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장 화재와 관련해 17일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희생자들 빈소가 마련됐다. ⓒ 김보성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5성급 리조트인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장 화재로 갑자기 아버지를 잃은 딸 김아무개(34)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참사 사흘째 해운대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는 "왜 아빠가 돌아가신 건지 누가 설명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너무나 답답하다"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김씨의 부친(64)은 공공기관에서 퇴직한 뒤 건설 쪽에서 일하다가 지난 12월부터 기장군의 한 신축 현장에 투입됐다. 반얀트리에 있었다는 건 가족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불이 난 공사장에서 살아나오지 못했다. 대응 2단계(인접 5~6개 소방서 투입) 발령에도 불길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목숨을 잃었다.
유족이 필요한 건 공식적인 사과와 진상규명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는 김씨는 손전화를 놓지 못했다. 안전 관리 문제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원청 건설사인 삼정기업이 유족들에게 제대로 내용을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바란 건 진상을 밝히는 것이었다.
김씨는 "11일부터 안전점검이 있었다고 하는데 대피가 안 된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화재감시자가 붙어야 하지만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현장에서 일한 분에 따르면, 항상 불안불안했다고 한다"라며 "지금 이것도 제가 다 수소문해서 알아야 하는 처지다. 정확한 화재 원인을 공개하고,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민감한 상황에서 사고 관할 군청 관계자가 빈소에 들러 시공사쪽 관계자에게 고충이 없는지 물어보다 유족의 반발을 사는 일도 벌어졌다. 김씨는 "유족이 아닌 삼정 직원한테 어려움은 뭐가 있느냐고 말하던데 이해가 안 간다"라고 반응했다. 지자체가 유족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단 얘기였다.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장 화재와 관련해 17일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희생자들 빈소가 마련됐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조기를 보냈다. ⓒ 김보성
장례식장 끝에는 이번 사고의 또 다른 희생자인 조아무개(44)씨 빈소도 있었다.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난 아들의 소식을 받아 든 어머니 심아무개(62)씨는 "믿어지지 않는다"며 눈물만 흘렸다.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옆에 있는 아빠는 멍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며 상실감을 드러냈다.
심씨는 용역업체와 원청의 대응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아들이 무슨 일을 한 건지, 대피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근무일지 등을 달라고 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사과도 형식적인 말에 그쳤다고 한다. 심씨는 "이건 명백한 인재다. 안전만 똑바로 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 아니냐"라며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영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린 희생자 유족들도 똑같은 심정이었다. 사망한 50대·60대 노동자 2명은 모두 일용직으로 현장에서 일했다. 유족을 만나고 온 한 노동단체 활동가는 "눈물과 분노가 가득한 상황"이라며 "특히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듣지 못하고 있어 유가족에게 이에 대한 해명과 발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화재 현장 곳곳에 자재, 퇴로 막아 대형 인명피해
여러 명 목숨을 앗아간 이번 화재는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의 5월 정식 개장을 앞두고 발생했다. 부산시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안 4만여㎡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12층 규모로 회원제 고급리조트 공사가 진행됐는데, 지난 14일 갑자기 B동 1층에서 불이 확산해 8시간 만에야 꺼졌다. 이 사고로 6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검찰·경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린 가운데, 부검 결과 이들은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을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내부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 부산경찰청
반얀트리 건물은 지난해 12월 준공검사와 사용승인을 받았는데, 이 상태로 막바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당시 현장에만 하청업체 40여 개, 작업자 841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곳곳에 단열재 등 각종 자재가 쌓였고, 이는 대피로를 가로막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무리하게 작업을 밀어붙이다 안전 수칙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기영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과거 38명이 사망한 2020년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와 닮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그때도 핵심적 원인이 공기에 쫓겨서 공사를 압박하고, 여러 작업이 뒤섞여 진행되다가 불이 나 노동자들은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라며 "공사 일정상의 문제, 안전 관리, 대피로 확보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시공사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삼정 측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이 부분은 추후에 밝혀질 것"이라며 현재는 유족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장례 절차부터 할 수 있는 조처는 다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인 만큼 적극적으로 현행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겠단 입장이다. 주말인 15일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부산시·기장군 등이 참여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본부장을 맡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책임규명과 엄정한 조치를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