리 컴퍼니, LLC에서 연방 수색 영장 집행", https://www.justice.gov/usao-sdga/pr/operation-low-voltage-homeland-security-investigations-executes-federal-search-warrant ⓒ 미 법무부 사이트 갈무리
한국 정부의 대응: 우려와 외교적 움직임
한국 외교부는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며, 워싱턴 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을 통해 현장 대응팀을 구성해 체포자 지원과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체포된 한국인들의 정확한 신원과 체류 상태를 확인 중이며, 적법 절차 보장을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의 입장: "직접 고용 아냐, 법규 준수 강화"
현대자동차는 9월 5일 공식 성명을 통해 "체포된 인원 중 현대차 직접 고용 직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협력사와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된 인원"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는 "전 세계 사업장에서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며, 협력사에도 동일한 기준을 요구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용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차량 생산 라인은 이번 단속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
이번 단속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범죄자 추방'을 강조했으나, 실제 단속은 범죄 혐의가 없는 노동자들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하며 논란을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체포된 한국인 중 일부는 90일 미만 체류가 가능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입국한 상태였다"고 보도하며, 미국 이민법이 글로벌 기업의 단기 노동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반발
조지아주 한인 커뮤니티와 정치권은 이번 단속에 강하게 반발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김갑송 국장은 현대차-LG엔솔 공장 급습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배포했다. 미교협은 구금된 모든 이의 즉각적인 석방, 군사화된 작업장 급습 중단, 노동자와 가족을 보호하는 정책 도입을 요구했다. 장갑차와 헬기까지 동원된 대규모 단속으로 475명이 체포되자 조지아주 정의진흥재단 (AAAJ) 등 인권 단체들도 미팅을 갖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샘박 주의원과 함께 미팅에 참석한 조지아주 미셸 강 주의원후보는 "미국 정부가 투자와 공장 건설을 장려하면서도 숙련 인력 비자 (E, L, H)를 신속히 발급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지적했다. 강씨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기업과 근로자 문제를 넘어 한미 제조업 동맹의 신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 조지아주는 삼성, SK, 현대차, 한화 큐셀, LG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해 1만 70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대표적 'K 산업기지'다.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단속이 반복되면, 미국 내 투자의 불확실성과 한국 기업 신뢰 훼손이라는 이중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의원 20인의 대규모 이민 단속 비판 성명"트럼프 행정부는 폭력 범죄자를 단속하기보다는, 대규모 추방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일터와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이러한 무분별한 단속은 가족을 갈라놓고 경제에 피해를 주며, 국제 사회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체포된 노동자들에게 적법한 절차가 보장될 것을 행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https://x.com/capac/status/1964340860708925747?s=46&t=H-7HLpUiNzlpO4osCAMQmQ ⓒ X 갈무리
미국 연방의회 아시아태평양계 의원연맹(CAPAC)은 9월 6일 공동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폭력 범죄자 대신 근로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가정을 분열시키고 경제를 해치며 국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성명에는 CAPAC 의장 그레이스 멩, 상원의원 앤디 김, 조지아주 민주당 하원의원 5명을 포함한 20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체포자 명단에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까지 포함된 점을 문제 삼으며, 적법 절차 보장을 촉구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 사이트에 올라온 현장 체포 사진, 쇠사슬로 손과 발을 묶는 장면도 있어서 충격적이다."1955년 8월30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1차 범죄예방 및 범죄자 처우에관한유엔회의에서 채택되었고 2015년에 개정된 "수용자 처우에 관한 유엔최저기준규칙" 제47조에 의하면 "본질적으로 악화 또는 고통을 주는 사슬, 발목수갑 또는 보호장비의 사용은 금지되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번 단속과정에서는 미국정부가 쇠사슬로 한국인 등의 몸과 손, 그리고 발목을 묶고 연행했다." (박석운) ⓒ ICE 사이트 갈무리
한미 경제 관계에 미칠 영향
현대차와 LG의 조지아 공장은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약 76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프로젝트로, 조지아주에 약 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단속은 한미 간 경제 협력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미국 내 한국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반면, 미국 측은 "법 집행의 일환"이라며 단속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갈림길에 선 한미 협력
이번 사태는 불법 고용 문제와 이민 정책, 그리고 글로벌 기업의 운영 현실이 복잡하게 얽힌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정책이 지속될 경우 유사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사업 확장 시 더욱 철저한 법규 준수와 리스크 관리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외교적 그리고 여론전으로 풀어야 된다."
이민법 전문 박동규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해법을 제안했다.
(1) 제한적이지만 ESTA, B-1, B-2 도 일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파견되고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임금이 지불된다는 전제하에 건설직원 훈련, 공정 모니터링, 거래회사와 계약 등이 그 예입니다. 영장의 내용도 오류가 자주 있습니다. 따라서 이민국의 모든 주장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되고 영사관과 회사 변호사가 개인별로 모두 진상을 파악해야 됩니다.
(2) 비자규정 위반이나 불법 노동이 확실한 경우는 가장 빨리 구치소에서 풀려나 자진 귀국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3) 이민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자신들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구금이 장기화 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4) 본인이 빠른 귀국을 위해 동의 할 경우, 자진출국이나 추방재판 포기서에 싸인을 하고 귀국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입니다. 이 마저도 이민국이 다른 노동법이나 형사법 증인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동의를 안해주거나 시간을 끌 수도 있습니다.
(5) 결국 법적인 대응과 함께 정치적, 외교적, 그리고 여론전으로 풀어야 됩니다. 정부가 협상하고 전세기를 동원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됩니다. 국가의 첫번째 존재이유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6) 불행히도 현행 미국 비자 제도는 현대-LG 같은 상황에서 까다로운 주재원비자의 높은 문턱, 한국인 전용취업비자의 부재, FTA 협정이후 찾지 못한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 쿼타의 미확보 등으로 인해 기업들은 긴급히 필요한 인력을 합법적으로 투입할 비자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비자 면제(VWP)나 단기 방문자로 입국시켜 불법 고용 논란에 휘말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기업의 책임이 아니라, 투자 구조와 이민 제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