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적조가 닥쳤다. 남해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6만 마리 가량의 물고기가 폐사했다. 어민들과 남해군을 비롯한 유관 기관단체들이 황토로 적조 확산을 막고 있지만,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근심은 더 커지고 있다. 미조와 설천 지역에서 많은 개체수가 관찰되고 있는 적조생물이 남해 전역으로 확산된다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어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굴착기와 크레인이 적조 피해 어류를 하역하고 있다. ⓒ 남해시대
적조 경보, 주의에서 경계로
8월 25일 저녁 7시를 기해 남해군 전 해역에 적조 예비특보가 발령됐다. 최초 발생 해역은 설천면 월곡부터 이동면 앵강만 해역이었다. 수산안전기술원 남해지원의 적조예찰 결과를 살펴보면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밀도가 26일 앵강만 해역에서 ml당 2~3천 개체로 가장 많이 관찰됐다. 남면 유구~서면 작장, 서면 정포~설천면 감암 등지에서도 적게는 250 개체 많게는 2500 개체까지 관찰됐다.
27일 오후 4시를 기해 설천면 월곡부터 미조면 조도 인근 해역에 한해 적조주의보가 내려졌다. 29일 오후 4시를 기해 적조 경보가 내려졌다. 적조 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 → 주의 → 경계 → 심각 4단계로 구분된다. 이 중 경계 단계는 37개 해역 중 2개 이상 적조 주의보 발표 시 발령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남해 앞바다 등 남해 연안 5개 해역에 적조 주의보를 발령냄에 따라 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올라갔다.
29일 미조면 본촌과 조도~사도, 앵강만, 남면 유구~서면 작장, 서면 정포~설천면 감암 등지에서 적게는 1천, 많게는 3천 개체까지 관찰됐다. 31일 일부 지역에서 3천 개체수를 보였고, 2일 미조면 본촌과 조도와 사도 해역, 앵강만에서 4000 개체 이상이 관찰됐다.
적조 발생 원인으로는 여름철 고온에 집중호우에 따른 남강댐 방류, 민물 유입과 바다 생태계 변화, 유실 나뭇가지 등이 수온 상승과 부영양화에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은색 원형 플라스틱 통에 적조 피해로 집단 폐사한 도미류 어종이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이다. ⓒ 남해시대
피해 규모 10억 넘어
남해군의 적조방제 추진상황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첫 적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4만5천마리(피해액 2억3천만원)였다. 적조가 서서히 퍼지면서 28일 기준 양식장 7곳에서 폐사한 물고기가 7만9천여마리로 늘었다. 이후 적조가 확산되면서 31일 기준으로 17곳에서 31만마리(7억6천만원)가 폐사했다. 2일 기준으로는 25곳에서 56만마리(1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중 해상양식장이 24곳, 육상양식장이 1곳이었다. 피해 어종은 숭어, 감성돔, 참돔, 조피볼락·넙치다.
확산 막기 위한 노력
어민들과 남해군을 비롯한 유관 기관단체는 적조 피해와 확산을 막기 위해 황토살포에 주력하고 있다. 적조주의보가 발령된 지난달 26일부터 형망선, 굴삭기, 적조방제선, 관리선 등을 이용해 날마다 400~600톤의 황토를 뿌리고 있다. 26일부터 2일까지 모두 3150톤의 황토가 살포됐다. 여기에 투입된 형망선 등 사용 장비는 날마다 40~50대 가량이다. 일부 어민들은 자체적으로 산소공급기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조항 인근에서 굴착기가 바다에 뿌릴 황토를 퍼 올리고 있다. ⓒ 남해시대
어민들 "이런 적조는 처음"
고수온으로 노심초사했던 어민들은 별안간 닥친 적조로 인해 상심이 크다. 한 어민은 "추석을 맞아 출하하기 위해 노심초사 키웠던 물고기가 적조 한 방으로 물거품이 됐다"며 한탄했다. 어민들에 따르면 참돔 성체 1마리 무게가 1kg 이상인데 kg당 1만 5천원만 잡아도 피해는 수억원에 이른다. 또 다른 어민은 "해마다 고수온 때문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올해는 적조까지 겹쳐 우리로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해군 공무원은 "현장에 나가면 육지까지 물고기 비린내가 진동을 하다"고 전하고 "어민들을 돕기 위한 지역사회의 협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지난달 25일 남해군 전역에 적조 예비특보가 발령됐다. 적조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해군 등 유관기관 단체가 방제에 나섰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사진: 남해군청 홍보미디어팀〉 ⓒ 남해시대
수산과학원, "전망 어두워"
관계기관과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번 주가 올해 적조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코클로디니움은 23~25도의 수온에서 가장 잘 번식하는데, 최근 해수 온도가 25도 안팎이다. 다만 수심 4m 이상 저층 수온이 18도 안팎을 유지하면서 당장 적조 확산은 더딘 상황이다. 오락가락하는 호우에 표층과 저층 간 수온 편차가 줄어들고 육지 영양염류 공급이 활발해지면 적조도 빠르게 세력을 불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번주 남해안 수온이 23∼26℃ 범위로 예측되며, 강우로 인해 육상 영양염도 유입되어, 코클로디니움 적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고수온과 함께 적조가 계속 지속되면서 어류 집단폐사가 늘어나지 않을지 어민들은 걱정은 커져만 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