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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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자본시장 공약의 핵심이다. 얼핏 듣기에는 당당하고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공약에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주가지수가 5000이 되면 도대체 누가 행복해지는가?
한국의 주식시장에 개인 투자자 1400만 명이 몰렸다고 한다. 이 현상이 정말 시장 선진화를 뜻하는가. 한국 사회가 투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는 방증은 아닌가?
생존의 주식시장
주식이 자산 형성의 수단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주식 열풍은 자산 증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 청년들은 적정한 임금으로는 서울의 반지하조차 구할 수 없고, 고령층은 국민연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동산에, 코인에, 주식에 '올인'한다. 주식시장이 선택지가 아니라 유일한 출구가 되는 기이한 시대다.
이런 현실에서 단지 지수만 끌어 올리는 전략은 공허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삶의 디스카운트부터 직시해야 한다.
자본시장 개혁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는 일부 긍정적인 의제가 담겨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 등은 시장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약의 한계는 분명하다. 이 공약은 시장의 규칙을 다듬는 데 머물러 있다. 시장의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 물음은 없다. 그리고 그 구조가 누구에게 기회를 주고, 누구를 배제하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아예 주식을 살 여력조차 없는 국민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공정한 시장을 만들겠다지만, 정작 그 시장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지수 상승보다 불평등 해소가 먼저다

▲대표적인 서비스 내수 업종으로 꼽히는 숙박·음식점업이 통계 집계 이래 전례 없는 장기 불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103.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8%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 5월부터 지난 2월 사이에 작년 1월만 제외하고는 내내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한 식당이 폐업한 모습 ⓒ 연합뉴스
대한민국 국민 자산의 대부분은 여전히 부동산에 묶여 있다. 금융자산은 상위 10%가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위 50%는 시장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 활성화는 소수의 수익률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지수를 올리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 주거권 보장과 공공임대 확대
- 기본자산 분배를 통한 자본 접근권 강화
- 사회적 금융·지역 금융 인프라 확대
- 청년·고령층을 위한 투자보다는 소득 기반 강화
- 시장 참여를 강요받지 않아도 되는 사회,
삶을 위해 주식에 올인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 그것이 진정한 자본 선진국의 모습이다.
자본만이 해답은 아니다
주식시장 개혁은 필요하지만, 경제 전체의 방향이 자본시장 중심으로 흐르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원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모델이다. 시장경제만이 아니라, 공공경제, 협동경제, 지역순환경제, 돌봄경제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프랑스의 시민 기본소득 실험, 북유럽의 공공주택 시스템, 캐나다의 지역사회 투자펀드처럼 자본 너머의 안전망과 대안 경제가 병행되어야 진짜 선진국이 된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질문은 '코스피를 5000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삶이 왜 시장에 쫓기고 있는가?'이다. 투자자의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나라, 주가지수보다 삶의 질과 존엄을 먼저 세우는 나라,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바로 그 방향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금융과 미래에도 실립니다. 필자는 진보적 금융·경제 평론가로 금융과 미래 대표이다. 자녀 경제교육과 청년 금융을 아우르며, 다원적 경제관과 사람 중심의 경제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