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경남본부, 22일 중대재해 관련 토론회. ⓒ 윤성효
"2024년 1월부터 5월 초까지 조선업을 중심으로 중대재해 발생률이 42.3%로 매우 높았고, 이에 따른 언론 보도 횟수가 매우 증가했다. 같은 해 9월 한화오션 중대재해 발생 전까지 고용노동부 사고 조사 중대재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9월 한화오션 중대해재가 발생하면서 10월까지 보도 횟수가 증가했다. 2025년 4월 현재까지 조선소 중대재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처벌과 언론 보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국장의 설명이다. 요약하면 '언론보도가 늘어나면 중대재해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2일 오후 강당에서 '중대재해 현황과 예방과 처벌에 있어 언론이 미친 영향 토론회'를 열었다.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현재까지 전국 36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고, 이중 경남은 6건으로 처벌받은 기업은 한국제강,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두성산업, 삼강에스엔씨, 엠텍, 만덕건설 등이다.
경남에서는 2024년 초 조선업을 중심으로 중대재해가 급증했고, 관련 전체 사망자 중 42.3%가 1~4월에 집중됐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지역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된 기업의 법원 판결문을 분석해 처벌 실태를 확인하고, 언론보도가 사회적 압력으로 중대재해 처벌과 예방에 기여한다"라고 분석했다.
"언론 보도 횟수 가로 인해 사회적 경각심"
김병훈 국장은 언론보도가 중대재해 처벌과 예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2024년 전국 조선소 중대재해로 17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통영고용노동지청에서만 11명(65%)이 해당됐다.
구체적으로 1월 12일 한화오션 폭발 1명, 1월 18일 삼성중공업 계단 추락 1명, 1월 24일 한화오션 익사 1명, 2월 5일 HSG성동조선해양 1명, 4월 27일 초석HD 폭발 3명, 5월 9일 금강중공업 깔림 2명, 9월 9일 한화오션 추락 1명, 9월 30일 삼성중공업 충돌 1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언론보도가 집중됐었다. 1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중대재해에 대해 KBS 5회, MBC 2회, <경남도민일보> 3회, <경남신문> 5회, <오마이뉴스> 1회 보도되었고, 2월 성동조선해양 중대재해는 KBS 1회, <경남도민일보> 1회, <경남신문> 1회, <오마이뉴스> 1회 보도했다. 조선업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3월에는 관련 보도가 없었다.
초석HD는 KBS 2회, MBC 1회, <경남도민일보> 11회, <경남신문> 7회, <오마이뉴스> 8회 보도했고, 초석HD 사망자수 증가와 금강중공업 깔림 사고가 발생하였던 5월에는 KBS 6회, MBC 4회, <경남도민일보> 11회, <경남신문> 7회, <오마이뉴스> 8회로 급증했으며, 6~8월 사이에 KBS 3회, MBC 2회, <경남도민일보> 2회, <경남신문> 3회, <오마이뉴스> 1회 보도했다.
한화오션·삼성중공업 중대재해가 발생한 9월에는 KBS 4회, MBC 5회, <경남도민일보> 6회, <경남신문> 6회, <오마이뉴스> 3회 보도가 있었고, 10월은 KBS 6회, MBC 7회, <경남도민일보> 9회, <경남신문> 5회, <오마이뉴스> 6회 보도였다.
김 국장은 "2024년 상반기 조선업 중대재해 집중과 언론의 집중보도, 하반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중대재해로 언론의 집중보도가 있고 난 뒤 일정 기간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언론 보도 횟수 가로 인해 사회적 경각심은 단순히 조선소 중대재해를 감소에 머물지 않고, 경남지역 전체 중대재해 감소 결과를 낳았다"라며 "참담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지역 언론이 그 중심에 있다. 지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중대재해 발생과 대책을 요구하는 비판적 보도를 멈추지 않은 결과 경남지역은 2024년 5월 이후부터 중대재해가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중대재해 발생-처벌과 언론보도 관계 분석. ⓒ 김병훈
"엄벌주의가 어떠한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평가 필요"
이환춘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있었던 경남지역 6건 사건에 대한 판결을 살폈다. 분석 대상은 한국제강(대법 확정), 만덕건설(고법 확정), 두성산업(고법 확정), 엠텍, 삼강에스엔씨, 옛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 이상 1심)이다. 한국제장·엠텍·삼강에스앤씨는 실형이 선고되었고, 한화오션은 무죄였다.
법인에 대한 벌금형 수위는 삼강에스앤씨 20억 원을 제외하면 법정형 상한선(50억 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유족 합의와 처벌 불원 등이 유리한 양향요소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환춘 변호사는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상의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지켜야 하는데, 대기업일수록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여 형사책임을 면하게 되고, 중소건설업체는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라며 "현재까지 실형이 선고된 중대재해법 사건의 피고인 상당수는 중소건설업체 경영책임자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지켰는지 여부는 상당 부분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관리, 투자가 되었는지 여부로 평가되는 데 결국 법적인 체계 완비에 집중을 하게 된다"라며 "기업은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의 형사책임을 면하게 하는 법적인 시스템 완비에 집중하게 되고, 현장의 산업안전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중대재해,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주장은 결국 법 이외에 현실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 합리적인 논증이다. 하지만 사용자측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효과가 없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라며 "반면 노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이 없는 것은 형량이 낮거나 적용 범위가 적어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노조의 주장은 법 만능주의, 안전의 사법화로 이어져 사용자의 논쟁 구도에 휩쓸릴 우려가 있다. 사용자 주장에 대해 반박하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에 대한 노동조합 차원의 평가 작업과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엄벌주의가 어떠한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엄벌주의가 목표하였던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시스템 강화로 규제의 방향성을 돌려야 한다. 현재 상황으로는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의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한 방향으로 기업이 자원이 사용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하여 노동자가 사망하면 처벌하지만, 막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자체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안전보건확보의무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이를 위반할 시 기업에 고액의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하는 방향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환춘 변호사는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및 노동조합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령이 정비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논의가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노동조합, 산업안전 관련 사회운동진영, 산업안전전문가의 의견이 공론화되어 논의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또 그는 "산업재해와 관련하여 노동조합 측의 비판 중 하나는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으나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인력은 어느 정도 충원이 되었다. 여기에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의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