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도계전 전시폐교(소달중학교)를 전시실 삼아 여는 도계전은 전국에서 106명의 작가들이 참여 하였다. 전시는 학교 복도 교실 등에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어 일반 미술관 전시회 보다 훨씬 자유롭고 신선하다. ⓒ 전병호
오픈 행사의 작은 축하 공연을 핑계 삼아 제3회 도계전을 다녀왔다. 참가 작가 규모(1회 38명, 2회 78명, 3회 106명 참여)나 다양한 참가 작품들의 품격이 그림에 문외한인 내 눈에도 작년보다 훨씬 풍성해지고 깊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보는 눈이 외눈인지라 깊이 있는 감상평은 못하지만, 몇몇 작가들을 따라다니며 귀동냥한 평을 모아 보니 올해 참가작 수준이 무척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제훈 작가 작품: 검은 꽃 피고 지고 1*2m 잉크젯프린트전제훈 작가: 택백시 거주 ⓒ 전제훈
전시회 개막전 행사 후 뒤풀이 겸 작가 교류 행사를 폐교된 점리분교터 캠핑장에서 진행했다. 그곳에서 여러 작가들의 전시회 평을 들을 수 있었다. 내 눈에는 잘 보이던 것들이 아니었지만, 유익한 시간이었고, 특히 이 말이 와닿았다.
"그냥 그림을 그린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 작품에 임하는 작가들의 마음이 보여."
비슷한 말을 해준 이가 또 있었다. 이 전시회를 홀로 기획하고 추진한 주체자 이종헌 선생이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그 작가의 삶이 보인다. 기성작가는 기성작가대로 숙성된 상태, 또 젊은 작가는 젊은 작가대로 그들의 고민 같은…"
잠깐 대화를 나누며 나온 말이었는데, 나 같은 문외한에게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었다. 참가 작품들을 보면 예술적으로 더욱 깊어진 작가들이 있는 반면, 젊은 작가들의 작품 속에는 앞날이 불투명한 예술가의 길을 고민하는 흔적들이 묻어 있다는 의미였다. '젊은 작가들의 고민'이라는 말에 내 생각이 잠시 멈췄다.

▲이종호 작가 Cteshphon(테쉬폰) 700*400mm 제주시제주 거주 이종호 작가의 작품 ⓒ 이종호
어느 시대이든 예술가의 길이 원래 다 그런 거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고독하고 배고프고 외로운 예술가들의 앞날에 대한 고민이 떠올랐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 자랑하며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여전히 배고픈 예술가들의 삶이 옆에 있다는 현실이 불편하고 슬펐다.
우리는 이제 문화강국이 되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BTS, 블랙핑크가 빌보드 정상에 오르고,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아카데미와 오스카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뿐인가? 최근에는 할리우드에서 K팝을 소재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키며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
문화예술인을 자처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인데도 뭔지 모를 박탈감이 든다. 겉으로는 화려하게 '문화강국-K'를 자랑스럽게 외치지만, 오히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문화예술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잘 나가는 다른 분야를 시기질투하자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문화강국이라는 말을 쓰려면 일부 특정한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젊은 예술가들에게 비전을 주는 문화예술 터전이 되어야 한다. 이제 예술가는 배고프다는 말을 버릴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이종헌 작품:소멸, 84*94*3.5cm /목판,생칠,투명칠,흑칠,토분이정한 작가: 삼척시 거주 ⓒ 이종헌
새로운 이재명 정부도 '문화강국-K'를 내세우는 공약을 내걸었다. 정부가 문화강국이라는 말을 쓰고자 한다면 이번 도계전처럼 소외된 지역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인들의 몸부림은 주목받아야 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잘 사는 나라에서 징수된 세금은 이런 지역문화 활성화에 투자되어야 한다. 언론은 정치권 싸움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열리는 이러한 독특하고 혁신적인 문화행사를 취재해 전해야 한다.
이번 도계전도 지역 신문 한 곳에서 개최 소식을 알린 것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내가 쓴 기사가 거의 전부였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여러 유력 언론들이 취재에 나서길 바랄 뿐이다.
"이런 수준 높은 전시회를 어디서 보나? 서울에서 열렸다면 문전성시였을 텐데."
어느 작가의 술 한잔 넋두리가 여전히 가슴에 남는다.

▲제3회 도계전 포스터제3회 도계전 포스터 ⓒ 이종헌
[이런 전시회 없습니다]
1. 제3회 도계展 -상생(相生) : 누구나 무료 관람 가능.
2. 장소: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고사리 소달중학교(폐교)
3. 전시기간: 2025년 8월 17일~8월 30일(2주간)
4. 문의: 삼척도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033-541-7723
5. 주최·주관: 옻뜰(ott ddeul)
6. 후원:삼척시, 강원랜드 사회공헌재단, 삼척도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주)착한농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