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손석희의 질문들>의 한 장면 ⓒ MBC
29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시민 작가가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하여, 12. 3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해 토론하였다. 그중 홍준표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헌법재판소에서 내란죄 주장을 철회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란죄에 대한 기본적인 법리들과 대법원 판례들을 살펴볼 때, 홍준표 시장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불법을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
우선 홍준표 시장은 "비상계엄은 헌법이 인정한 대통령의 비상 대권"이라며 "그게 적절했냐? 부적절했냐? 문제이지, 불법이냐? 아니냐? 나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라고 주장한다. 헌법에서 규정한 권한을 사용했으니, 그것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으나, 불법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두환과 노태우의 내란죄를 인정하고 처벌한 1997년 내란죄 대법원 판례는 비상계엄의 선포가 헌법과 법률에서 규정한 권한이라고 하여도, 그것이 내란죄 범죄의 수단이 된다면, 비상계엄 선포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았다.
비상계엄 전국확대가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선포함으로써 외형상 적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들에 의하여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하고(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경찰은 법률에 따라 총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총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쓸 수 있다. 법률에서 총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고 하여도, 아무 때에나 사용하면 불법이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처벌 받을 수도 있다. 홍준표 시장의 주장은 경찰이 총을 사용할 권한이 있으나, 아무 때나 발포하여도 된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12.3 비상계엄 사태 때 폭동이 없었다는 주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폭동이 없었다면서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폭동은 살인, 방화를 저질러야 하는데 이번 내란을 봐라. 탱크를 동원해 관공서를 막았나? 그냥 군인들이 나와서 하는 시늉만 했고 2시간 만에 끝났다. 그건 폭동이 아니다. 폭동 행위 자체가 없었기에 처음부터 내란죄가 안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내란죄의 '폭동' 개념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주장하는 '폭동'은 사람이나 물건 등에게 직접적으로 폭행과 협박을 가하는 행위라는 전제에 있으나, 내란죄에서의 '폭동'은 그보다 넓은 개념으로, 사람이나 물건에게 직접적인 행위를 하지는 않으나, 사회적으로 불안에 떨게할 수 있는 행위이면 충분하고, 이를 형법상 용어로 '최광의의 폭행·협박'이라고 말한다. 대법원은 내란죄의 '폭동' 은 '최광의의 폭행·협박'이라고 정의하였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며, 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음을 요한다(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상과 같이 내란죄의 폭동은 매우 넓은 개념이므로, 12. 3 비상계엄의 선포만으로도 '폭동'에 해당할 수 있다. 1997년 대법원 판례는 비상계엄 조치는 국민들의 권리를 제한시키므로, 위법한 비상계엄의 선포만으로도 국민들에 대한 '협박'이라고 보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와 그에 따라 발표된 포고령은 국민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국민들에 대한 '협박'이 인정되어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된다.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의 그와 같은 강압적 효과가 법령과 제도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령이나 제도가 가지고 있는 위협적인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협박행위가 되므로 이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비상계엄의 선포 외에도 경찰은 국회 출입구를 봉쇄하고, 헬리콥터를 타고 온 군인들은 국회의 창문을 깨서 침입하려고 하였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인들이 침입하기도 하였던 바, 이와 같은 무력의 사용도 충분히 폭동에 해당할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10월 유신으로 내란죄를 범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헌법을 정지시키고, 국회를 해산하고, 그날 당장 국회 앞에 탱크가 가고, 국회의원들 출입을 저지했다. 전형적인 내란이다'라고 말하면서도, 12. 3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12. 3 비상계엄 사태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저지하려고 했고, 군인들이 국회의 창문을 깨서, 내부로 침입한 것만 보더라도, 국회를 정지, 해산시키려는 의도는 분명하게 알 수 있고, 홍준표 시장의 주장이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란죄 성립에 대해 헌법재판소 재판 절차에서 철회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

▲MBC <손석희의 질문들>의 한 장면 ⓒ MBC
홍준표 대구시장은 헌법재판소에서 내란행위에 대해서는 주장하면서, 내란죄 주장을 철회하는 것은 부당하고, 자신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음식점이 식품위생과에서 점검을 받는 것과 요리경연대회에서 평가를 받는 것은 같은 조리과정과 음식을 내놓는다고 하여도 평가방식이 다르다. 식품위생과는 조리과정과 재료의 위생을 점검하지 맛이 어떠한지를 보지 않는다. 요리경연대회는 대략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지만 식품위생과만큼 면밀하기 보지는 않을 것이고, 주로 맛으로만 평가한다. 식품위생과 점검에서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관심 사안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와 형사재판의 관계도 같다.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소추하여 헌법재판소에 넘기면서, 당초에는 식품의 위생상태가 문제이고, 맛도 부족하다고 지적하였다가, 맛이 부족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 주장을 철회하고, 식품 위생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조리과정과 같은 음식에 대한 평가 기준을 재정렬한 것에 불과하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끝까지 채우고 일해도 될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는 곳이고, 형사재판은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심사한다. 설령 형사재판 결과와 관계 없이, 대통령으로서 일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본다면, 파면 결정이 나오는 것은 가능하다. 서로 심사하는 기준이 다르기에 형사재판에서 해야 할 내란죄 주장을 철회한 것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