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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SDU 대학교에서 25년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송재호, 임정옥 부부 주시경 동상 앞에서 @김슬옹
카자흐스탄 SDU 대학교에서 25년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송재호, 임정옥 부부주시경 동상 앞에서 @김슬옹 ⓒ 김슬옹

하늘과 땅이 맞닿아 짙은 코발트빛 지평선을 이루고, 눈 덮인 천산 산맥이 굳건히 서 있는 카자흐스탄. 그곳 SDU 대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의 길을 걸어온 부부가 있다. 바로 송재호·임정옥 부부다. 이들은 본래 화가였으나, 한글 속에서 독창적인 '미적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한국어 교육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으로 여름 휴가 왔다가 8월 23일 한글 관련 문의차 필자가 있는 세종국어문화원으로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다.

2000년부터 시작된 카자흐스탄 생활

송재호 선생은 "2000년도에 카자흐스탄에 들어가게 됐다"며 "처음에는 다른 일을 하다가 나중에 한국어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카자흐스탄 생활이지만, 그는 "천산도 있고 자연이 아름답고, 나라가 크다"라며 카자흐스탄의 매력을 설명했다.

현재 SDU 대학교는 학생들이 두 개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어 전공자는 약 408명에 달한다고 한다. 송 선생은 "한류로 한국어가 세계적이지만, 카자흐스탄에서는 우리 대학교가 한국어 공부하는 인원이 제일 많은 것 같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화가에서 한국어 교사로의 특별한 여정

송재호·임정옥 선생은 원래 화가 출신으로, 현재도 예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어 교사자격증과 다문화 교사자격증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어 "문화와 한국어를 같이 융합적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정옥 선생은 특히 전통 민화를 한국어와 함께 접목한 한국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가르치고 있다고 하였다.

카자흐스탄의 언어와 문화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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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은 과거 소련 체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어가 대세를 이뤘지만, 독립 후 현재는 카자흐어 사용자가 더 많다고 한다. 송 선생은 "카자흐어는 러시아 계통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언어들과 비슷하고 터키어와도 비슷하다"라며 "카자흐어, 키르기스어, 우즈베크어, 터키어가 서로 통한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회의할 때도 터키인은 터키어를 사용하고, 카자흐 선생들은 카자흐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며 놀랐다고 한다.

특히 카자흐어는 한국어와 문법이 같아서 "카자흐스탄 학생들이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위를 점한다"며,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다언어 속에서 살아서 언어적 재능이 뛰어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한류와 K-POP의 열풍

카자흐스탄에서도 한류의 영향은 크다. 송 선생은 "젊은 층은 지금 매우 좋아한다"며 올해 각 대학의 댄스팀을 초청해 K-POP 경연대회를 개최한 경험을 들려줬다. "2시간 넘게 했는데 앉아있는 학생이 없더라. 히잡을 한 여학생들도 떼창하고 춤추는 것을 보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열기를 전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이슬람 젊은이들의 양면성"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슬람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 문화에 관용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어 교육의 어려움과 보람

카자흐스탄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발음 문제다. 송 선생은 "한국어는 입이 앞으로 나오는 발음이 많은데(lip rounding), 카자흐어는 입이 옆으로 벌어지는 발음(lip spreading)이 많다고 하였다. 항상 수업 시작하면 입을 앞으로 내밀어 발음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하였다. 특히 'ㅓ'와 'ㅗ' 발음을 혼동해서 '오빠'를 '어빠'로 발음하고, '서울'을 '소올'이라고 발음한다. 자음에서는 경음 ㄲ, ㄸ, ㅃ, ㅆ, ㅉ가 없어서 '달과 딸'을 구별을 못 한다. 제일 어려운 발음이 '딸기'이다. '달기'가 '딸기'가 되는 날 카자흐 학생들에게는 한국어의 문이 열리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보람은 "한국어를 통해서 학생들이 미래를 갖게 되고, 꿈을 갖게 되고, 희망을 갖게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옛날에는 작은 꿈을 가진 학생들이 저희를 만남으로써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고, 유학하는 친구들도 매우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한국어 교육 기관들

카자흐스탄에는 현재 17개 대학교와 6개의 칼리지, 15개 스쿨(초중고)에서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비공식기관인 한글학교가 22개이다. 한국 정부 파견으로 세종학당과 한국교육원 등이 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인원은 약 5004명이며, 그중에 2124명이 대학생이다. 대학생이 전체 한국어 학습 인원의 42.4%를 차지한다. 카자흐스탄 교육부는 경기도와 자매결연을 맺어서 매년 10명의 카자흐스탄 교사들을 경기도에 파견하여 한국에 사는 카자흐 어린 학생들을 돌보는 사업도 하고 있다고 한다.

임정옥 선생은 토요일에는 '고려 주말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에는 약 10만 명의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많은 수가 한국으로 이주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매 학기 시작할 때마다 2~3명의 학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25년간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파해온 이들 부부의 노력은 양국 간 문화 교류의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12월, SDU 대학 주최 댄스경연대회 사진
2024년 12월, SDU 대학 주최 댄스경연대회사진 ⓒ 임정옥

#한국어교육#카자흐스탄#송재호#임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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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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