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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에 소재한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수원에 소재한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 중앙선관위 제공

12.3 비상계엄 당시 수원시에 소재하고 있는 선관위 선거연수원의 구체적인 연수 프로그램과 연수에 참여한 공무원들의 소속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스카이데일리> 보도로 촉발된 중국 간첩단이라는 설이 가짜뉴스라는 증거인 셈이다.

12.3 내란사태 후 부정선거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중 하나가 <스카이데일리>가 제기한 12.3 계엄 당일 선관위 선거연수원에 있었다는 96명의 정체와 관련해서다.

이 매체는 지난달 16일 보도를 통해 12.3 내란사태 당일 선거연수원에서 계엄군과 미군이 중국 국적자 99명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검거된 이들을 미군 측에 인계했다고 보도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선거연수원에 있던 99명의 중국인 간첩이 체포돼 일본 오키나와 미군 부대로 압송됐다고 보도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선거연수원에 있던 99명의 중국인 간첩이 체포돼 일본 오키나와 미군 부대로 압송됐다고 보도했다. ⓒ 스카이데일리 갈무리

매체는 정통한 미군 소식통이라는 근거를 들면서 '중국인 간첩들(Chinese spies)'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평택항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이송됐다고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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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다. 매체는 이들이 '미군의 심문 과정에서 선거 개입 혐의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공동작전에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나라 댓글 조작에도 관여했다는 자백을 미 정보당국이 심문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까지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주한미군까지 나서 사실을 부인했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20일 "한국 매체 기사에 언급된 미군에 대한 묘사와 주장은 전적으로 거짓(Entirely false)", "대중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책임 있는 보도와 사실 확인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같은 날 사실을 부인하면서 이 매체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였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청구도 하였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이 매체의 보도 기조는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심지어 2월 11일 자 보도를 통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확정되면 이 기간에 한국에서 검거돼 미국으로 압송된 중국 간첩단 사건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한발 더 나아가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확정되면 이 기간에 한국에서 검거돼 미국으로 압송된 중국 간첩단 사건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보도했다.
스카이데일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확정되면 이 기간에 한국에서 검거돼 미국으로 압송된 중국 간첩단 사건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보도했다. ⓒ 스카이데일리 캡처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중국 간첩단' 보도가 이어지면서 극우 단톡방 등을 통해서 중국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부정선거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를 중국 간첩이라고 표현하다니 매우 황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매체에 대해 고발 및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2024. 12. 3. 계엄 당일 선거연수원에서는 선관위 5급 승진(예정자) 50명 및 6급 보직자 69명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그중 공무원 88명 외부 강사 8명 등 총 96명이 숙박하고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본부가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이 같은 해명은 사실과 부합한 것으로 확인된다.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정보는 ▲교육생 명단 ▲교육일정표다.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12.3 내란 사태 당일 교육 프로그램과 참가자 명단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12.3 내란 사태 당일 교육 프로그램과 참가자 명단

교육생 명단을 살펴보면 5급 승진자는 서울 관악구 선관위 강 아무개 행정주사 등 50명, 6급 보직자는 부산 해운대구 최 아무개 행정주사 등 6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교육일정표도 확인된다. 5급 보직자 과정은 12.2부터 12.6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교과목은 ▲협업을 위한 팀 빌딩 ▲역량 강화 프로그램(사전교육, 보고서 작성, RP, IB, 자기계발계획서 작성) ▲대한민국 선거 70년사 ▲간부와의 대화 ▲클래식은 처음이라 ▲오피스 요가 ▲개인정보와 정보보호 등 십여개 프로그램이다. 강사는 선관위 소속 사무차장을 비롯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강 아무개 등 40여 명에 달하는 외부 전문 강사진이었다.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본부는 당시 교육에 참여한 공무원과 강사에 대해서도 확인에 나섰다.

중앙선관위는 교육생 직접 접촉은 난색을 표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게 사전 질문지를 통한 서면 인터뷰였다.

먼저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본부가 보낸 서면 인터뷰에서 A씨는 '승진자, 보직자 교육과정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받은 것인지'를 묻는 말에 "2024. 12. 3. 계엄 당시 선거연수원에는 5급 승진자 교육과정, 6급 보직자 교육과정이 진행중이었다"면서 "5급 승진자 교육과정은 2024. 12. 2.(월) 12. 13.(금) 2주간 진행되었고, 6급 보직자 교육과정은 2024. 10. 14.(월) 12. 13.(금) 기간 동안 일주일에 한 기수씩 총 8주간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2024. 12. 02.(월) ~ 12. 06.(금) 기간 동안 운영되는 6급 보직자 교육에 참석했는데 별도의 교육참석 안내 문자는 없으며, 공문을 통해 본인이 어느 기수에 해당되는지를 숙지하고 해당 교육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12 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 계엄군을 보았거나 들은 말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당일 밤, 계엄 선포가 속보로 뜨는 순간, 같은 방의 룸메이트와 이게 무슨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면서 "거실의 티비를 보며 '이게 뭐지 싶었고, 그러다가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하러 가는 길에 연수원 바깥쪽에 주차되어 있는 경찰차를 보았는데, 밤사이 계엄이 선포되어 관공서에 경비 차원에서 온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2.3 내란 당일 밤 수원 선거연수원 정문 출입을 통제하고자 바리케이드를 설치 중인 경찰들
12.3 내란 당일 밤 수원 선거연수원 정문 출입을 통제하고자 바리케이드를 설치 중인 경찰들 ⓒ 수원 선거연수원 CCTV 영상 갈무리

이어 "식사할 때 옆방 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옆방 분들은 자느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사실조차 몰랐다. 추후 우리 위원회에 계엄군이 진입하려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교육생이 중국인 해커로 오인받는 상황인데 입장이 어떠한지?'를 묻는 말에는 "당시 교육생으로 생활관에 머무른 저희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매우 황당했다"면서 "보도 직후, 이 기사가 진짜냐고 주변에서 많이 물어봤는데, 그때 당시 거기에 제가 있었다고 그게 저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당시 강의에 참여했던 외부 강사들에게도 물었다.

12월 2일 강사로 참여한 B씨는 "교육생 50~60명 정도가 교육에 임했다. 강의에 참여한 이들이 다양한 근무처에서 오셨지만 승진하시는 분들이었기에 분위기가 좋았다. 계엄 이슈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12월 6일 강사로 참여한 C씨는 "계획된 대로 일정을 소화했다"면서 "비상계엄 이후 교육생들의 변화된 모습이나 상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매체의 조정진 대표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닷컴에도 실립니다.


#중국간첩단#부정선거론#중앙선관위#선거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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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광규 (chookk7) 내방

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김아름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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