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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화), 일본 치바현 야치요시 다카츠(千葉県八千代市高津)에 있는 일본 조동종사원 (曹洞宗寺院)인 관음사(観音寺)에서는 한일 두 나라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아주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을 틈타 8일(5명), 9일(1명) 조선인이 일본의 자경단(自警團)에 의해 학살되었는데 이들을 위무하려고 1985년 세운 종각의 개보수가 필요하여 한일 양국의 시민들이 합심하여 개보수를 마친 기념으로 '조선인 희생자 위령 종루 보화종루 개수완공기념식'(朝鮮人犠牲者慰霊の鐘楼 普化鐘楼 改修完工記念式)을 연 것이다.

26일 오후 3시부터 관음사 경내의 보화종루(普化鍾樓) 앞에서 거행된 이날 행사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1부의 시작은 관음사 세키 타쿠마(関琢磨) 주지가 보화종루에 꽃을 바치는 개안공양(開眼供養)을 시작으로 조화선 선생의 살풀이춤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관음사가 자리한 야치요시(八千代市)의 시장 및 다카츠 특별위원회 위원장(高津特別委員会委員長) 등의 인사가 있었고, 한국 측 대표로 유라시아문화연대 신이영 이사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보화종루 관동대지진 때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위해 세운 치바현 관음사에 있는 개보수된 보화종루
보화종루관동대지진 때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위해 세운 치바현 관음사에 있는 개보수된 보화종루 ⓒ 정종배

보화종루 현판 보화종루 현판과 새로 단장한 단청의 모습이 곱다
보화종루 현판보화종루 현판과 새로 단장한 단청의 모습이 곱다 ⓒ 정종배

보화종루 개수 완공 기념식 관음사 주지가 보화종루 앞에서 헌화하며 '조선인 희생자 위령 종루 보화종루 개수 완공 기념식을 열고 있다.
보화종루 개수 완공 기념식관음사 주지가 보화종루 앞에서 헌화하며 '조선인 희생자 위령 종루 보화종루 개수 완공 기념식을 열고 있다. ⓒ 정종배

곧이어 개보수된 보화종루 안에 있는 종을 치는 타종식이 있었다. 1부 끝순서로는 이번 개보수 공사에 필요한 모금 활동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한국과 일본 쪽 인사와 한국의 단청 장인 등에 대한 감사장 전달이 있었다. 2부는 장소를 본당(한국의 대웅전)으로 옮겨 진행되었는데 '치바현 간토대지진과 조선인 추도 조사실행위위원회'(千葉県関東大震災と朝鮮人道悼 調査実行委委員会)의 와타나베 아키라(渡辺明) 대표와 도쿄 한국상공회의소 김순차(金淳次) 회장 등의 축사에 이어 <보화장루(普化檣楼)1985-2025- 40년>이라는 슬라이드 상영의 시간을 가졌다.

이 슬라이드를 통해 그간 관음사에 세워진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종과 종각의 40년 역사를 더듬어 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2부 끝 행사로는 재일동포 탄고단(誕古團)의 사물놀이와 함께 저녁식사를 겸한 한일 사이 우호의 시간을 가졌다고 행사에 참석했던 정종배 시인은 전화통화로 행사 소식을 자세히 알려왔다.

재일동포 탄고단의 사물놀이 2부 행사는 관음사 본당(한국의 대웅전)에서 재일동포 탄고단(誕古團)의 사물놀이와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재일동포 탄고단의 사물놀이2부 행사는 관음사 본당(한국의 대웅전)에서 재일동포 탄고단(誕古團)의 사물놀이와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 정종배

보화종루 개보수 기념식 참석자 행사를 마치고 보화종루 개보수에 성금을 보낸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 앞에 선 기념식 참석자들, 이번 보화종루 개보수에 공로가 큰 오충공 영화감독, 신채원 작가, 정종배 시인, 김시우 교수, 최유진 교수, 이만주 무용평론가 (베레모 쓴 분), 오른쪽 부터 뒷줄로 연결되는 분들이 한국측 인사들이며, 시작 줄의 오충공 영화감독의 옆 두 분은 일본인이다. 또한 맨 왼쪽에 흰 셔츠 차림의 분도 이번 공사에 힘을 실어준 일본분이다.
보화종루 개보수 기념식 참석자행사를 마치고 보화종루 개보수에 성금을 보낸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 앞에 선 기념식 참석자들, 이번 보화종루 개보수에 공로가 큰 오충공 영화감독, 신채원 작가, 정종배 시인, 김시우 교수, 최유진 교수, 이만주 무용평론가 (베레모 쓴 분), 오른쪽 부터 뒷줄로 연결되는 분들이 한국측 인사들이며, 시작 줄의 오충공 영화감독의 옆 두 분은 일본인이다. 또한 맨 왼쪽에 흰 셔츠 차림의 분도 이번 공사에 힘을 실어준 일본분이다. ⓒ 정종배

보화종루에 새겨진 명판 명판에 이름이 새겨진 분들이 아니었으면 이번 보화종루 개보수 작업은 어려웠을 것이다. 명판은 보화종루 옆에 세워졌다.
보화종루에 새겨진 명판명판에 이름이 새겨진 분들이 아니었으면 이번 보화종루 개보수 작업은 어려웠을 것이다. 명판은 보화종루 옆에 세워졌다. ⓒ 정종배

정종배 시인은 <1923관동대학살 -생존자의 증언>(2023)을 쓴 작가로 지난 8월 25일(월) 현지에 도착해 조선인 여섯명이 처참하게 학살당한 장소까지 불볕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10리길을 걸었다고 했다. 그가 흘린 비지땀은 피눈물이었으리라. 그는 이번 개보수완공 기념식에 참석한 뒤 시 한편을 써서 기자에게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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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화종루 위령의 종 종소리가 여섯 번 울린다 / 개보수를 마무리한 보화종루 처마선이 새롭다 / 고국의 향수를 되새기는 종소리가 반갑다 / 종루를 둘러싼 무궁화 꽃향기도 고맙다 / 102년 전 관동대학살 당시에 오로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 제노사이드 당한 여섯 분의 피맺힌 영혼을 위무한다 / 공이로 당좌를 든든하게 치고 쳐 / 종소리가 지붕의 기와 골을 따라 흐른다(이하 생략) -정종배 '보화종루 위령의 종을 친다' 가운데서-

경술국치 100년째 되던 2010년 8월 15일, 광복 65돌이 되던 해, 조선인 6명이 처참하게 학살된 나기 노하라를 찾았던 기자는 그날 흰목련꽃나무 아래서 당시를 회상해 주던 오다케 할머니의 증언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아니 잊을 수가 없다.

올해 관동대지진 102주기를 맞이하여 일본에서는 다양한 추도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그 추도회는 대부분 일본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회다. 지진이라는 대재앙 앞에서 힘없이 죽어 갈 수밖에 없는 인간 목숨에 대해, 추모의 마음을 내는 것은 인종을 불문하고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지진을 이용하여 아무 죄도 없는 조선인을 총칼로 학살한 일본 자경단의 행위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끝으로 관동대지진 하면 떠오르는 자경단(自警團)의 끔찍한 조선인학살 사진을 올리며 조선인 희생자 위령 종루 보화종루 개수완공기념식 소식을 마치고자 한다.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을 학살하는 모습 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 때 자경단으로 위장한 일본 경찰들이 조선인을 학살하고 있는 모습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을 학살하는 모습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 때 자경단으로 위장한 일본 경찰들이 조선인을 학살하고 있는 모습 ⓒ 인천 한국이민사박물관

경비부대배치도개요 간토대지진 때 일본 군경의 개입은 없었고 이른바 자경단이 있었는데 이는 주민들이 마을을 지키려고 조직한 단체라고 일본에서는 주장하지만 그것이 거짓임을 알려주는 <제1사단사령부>에서 만든 '경비부대배치도개요', 여기에는 보병15부대, 기병2부대 등의 군부대 배치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어 조직적인 군경의 개입이 있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경비부대배치도개요간토대지진 때 일본 군경의 개입은 없었고 이른바 자경단이 있었는데 이는 주민들이 마을을 지키려고 조직한 단체라고 일본에서는 주장하지만 그것이 거짓임을 알려주는 <제1사단사령부>에서 만든 '경비부대배치도개요', 여기에는 보병15부대, 기병2부대 등의 군부대 배치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어 조직적인 군경의 개입이 있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 인천 한국이민사박물관

치바현 관음사에 조선인 학살자를 위한 위령비와 보화종루를 세운 한일 양국의 시민들과 특히 지난 40년(1985-2025) 동안 음으로 양으로 이들의 무덤을 보살펴주고 있는 세키 타쿠마(関琢磨) 주지 스님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정종배 시인 조선인 학살이 자행되었던 곳은 현재 나라시노(習志野) 군대 주둔지가 들어서 있는데 정종배 시인은 섭씨 30도의 무더위 속에서 관음사까지 10리 길을 걸으며 희생된 조선인들의 넋을 기렸다.
정종배 시인조선인 학살이 자행되었던 곳은 현재 나라시노(習志野) 군대 주둔지가 들어서 있는데 정종배 시인은 섭씨 30도의 무더위 속에서 관음사까지 10리 길을 걸으며 희생된 조선인들의 넋을 기렸다. ⓒ 정종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문화신문에도 실립니다.


#관동대지진#치바현#관음사#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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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koya26) 내방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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