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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사극을 보며 품었던 활쏘기에 대한 로망을 30대가 되어 이뤘습니다. 대학원생으로 살면서 활쏘기를 통해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활쏘기의 매력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활을 배우며 얻은 소중한 경험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충무공 이순신 탄신 제480주년을 맞아 서울시 중구(구청장 김길성)에서 서울시 중구체육회(회장 유승철), 서울시중구궁도협회(회장 나영일)와 함께 '제1회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생 기념 활쏘기 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제1회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생 기념 활쏘기 대회 포스터
제1회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생 기념 활쏘기 대회 포스터 ⓒ 서울시중구궁도협회

오마이뉴스 <활 배웁니다>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알 것이다. 충무공을 향한 나의 진심을(연재기사 보기: 활 배웁니다 https://omn.kr/26z2b ).

애초에 국궁이라는 취미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충무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극이 계기였다. 그렇게 활을 배우기 시작한 후 해마다 그의 흔적이 깃든 통영 한산도로 활쏘기 투어를 떠나고, 매일 책상에 앉아 <난중일기>를 필사하며 충무공의 정신을 되새겨보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회 공고를 접하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참가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마침내 그 대회에 다녀왔다.

네 가지 관전 포인트... 전통 방식 제작한 활 사용자에 우선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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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첫째, '장소의 의미'였다. 이번 대회는 서울 훈련원공원에 위치한 훈련원공원종합체육관 지하 2층에서 실내 경기로 진행됐다. 대회 장소가 훈련원공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주최 측의 센스에 무릎을 쳤다.

훈련원공원은 조선시대 군사 훈련이 이뤄지던 훈련원(訓鍊院)이 있던 곳이다. 또한 충무공 이순신과도 깊은 연이 있는 공간이다. 충무공은 1572년(선조 5)에 치러진 훈련원 별과(別科) 시험에서 낙마하는 바람에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절치부심 끝에 4년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식년시 무과에서 비로소 합격했다. 충무공은 3년 뒤인 1579년(선조 12) 훈련원 봉사(奉事: 종8품)로 임명되어 8개월 동안 이곳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즉 서울 훈련원공원 일대는, 충무공이 무관으로의 첫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공간인 셈이다. 또 훈련원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인현동은 충무공이 나고 자란 생가 터가 자리한 곳이니, 충무공을 기리는 행사를 개최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제1회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생 기념 활쏘기 대회 개회식
제1회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생 기념 활쏘기 대회 개회식 ⓒ 김경준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전통 문화의 복원과 존중'이었다. 눈에 띄는 대회 규칙 중 하나가 '한복 및 각궁 우대'였다. 한복을 착용하고 오거나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각궁(角弓)으로 출전하는 참가자에게는, 동점일 경우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규정을 마련했을까. 이번 대회를 주최한 서울시중구궁도협회의 양세희 사무총장은 "전통문화인 국궁(활쏘기) 경기를 함에 있어 현재 대한궁도협회에서 요구하는 획일화된 흰색 복장을 지양하고 한국의 전통복식인 한복, 그리고 전통 활 각궁을 권장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이런 규정을 마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과녁 역시 기존 국궁장에서 쓰는 과녁 대신 전통적인 과녁을 채택했다. 옛 과녁은 웅후(熊候: 곰)·미후(麋候: 사슴)·시후(豕候: 돼지)라 하여 과녁마다 동물의 얼굴을 새겨넣었는데, 신분에 따라 쓸 수 있는 과녁이 구분돼 있었다. 또 과녁의 재질 역시 '솔포'라고 하여 헝겊으로 된 과녁을 썼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전통 방식 그대로 동물들이 새겨진 솔포 형태의 과녁을 채택한 것이다.

초등학생도 출전... '리틀 충무공' 육성 지원하는 초교도 있구나

 전통 과녁의 일종인 '웅후(熊候)'. 곰의 머리를 그린 과녁으로 국왕의 활쏘기인 어사(御射)에 사용한다.
전통 과녁의 일종인 '웅후(熊候)'. 곰의 머리를 그린 과녁으로 국왕의 활쏘기인 어사(御射)에 사용한다. ⓒ 김경준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초등학생과 대학생 등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이날 대회에는 공항정·석호정·영학정·살곶이정·관악정 등 서울 소재 활터 소속 궁사들도 두루두루 출전했지만, 화성의과학대·고려대·서울여대·동덕여대 등 수도권 대학 국궁동아리 학생들의 참여율이 압도적이었다. 전통활쏘기를 즐기는 젊은 학생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학생 궁사들의 활쏘기
대학생 궁사들의 활쏘기 ⓒ 김경준

특히 초등학생 궁사들의 출전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대회는 초등부와 일반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인근 서울 충무초등학교(중구 묵정동) 학생들이 초등부로 출전한 것이다.

알고 봤더니 충무초에서는 '리틀 충무공'을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2019년부터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궁을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하여 지도하고 있다고.

 충무초등학교 학생들의 활쏘기 모습
충무초등학교 학생들의 활쏘기 모습 ⓒ 김경준

네 번째 관전 포인트는 '경기 규칙'이었다. 대회는 예선과 본선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예선에서 1순(5시)의 화살을 발시하여 1중이라도 하면 본선 진출이 가능한데, 예선에서 탈락하더라도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재도전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1중사부터 5중사에 이르기까지 맞힌 시수에 따라 작대(조)를 편성, 작대별로 입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3순(15시)의 화살을 쏴서 최다 시수를 겨루는 통상적인 대회 규칙에 비하면 다소 복잡해보였지만 여기에도 깊은 의미가 있었다.

양 사무총장은 "단일화된 기존의 국궁대회 규칙에서 탈피하여 옛 활쏘기 경기 방식을 경험해보고 좀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이런 규칙을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예선에 참가해 보니... 주최 측 진심이 느껴졌다

 개회 선언을 하는 나영일 서울시중구궁도협회장
개회 선언을 하는 나영일 서울시중구궁도협회장 ⓒ 김경준

이번 대회는 실내에서 진행되었기에 근거리(초등부 15m·일반부 20m)에서 승부를 겨루는 '근사'로 진행됐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선수들이 쏘는 모습을 보니 과녁에 맞히는 게 쉬워보이지 않았다. 그저 참여에 의의를 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한 발도 못 맞히면 꼴이 좀 우습지 않겠는가.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국궁장에서 145m 활쏘기만 하다가 훨씬 가까이에 있는 과녁을 마주하니 어디를 겨냥해야 할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려웠다. '휙!' 첫 발은 아쉽게도 과녁 아래로 날아갔다. 다시 침착하게 두 번째 화살을 걸어 과녁을 겨냥했다. '팡!'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화살이 과녁 정중앙을 때렸다.

아, 이제야 잃었던 감을 잡았나?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세 번째 화살도, 네 번째 화살도 아슬아슬하게 과녁을 비껴갔다. 이제 마지막 화살. 신중에 신중을 더해 방금 전보다 더 긴 호흡으로 활을 겨냥한 뒤 활시위를 놓았다.

'팡!'

가까스로 마지막 화살을 관중시켰다. 5시 2중. 아예 못 맞히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그래도 두 발은 맞혔으니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1중만 해도 본선 참여 자격이 주어지기에 나 역시 본선에 나갈 수 있었지만 자진 포기하고 경기장을 나섰다. 애초에 상금을 탈 욕심도 없었고(자신도 없었고), 충무공을 기리는 활쏘기 대회에 참여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온 것이기 때문이다.

 활을 쏘는 글쓴이 본인의 모습
활을 쏘는 글쓴이 본인의 모습 ⓒ 김경준

경기장을 나서니 국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반 시민들도 즐길 수 있도록 1층에 별도의 전시 및 체험 공간이 조성돼 있었다. 전시 코너에서는 충무공의 활쏘기와 훈련원 및 조선시대 무과시험의 역사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양 사무총장은 내게 "<오마이뉴스>에 기고하신 충무공의 활쏘기에 대한 기사가 큰 참고가 됐다"고 귀띔해줬다. 간접적으로나마 이번 대회에 기여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국궁체험 코너에서는 1중 이상 하면 기념품을 준다기에 참여해봤다. 다행히 여기선 그래도 5시 5중 몰기를 해서 체면치레를 했다. 기념품은 무과급제 교지(홍패). 이순신 장군의 무과급제 홍패 유물을 모티브로 한 홍패에 참가자의 이름을 새겨주는 것이었다. 작은 기념품 하나에서도 대회의 의미를 되새겨보려는 주최 측의 진심이 느껴졌다.

 국궁체험 참여 기념품으로 받은 '무과급제 홍패'
국궁체험 참여 기념품으로 받은 '무과급제 홍패' ⓒ 김경준

다만 앞으로 과제들도 많은 듯하다. 양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중에게 국궁을 홍보할 수 있었던 동시에 기존 국궁인들 입장에서도 즐거운 놀이가 된 것 같아 좋았다"면서도 생각보다 각 활터(사정)의 참여율이 낮았던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초등부를 제외한 참가자수는 총 71명이었는데, 이마저도 대학생들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대회와는 다른 규칙에 낯섦을 느낀 탓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볼 따름이다.

어찌 첫술에 배부르랴. 다양한 방식으로 국궁을 즐기고 알리기 위한 행사가 잘 개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니었을까. 특히 이번 대회가 단순히 개개인의 기량을 겨루는 것을 넘어, 충무공의 상무정신과 호국정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년에는 더 다채로운 형식으로 대회가 열리기를, 그리고 올해보다 더 많은 국궁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활쏘기#국궁#이순신#충무공#훈련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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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배웁니다

김경준 (kia0917) 내방

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空港亭)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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