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가 60일간의 활동을 모두 마쳤습니다. 국정 혼선을 막는다는 이유로 국정기획위 내부 논의에는 철저한 함구령이 내려졌는데요. 국정기획위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5명을 만나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은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5만 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 시절, AI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30년까지 사들이겠다고 약속한 첨단 GPU 개수다. 100만 장. 챗 지피티를 만든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올해 연말까지 온라인상로 가동하겠다고 한 GPU 숫자다. 한국 정부가 올해 당장 재정을 쏟아부어 목표한 5만 장을 확보해도, 이미 미국 민간 기업 기술조차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수십 분의 1의 자본과 데이터로, 이미 초격차가 나는 AI 기술들을 쫓아간다는 건 굉장히 염려스러운 일이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AI 인프라 산업에 뒤처진 국내 상황을 자동차 산업에 비유하며 "미국과 중국이 이미 쫓아갈 수 없는 수준의, 엄청나게 좋은 자동차 엔진을 개발했는데 우리가 이제야 국산 엔진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과 같다"라고 설명한 이유다.
차 의원 역시 대선 과정에서, 또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 소속으로 관련 논의에 참여했다. 하지만 일부 결론에는 공감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GPU 5만 장을 확보해 미국과 중국을 이은 세 번째 AI 인프라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에 대해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서 3등 기술은 큰 의미가 없다. 답이 나오지 않는 안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라고 분명하게 반대했다.
되레 미국과 중국이 장악하지 못한, "AI 사회에서 생겨날 막대한 산업들에 집중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정위 내 기후에너지TF 팀장을 맡았던 그는 대선 과정에서 논의되지 못했던 '기후 적응' 부문을 국정과제에 반영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 기후 완화 정책에도 결국 기후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다면 다가올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대응력을 길러야 한다고 봤다. 차 의원은 "이재명 정부 5년이 위기 요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회복 탄력성을 만들 골든 아워"라며 "기후 영향을 예측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차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지금이 골든아워... 기후 적응 준비해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은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
"기후 에너지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고 사회 2분과 환경 소분과장을 맡아 기후에너지 관련 모든 주요 논의를 협의했다. 또 AI TF 소속이었다."
- 기후 에너지 TF에서는 어떤 업무를 했나?
"123개 국정과제에 기후 적응 부문을 반영하는 역할을 했다. 나는 인도적 위기에 가장 논의가 앞서 있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최전선에 서 있던 학자들의 공감대는 기후·인구 구조 변화가 만드는 복합적인 위기가 연쇄적인 충격을 만들어 경제·안보 위기가 나타날 수 있는데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그 위기를 막을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예를 들어, 지구 온도가 4℃ 올라갔을 때 이번 세기 내 320경 원 정도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연쇄 효과가 아닌 1차적 피해를, 보수적으로 계산했을 때 말이다. 거기서 1.5℃로 줄여도 170경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여전히 150경 원의 손실은 막아낼 수 없다. 이런 기후 위기는 100% 다가올 미래다. 팬데믹도 기후 위기와 함께 반복될 것이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든 한국이 마주할 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큰 규모일 것이다.
그런데도 변화를 준비하는 그룹이 없었다. 이상했다. 나는 이재명 정부 5년이 위기 요인들에 최소한의 회복 탄력성을 만들어 한국이 극단적 경제 위기로 빠지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골든 아워다. 국정위에서도 미래 한국의 포지션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 국정위가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에는 총 2개의 '고속도로'가 등장한다. 그중 하나가 에너지 고속도로다. 2022년 대선 당시부터 이 대통령이 공약했던 내용인데, 그대로 진행되나?
"진행된다. 대통령실에서 이미 정교하게 설계 중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주로 서해와 남해 쪽으로 나가는 벨트 안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RE100 첨단 산업을 늘려 지방 균형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환 문제는 한국이 고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공약 내에서 에너지 고속도로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굉장히 강조했다. 방법을 찾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주요 업무였다. 다만 나는 대선 공약에 빠진 부분들에도 집중했다."
- 무엇인가?
"기후 적응이다. 기후 완화 정책을 해도 기후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기후 변화 때문에 사람들이 생명을 잃거나 한국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경제나 식량 안보 충격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기후 문제에 빨리 대응했던 유럽 국가들은 탄소 중립 같은 '기후 완화'와 기후 재난 문제에 대응하는 '기후 적응'이 양쪽 날개처럼 균형을 맞추고 있다. 전체 지원 자금의 30~40%가 쓰인다. 반면 한국은 기후 적응 비중이 5~6%로 약하다. 그나마도 지난 윤석열 정부 때 기후 적응은 거의 시작도 못 했다."
- 기후 적응의 구체적인 과제는?
"가령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홍수, 가뭄, 산불 등 여러 재난이 발생할 것이다. 식량 가격은 어떻게 될까?"
- 폭등하겠다.
"식량 가격들이 굉장히 출렁거릴 것이라는 게 얼핏 보기에도 예측이 된다. 그 영향을 예측하고 발맞춰 식량 수급 계획을 만들고 비축량과 농민들 인프라 개선 등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예측조차 안 되고 있으니 식량 문제에 대한 충격을 예방하기가 어렵다. 또 내 지역구에 오산천이 있다. 작년 비가 왔을 때 거의 제방을 넘을 뻔했다. 천이 넘치면 바로 밑이 도심, 저지대다. 반지하에서 나올 수많은 인명 피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관 시설들의 건축 기준을 사전에 높여놔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기후 예측 기반을 만드는 데도 힘썼다."
-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탄소 배출이 지구 온도를 올린다는 건 이미 전 세계 연구자들이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낸 사안이다. 그런데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은 지역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같은 온도가 올라도 한국과 유럽에 나타나는 영향이 다르다는 뜻이다. 예측을 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메커니즘을 파악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위원회도 위상 강화가 필요했다. 물론 조직 개편 문제는 대통령의 결정사항이라 개인적인 의견이다."
"엔진 경쟁 이미 늦었다... AI에 따른 신산업에 집중해야"
- AI TF에도 참여했다. 그런데 AI 발전으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와 AI 발전이 상충하는 것 아닐까?
"AI로 전환이 돼도 이미 현대사회에서 소모되는 전기량이 어마어마하다. 늘어나는 것도 2~3% 정도일 것이다. 특히나 정부가 5년간 GPU를 5만 장 산다고 했다. 챗지피티의 개발사인 오픈에이아이 CEO 샘 올트먼은 2025년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만 개 이상의 GPU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것과 비교하면 5만 장은 전력을 그렇게까지 많이 소모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나는 국정위 AI 안에도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 어떤 문제의식인가?
"우리가 세운 목표가 AI 3대 강국이다. 물론 굉장히 중요하다. AI가 온 세상을 다 바꿔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AI 사회에서 생겨날 막대한 산업들이 AI 기반을 다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과거 사례에 빗대 얘기하자면, 현재 정부 계획은 인터넷 망을 까는 데 국가가 온 힘을 집중해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망 기술은 그 후 수많은 신산업을 만들어냈다. AI도 마찬가지다. 외국 기술로 망을 깐다면 기술 의존성은 생기겠지만 그후에 등장할 산업에 먹거리가 더 많다. 그런데도 논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은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어떤 산업이 파생될까?
"가령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이 2032년이면 6경 원이 넘어갈 것이다. 개발도상국은 현재 전체 헬스케어 시장에서 20~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경 원 수준이다. 근데 현재 대부분이 '미충족 의료'다. 만족스럽지 않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도 개발 도상국의 의료 시스템을 장악하지 못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의사가 부족한데 어떻게 의사를 수출하겠나? 그런데 AI 헬스케어 시스템은 수출할 수 있다. AI 기반의 의료 시스템을 만들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서 다 쓸 수 있다."
- 의사가 우리가 수출한 AI 시스템에서 질병에 대해 검색하는 것인가?
"단순 검색이 아니다. 진료를 같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수 의료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은 환자가 눈에 결막염이 생겨 왔을 때 결막염인 줄 모른다. 또 결막염의 원인이 바이러스 때문인지, 박테리아 때문인지도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카이스트에서 직접 기술을 개발했다. 진단 AI 툴이다. 눈 사진을 찍으면 AI가 어떤 원인에 의한 결막염인지 진단해준다. 개발 도상국 내 가장 큰 실명 원인이 곰팡이성 각막염이다. 이 기술이 있으면 간호사만 있는 지역도 AI와의 협업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이게 바로 1.5차 의료 시스템이다.
또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 재직하던 시절, 과학 저널 <네이처> 자매지에 논문을 투고한 적이 있었다. 눈 망막 안에 모세혈관의 패턴을 찍어 혈관을 직접 촬영하는 것이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을 높은 확률로 예측해 준다. 심장 CT 촬영하는 것보다 정확도가 높게 나왔다. 현재 심혈관계 질환이 개발도상국 사망 원인 1위다. 예측할 수만 있으면 고혈압 약을 처방하면 된다. 그렇게 모인 돈이 2경 원 규모 시장이다.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민간 기업으로는 구글이 열심히 하고 있고 중국이 지난 7월 중국 AI 기술로 개발도상국에 의료를 지원하는 안을 '액션 플랜'에 담았다."
- 그런데도 한국은 '뼈대'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일까?
"맞다. 심지어 초격차가 벌어졌다. 마치 우리가 국산 자동차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미 미국과 중국이 엄청 좋은 엔진을 만든 것과 같다. 쫓아갈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럴 때 다 같이 '올 인'해서 국산 엔진을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미국·중국 모두 완성차 업체가 없는 만큼 그쪽으로 진출해 선점해야 할까? 나 같으면 후자를 한다.
심지어 국내 IT기업들이 소버린AI(특정 국가에서 독자적으로 만들고 관리하는 AI) 개발을 목적으로 정부에 투자해 달라고 가져 온 포트폴리오는 내수 시장을 향하고 있다. 관련해 김민석 국무총리께 얼마 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말씀을 드렸다. 총리께서 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는데 '글로벌 AI 이니셔티브'가 그 안이다. 이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국정위 보고서에 담긴 'AI 기본사회'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
- 어떤 논의 속에 나온 배경인가?
"AI가 우리 삶 전체를 바꿔버리는 세상을 가정한 이야기다. 빠른 미래에 기자, 국회의원, 펀드 매니저, 의사 등 모든 일 대다수를 AI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인 만큼 기업으로선 이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선배급'을 고용해 AI와 함께 일하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신입 뽑을 공간이 없으니 청년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를 대비해 정부는 AI 고용 전환 보험과 업 스킬 패키지를 당연히 생각해둬야 한다.
또 AI가 보건복지 시스템과 결합하면 정밀 복지가 가능하다. 사회복지 데이터와 함께 여러 금융, 공과금 등 경제 데이터를 모으면 AI가 한 달 뒤 위기를 맞게 될 가구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본 사회는 AI 기술로 사람들이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제로 리스크 사회'다."
- '글로벌 인텔리전스'라는 개념으로는 어떻게 이어질까?
"우리만 이런 전환을 하는 게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돈이 많이 들어 의사,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키워내지 못한 개발도상국은 가장 돈이 적게 드는 AI로 시스템을 개선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들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부딪칠 것이다. 안보 등 필수 영역을 미국이나 중국의 민간 기업 기술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독자 개발을 해야 하는데 그만큼의 자본, 기술, 데이터가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한국이 깃발을 들고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을 대상으로 AI를 공동 개발하자고 하는 것이다. 중동, 싱가포르, 대만, 인도 등과 자본, 기술을 합친다면 시너지가 크다. 디지털 인구가 10억 명까지 늘어난다. 데이터가 모인다는 이야기다."
- 이 안을 국정위에서도 논의했나?
"논의했지만 순탄하지 않았다. 복지쪽 그룹과는 의견 일치가 잘 됐지만 산업계나 과학기술쪽과의 논의가 쉽지 않았다. 산업계쪽에서는 GPU 구입 등 '기본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시스템을 글로벌로 확장하는 데 의지도 크지 않은 것 같았다. 국내 IT 기업들이 글로벌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지금이 골든 아워다. 한국이 AI 사회로 가는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앞으로 굉장한 어려움이 있을 걸로 본다. AI 3대 강국이 된다 한들 어차피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서 3등 기술은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인도 1위 기술을 쓰지 않겠나. 지금이라도 기존 전략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초격차 속에 답이 나오지 않는 안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