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위한탈시설행동연대’는 아동, 청소년, 장애인, 홈리스, 노인, 이주민, 동물 등 집단수용시설에 수용된 존재들의 탈시설 및 지역사회의 주거권과 성원권 보장을 위해 연대해 온 단체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역사회 돌봄이 가능한 정책을 구체화하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존재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령 제정과 접근 가능한 주거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자원을 만들기 위한 8화의 연속기고를 기획하였다.
'노숙인'은 누구이고 '홈리스'는 누구인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정한 주거가 없는 사람,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주거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 중 18세 이상인 사람을 '노숙인 등'이라 정의한다. 18세 이상. 주거가 극도로 열악한 상태에 처한 사람을 지칭하는데 왜 연령 기준이 필요할까?
보건복지부는 18세 미만인 사람은 아동복지법령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령 규정을 두었다 한다. 그런 이유라면 노인, 장애인 등 인구학적 특정으로 구분될 수 있는 이들은 다 '노숙인 등'에서 제외되어야 옳다. 하지만 주요 해외 사례를 예를 들면, 미국은 '맥키니 벤토법'(The McKinney-Vento Homeless Assistance Act)을 통해 공교육 보장을 위한 목적으로 '홈리스 아동·청소년'에 대한 개념을 정하고 있다.
또한 '가출 및 홈리스청소년법'(The Runaway and Homeless Youth Act, RHYA)을 통해 가출 및 홈리스 청소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기본서비스 프로그램, 전환주거 프로그램, 거리상담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18세 미만의 노숙인은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궤변은 개념에 대한 규정과 서비스 설계의 영역을 혼동한 결과다.
그렇다면 '노숙인 등'은 누구인가? 위에 언급했듯, 주거가 없거나 노숙인 시설에서 사는 사람뿐 아니라 '주거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을 말한다. 적절치 못한 주거라면 쪽방, 고시원, 여관·여인숙, 비닐하우스, PC방, 찜질방, 만화방, 패스트푸드점 등 다양한 거처가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들 중 '쪽방'에 사는 사람만을 '노숙인 등'으로 인정한다. 그렇다면 '쪽방'은 무엇인가? 국내 법령, 조례 어디에도 정의되어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적으로 5개 지역(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에 설치된 쪽방 상담소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는 거처만을 쪽방으로 인정하고, 이곳의 거주자만 '노숙인 등'에 포함한다. 예를 들어, 쪽방 상담소가 설치되지 않은 광주지역 쪽방 주민 약 1천명은 '노숙인 등'에서 제외되는 식이다. 이렇게 자의적 기준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노숙인 등'의 수는 1만2725명(2024년)이다.
국토교통부가 파악한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여인숙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44만3126가구(2022년)와 비교할 때 엄청난 차이다. 과연 어떤 수치가 한국의 주거 현실을 사실대로 드러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노숙인 등'이란 모호하고 협소한 개념이 아닌, 비적정 거처 상태를 뜻하는 '홈리스'라는 용어를 통해 다양한 주거취약 상태에 처한 이들을 파악하고 지원해야 한다. 다만, 본 기사에서는 현행 정책 용어는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하는 전체 노숙인 등의 규모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토교통부가 파악하는 주택이외의 거처 거주가구 규모2022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 실태조사 ⓒ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연구원·한국통계진흥원
홈리스 복지의 역사는 시설 수용의 역사다
한국사회에서 홈리스의 존재가 사회정책적 주목을 받게 된 것은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실직 노숙인'의 존재가 가시화되면서부터다. 그 이전에는 '부랑자', '부랑인'으로 지칭하며 시설에 격리·수용시키면 그만인 존재였다. 한국 전쟁 이후 외국의 원조나 선교사의 활동으로 전쟁고아, 부랑아, 모자가정 등을 대상으로 수용시설이 우후죽순 설치되었다.
박정희 정권 이후에는 부랑인에 대한 통제 정책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개발독재 상황에서 '근면'을 강조하던 정권의 특성에 따라 부랑인은 질서 위반자로 취급되어 1960년대에 국토건설단 사업에 동원되거나 1970년대에 격리·수용되었다. 1970, 1980년대에는 부랑인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집단으로 분류하고, 강제 수용·격리시키는 것을 정부 정책의 주요 골자로 하였다. 1987년 보건사회부 훈령은 부랑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거리를 방황하면서 시민에게 위해와 혐오감을 주는 등 건전한 사회 질서의 유지를 곤란하게 할 뿐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결함으로 정상적인 사고와 활동 능력이 결여된 정신 착란자, 걸인, 앵벌이, 18세 미만의 부랑아, 불구 폐질자."
이러한 체계에서 수용시설은 수많은 입소인들을 강제노역과 폭행, 사망, 실종에 이르게 한 형제복지원과 같이 홈리스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2024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결정한 또 다른 수용시설인 천성원(성지원,양지원)에 입소해 있던 홈리스행동의 한 회원은 진상규명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회한하였다.
"시설에 23년 있었지만 나이만 먹게 했지 노숙을 벗어나게 하지 못했습니다. 대구역에서 만났던 대구시청 직원이 희망원에 안 보내고, 대전 역전 파출소 경찰이 성지원에 안 보냈다면, 수용시설이 아니라 지금처럼 기초수급을 받게 하고,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게 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는 15세인 1973년에 시설에 끌려갔다. 1998년, 시설에서 풀려났지만 갈 곳이 없어 거리 노숙을 해야 했다. 2022년, 64세의 초로(初老)가 되어서야 정부는 그에게 임대 주택이라는 '집'을 최초로 허락했다.

▲인권의 사각지대 ‘양지원’의 만행을 보여주는 증거 자료2024년 9월 9일 성인 부랑인 수용시설 진실 규명 결정 발표 기자 간담회 자료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시설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시설'은 여전히 노숙인 복지의 주류다. 지난 6월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노숙인 생활시설 거주자는 6659명으로 전체 '노숙인 등'의 절반 이상(52.3%)에 해당한다.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년 이상 장기 입소자의 비율은 2016년 21.4%에서 2021년 31.1%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여성의 20년 이상 장기 입소 비율은 50.3%(2021년)로 더욱 심각하다. 노숙인 생활시설은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준비기인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렇듯 심화하는 장기입소 경향은 시설이 입소 홈리스들을 사실상 지역사회와 격리시키는 역할에 충실함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몇 가지 조사결과를 조금 더 들여다보자. '서울시 노숙인종합지원시스템'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최종 시설 퇴소 이후 시설에 재입소하지 않는 경우는 32.1%에 불과했다(박은철·이자은·김준희, <노숙 진입서 탈출까지 경로 분석과 정책 과제>, 2015). 시설 시스템에 한 번 유입되면 여러 시설을 순회하는 '회전문 현상'을 겪게 된다. 장기간의 시설 생활은 독립생활 기술과 지역사회 통합 역량을 오히려 퇴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민소영·김소영, <주거 취약 계층 매입 임대 주택 현황 분석 및 개선 방안 연구>, 2017).
이와 달리, 핀란드의 정책은 시설이 아니라 주거가 홈리스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핀란드는 EU 국가 중에서도 홈리스의 수가 감소하는 몇 안 되는 국가로 2008년 약 3500명이었던 만성 홈리스가 2019년 기준 961명으로 감소했다(FEANTSA, 2020.11). 이러한 배경에는 주거우선(housing first) 전략으로의 과감한 정책 선회가 있다. 주거 우선 전략 하에서 홈리스에게 집이란 '자신의 자립과 자활 가능성을 증명해내고 보상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서 보장된다.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주거의 확보는 홈리스의 재활·자활의 목표가 아니라 필요한 서비스와 다양한 지원을 받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계단의 꼭대기에 놓인 '집'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해 스스로의 재활과 사회적 수용성을 입증하도록 한 계단형 모델은 필연적으로 중도에 탈락하는 다수를 양산해 낼 뿐이다. 한국의 보건복지부 역시 탈시설, 주거 지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제1차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 지원 종합 계획(2016-2020)'은 "대규모 시설 → 소규모 시설 → 주거 지원으로 단계적 전환"하여 시설 중심이 아니라 주거 지원 중심의 "지역사회 보호"를 정책의 원칙으로 삼겠다 하였다. 그러나 이런 목표는 2차 종합 계획에서 삭제되고 말았다.

▲2022년 10월 1일, 서울역에서 열린 세계주거의 날집회에 참가한 홈리스야학 학생 ‘로즈마리’님이 주거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홈리스행동
'홈리스'는 '집'이 없는 사람이지 '시설'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다. '집'이 없기에 일도, 건강도,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되거나 그러기 십상인 이들이다. 그리하여, 홈리스 정책은 '주거'를 중심에 두고 의료, 고용, 급식, 사회서비스를 붙이는 방식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런 구조에 수용시설, 생활시설이라는 변태 주거가 끼어들 이유는 전혀 없다.
덧붙이는 글 | ○ 연속기고 제목 : 모두를 위한 탈시설 사회
○ 기간 : 2025년 7월 둘째 주부터 8월 말까지 두 달 간
○ 필진 : 노년유니온, 새벽이생추어리, 아동청소년탈시설공동행동,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홈리스행동,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