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내걸린 법원기. ⓒ 권우성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빠른 선고가 나오면서 법조계에선 대법이 제대로 선고했는지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송경근 판사 "30년 법관 근무 동안 보지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
지난 2일 송경근 청주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전국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국민이 주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 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라며 글을 올렸습니다.
송 판사는 "6만 쪽이 넘는다는 방대한 기록을 이례적으로 항소심 선고 후 불과 2일 만에 정리하여 대법원으로 송부하고, 피고인의 답변서가 제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인 4. 22. 소부 배당 후 즉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을 갖고, 이틀 후인 4. 24일 2차 합의기일을 갖은 후 1주일 후인 5. 1. 판결을 선고하였다"면서 "30여 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1, 2심의 결론이 다르고 그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관계 확정 및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하기야 6만 쪽 정도는 한나절이면 통독하여 즉시 결론을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속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까지, 그야말로 신통방통하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신 훌륭한 분들만 모이셨을 것이니...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우둔한 제 기준에만 맞춘 기우인가"라며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송 판사는 대법원이 판결 직후 내놓은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차라리 내지 않은 것만도 못했다"라며 "느닷없이 적절한 비교 대상도 아닌 미국의 부시-고어 재검표 판결을 끌어오질 않나, 1, 2심의 결론이 달리 나온 것을 두고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어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다수의 평범하고 선량한 유권자들이 정말 그렇게 인식하고 있던가. 보도자료를 작성한 분은 평소 누구를 만나고 어떤 언론매체를 보고 들은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마용주, 박영재, 신숙희, 권영준, 오석준, 이흥구, 조대희, 오경미, 서경환, 엄상필, 노경필, 이숙연. ⓒ 사진공동취재단
부산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실명으로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하여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면서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법원 스스로가 이번 한 건의 재판으로 스스로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라며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심리 기간을 준수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주장하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 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기창 교수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하게 추락"
4일 김기창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NS에 "대법원이 과연 형사소송법 규정(상고이유서 제출을 20일 내에 하는 규정)을 지킬 것인지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는 지경"이라며 "제가 기억하는 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이 수준으로까지 심하게 추락한 적은 없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 교수는 "대법관들이 법 규정을 제대로 지킬 것인지, 아니면 또 무슨 괴상한 궤변으로 뒤통수를 칠지, 안심이 되지 않아 국민들이 밤잠을 설치는 이 웃지 못할 사태는 과연 누가 초래했을까요?"라며 "국민들이 '괜한 의심', '근거 없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 1일에는 "(대법관) 이들이 법복을 입고 저지르는 정치 개입 행위는 민주적 선거 절차를 저지하려는 반헌법적인 행위"라며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탄핵 제도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6월 3일 전에 이재명 확정 판결 가능" 주장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접경지역 방문 이틀째인 2일 강원도 인제군 원통전통시장에서 주민들을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튜브 채널에서 "(대법원이) 상식을 갖고 행동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굉장히 안이한 것"이라며 "재상고가 돼 대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까지 최소 27일이 확보된다고 하지만, 상고이유서 제출을 (20일 동안) 기다리지 않고 7일 만에 바로 판결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일각에선 6월 3일 대선 전에 확정 판결을 나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출마를 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지나친 억측이라는 반박도 나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일 국회 국회 법제사법 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서 "상고이유서 제출 기회는 보장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기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상고 제기 기간은 7일이고,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은 20일입니다.
대법원 열람기록 요청 정보공개청구 폭발

▲법원 사법정보공개 포털에 올라온 이재명 후보 재판 관련 정보공개청구 요청 ⓒ 사법정보공개포털 갈무리
대법관들이 9일 만에 6만여쪽에 이르는 사건 기록을 단시간에 제대로 검토한 것인지 의구심이 커지면서 정보공개 청구 요청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5일 법원 사법정보공개 포털 누리집의 '정보공개청구 게시목록'에서 이재명 후보 관련 (2025도4697) 정보공개 청구 신청을 검색하면 무려 2만 3천여 건이 넘습니다.
신청자들은 "6만여 쪽에 달하는 기록을 전자적으로 열람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전자기록 열람 로그에 따른 열람자, 일시, 열람 문서 범위, 페이지 수 등 해당 정보를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대법원 관련 정보공개청구 게시물이 200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총 3만 1천여 개라는 점에서 전자기록 열람 정보공개청구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